갤상태가 이런데 이런글 읽을사람 있을련가 모르겠다.




고식은 충분히 팔릴 가능성도, 가치도 가지고 있다.

물론 화재작들 처럼 초동 몇만장이 팔리거나 줄을 서서 사간다거나 하진 않겠지
그런데 그건 고식이 못만들거나 잘못만든 애니라서가 아니다.
이건 그냥 작품 특성이 그렇다.
기본적으로 매니아에게 어필할 수 없는 작품이다.


추리물 치고는 무게가 없다. 너무 가볍다.
모에물 치고는 너무 약하다. 불필요하게 무겁다.

요즘 dvd 타이틀중 잘팔린다는 작품의 추세는 대개 무겁고 강력한 임펙트의 작품이다.
혹은 가볍게 남성고객층을 겨냥한 뽕빨 모에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식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dvd가 잘 팔릴리는 없는 작품이다.
그런데 왜 생각보다 팔릴거냐고 개소리를 하냐고?


왜냐면 고식은 특이한 방향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매니아층이 보기엔 고식은 깔곳 투성이다. 연출은 약하고, 내용에 임펙트도 없고, 추리요소도 약하다.

근데 이걸 매니아층아 아닌사람,
애니를 잘 모르는, 애니를 많이 본적이 없는 일반인 시선에서 보자면 고식은 어디에도 깔 수 있는데가 없다.
우리 입장에선 어딜봐도 어중간하기 짝이없는 이 작품을 까려면 애니를 보는데 있어서 적어도 어느 한쪽 방면으로는 그냥 그런 작품을 봐서 만족하지 못할정도로 눈높이가 있어야 한다는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화를 지향하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추리물이자 약한 모에물이고, 궁극적으로는 아주 소프트한 연애물이다.


여기서 웃긴건, 이런식의 소위 어중간한 작품은 요 몇년간 심야시간에 방영된거 자체가 몇개 되지도 않는다.

고식처럼 마냥 무난 탄탄하게 구성된 작품의 포지션은 원래 휴일 오후나 낮시간대를 겨냥한 작품이여야 하고, 판매량 보다는 시청률을 뽑는 스타일의 작품이다. 판매량을 목적으로 한 애니들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면 그냥 쓰레기가 되는게 당연하지.


물론 고식이 마냥 칭찬받을 만큼 잘나왔냐 하면 그건 아니다.

고식이라는 이 애니메이션이 범한 최대의 미스중 하나는 스폰을 찌질하게 잡은건지 스폰서쪽이 병신같이 파악을 못한건지 방영시간 자체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게 있다. 명백하게 판매량 보다는 시청률을 뽑을 수 있는 타입의 애니메이션이 멍청돋게 새벽에 방영하고 있다. 저녁까지도 안바란다. 오전에만 방영했어도 지금정도 수준의 혹평을 피할 수 있었을거다.

원작이 라노베인 작품에다가, 원작 그 자체도 포스가 그럭 저럭인 수준이다 보니 차마 시청률을 뽑아볼 생각을 못했는지는 몰라도,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중에 저녁시간 청소년인 자녀가 티비에 틀어놓고 상호간에 마음놓고 봐도 될만한 스타일의 애니는 고식밖에 없었다.

이런 무난한 작품이라도, 장기 방영작이나 온가족 애니쪽 계열에 비해서 퀄리티는 뛰어나다. 시즌 방영제 기준으로 꽉 짜이고 기획된 상업애니랑 비교하니 당연히 퀄리티 차이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나기 마련인거다. 그래서 솔직히 방영 시간만 잘 잡아서 내놓으면 이런건 거의 먹힌다.
고식은 정말 오랜만에 나온 비 오타쿠에게 통할만한 애니였지만 스폰서가 훌륭하게 모에물 취급을 해버렸다.

광고를 못잡은건지 본즈측이랑 커뮤니케이션이 안된건지, 여튼 답답할 뿐이다.

게다가 쓸데없는 자부심과 뚝심으로는 업계 갑을 달리는 본즈한테 원작 주면서 애니화를 하라고 했으니, 이렇게 나올걸 당연히 예상해야 했다.
아마 다른데 의뢰했으면 시장 대세 따라서 십덕코드좀 넣고 잘팔리게 꾸며서 오리지날 드립도 좀 치는 모에계 연애느낌 나는 애니로 나왔겠지.

그런데 본즈가 누구냐? 당연히 하던대로 해버렸다.
그것도 꽤나 잘해서 원작에 버프를 씌워버렸다.
문제는 그놈의 버프가 매니아들에겐 통하지 않는다는것이고,
결과적으로 DVD/BD의 주요 구매자층인 그들은 고식을 사주지 않을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이건 지향점이 다른 애니다.

추리물 기대하면서 본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런류의 폭넓게 먹혀야 하는 애니 스타일에선 추리의 심도가 깊어질수록 시청자는 스트레스만 받는다.

\'사건과 추리\' 라는 무거운 테마를 빅토리카가 가진 추리능력 이라는 열쇠를 통해 일괄적으로 풀어내면서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줄인거다.
단 1,2화에 사건이 완결성을 가지고 종료되거나, 실낱같은 떡밥을 뿌린채 나름 종결선언 되어 버리는것도 같은 논리에서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추리요소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1,2화만에 끝나버린다고 이미 확정되어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결국 중심은 추리물이 아닌, 그 추리요소적 현장에서 활약하고 교류하는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리고 무난하지만 착실한 스토리 텔링.
고식은 주인공간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에 대해 조금씩 그려내면서 그야말로 낮시간 TV 방영물 마냥 진행된다.
어쩌다 시간 놓쳐서 중간부터 봐도, 바빠서 한주 놓쳐도 그 다음엔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낸거다.

지금 시대에 이런 작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임펙트가 약하다보니 다 어중간해 보인다. 매니아에게 있어선 별 의미가 없는 작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시청률 보다는 판매량이 중요한 심야 애니로써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은 꼭 필요하다.

누구나 시작부터 십덕일순 없지 않은가








강철의 연금술사 리메이크도 완성도 치곤 판매량이 정말 안나왔었다.

초동 판매가 만장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포텐 폭발하고 시청률 한참 3%~4% 나오면서 장기방영/가족애니 제외하곤 레전드급으로 달릴때도 출시된 dvd의 초동 판매량은 그저 그랬다.

전작과 달리 원작의 폭풍같은 흐름을 탔을땐 5%도 찍었다. 그런데도 판매량은 그저 그랬다.

그건 강철이 못만든 애니라서 그런게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강철보다 더 전연령 틱하게, 소프트하게 만들어진 고식은, 초동판매량은 별로 희망이 없다.

대신 비교적 검열이나 심의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방영할 수 있고, 수용 가능한 타겟층이 매우 폭넓다.

이런 애니의 좋은점은 이런저런 국가에서, 이런저런 방송사에서 많이 사가게 된다는거다.

작품내에 성별이나 연령색이 옅다. 부담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2쿨 완결이라는 이미 정해진 분량.

컨텐츠를 구입해서 방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꽤 편하게 가져와서 틀어 줄 수 있는 포지션이다.

여튼 고식은 DVD 타이틀이 아니라 이쪽 방면에서는 꽤 잘팔릴 가능성이 높은 작품인 셈이다.

게다가 대개 수출하기에 유리하고, 여기저기서 많이 사갔던 비 오타쿠용 애니들은 DVD가 확 팔리진 않더라도 나름 꾸준히 나가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고식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시리즈 2쿨이 종영되고, dvd 타이틀이 전부 발매된 이후,
 
그후로도 2~3개월쯤 지난 뒤에 그 가치에 대해 재평가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