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1500마력이라는 수치는 이미 1960년대에 미-독 합작의 MBT70 (독일에서는 KPz70) 프로젝트때 구체화된 것으로,
미국과 독일이 각자의 시제품을 제작했을 땐 양측 모두 1500마력 디젤 엔진을 개발해서 탑재했었습니다.
당시 독일쪽 시제품에 탑재되었던 모델은 다임러 벤츠(이후 MTU)의 MB873 KA500. (MBT70 취소 후 501로 개량, 레오2에 채택되면서 살아남음)
미국쪽 시제품에 탑재되었던 모델은 텔레다인 콘티넨탈의 AVCR1360. (MBT70 취소 후 XM1(애무왕) 개발시에 잠깐 고려되었다가 가스터빈에
밀려나는 바람에 흑역사로 잊혀짐)
MB873은 레오2의 엔진으로 워낙 유명세를 탄 엔진이니 넘어가고.
텔레다인 콘티넨탈사의 AVCR1360(뭐 지금은 한때 그런게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게 아주 물건이었습니다.
텔레다인 콘티넨탈사는 차량용 엔진을 만들던 콘티넨탈 모터스(지금은 사라짐)의 산하 업체로 출발, 본업은 항공기용 왕복엔진의 설계와
제작이었습니다만 2차대전중 자사의 엔진을 전차용으로 개조, 납품하게 된 것을 계기로 1940년대 말엔 전차용 엔진인 AV1790 시리즈를
개발하게 되면서 M47부터 M48, M60 시절까지의 30여년간 미제 전차 엔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었던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전차 엔진의 특징은 출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공냉식의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그로 인한 높은 신뢰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했다는 점이고, 덕분에 40년대에 휘발유 엔진으로 처음 데뷔한 1790 시리즈는 공인된 신뢰성과 우수한 확장성으로
계속 우리고 우려져서 50년대 말엔 디젤 버전이 등장하고 그 이후로도 개량은 거듭되어 최후에는 메르카바 맑3에까지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전차엔진 생산업체로서의 텔레다인 콘티넨탈은 망했지만, 1790 시리즈 엔진은 타 기업(L3 Combat Propulsion Systems)으로
넘어가서까지 계속 개량, 현재는 커먼레일 기구를 장착한 1500마력 버전까지 등장. 그야말로 노력과 근성의 엔진)
다시 AVCR1360으로 돌아와서 이게 왜 물건이었는가 하면, 출력으로나 연비로나, 종합적인 스펙은 MB873과 거의 흡사하면서
공냉식임에도 불구(공냉식은 냉각 문제로 인해 부피를 줄이기가 어려움), 부피와 중량은 조금씩 더 작았습니다. 게다가 배기량은
MB873(4만7천cc)의 절반도 안되는 2만2천cc대.(배기량만으로 비교하면 훗날 등장한 MTU883 유로팩보다도 작음)
뭐, 시제품 단계이긴 했지만 당시 나토와 미군의 엄격한 내구성 테스트도 마쳤을만큼 완성도도 높았고.
(그리고 이놈 4행정이었음. 혹시라도 \'에이, 미국이 설마.. 뭐 90식마냥 2행정이었나보지.\'라고 속단할 사람들이 있을까봐 일부러
첨언해 둠. -_-)
근데 이 엔진에 적용되었던 기술이 당시로선 지나치게, 기존의 콘티넨탈 엔진답지 않게, 심하게 최첨단이었다는 점이 요넘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는데, 이 엔진은 60-70년대에 걸쳐 개발된 전차용 디젤엔진인 주제에 무려 \'가변압축비\' 엔진으로 설계되었고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 시스템까지 적용되었습니다. (글이 길어져서 그게 뭔지 설명은 생략. 궁금하면 알아서 검색 쌔우길. 한마디로
지금 기준으로도 존내 최첨단)
당시 미 군부의 반응은... (원래 군대라는 조직은 검증되지 않은 최신기술같은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따 고놈 참 뭔가 복잡하구먼? 고장나면 무식한 군바리덜은 고치지도 못해불겄네? 이건 오버테크놀로지랑께!\'
그 와중에 삐걱대던 MBT70 프로젝트가 결국 취소되면서 1360 엔진도 함께 물을 먹게 되었고, 콘티넨탈사는 \'좆됐구나!\' 하고 있던 중
애무왕 개발이 시작, 그 시제품인 XM1의 GM 설계안에 1360이 채택되면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가보다 했는데...
그 즈음에 이르러선 GM의 경쟁사였던 크라이슬러 디펜스(이후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GDLS)가 채택한 라이코밍(이후 허니웰)
사의 가스터빈(AGT1500)이라는 강력한 복병이 등장해 버립니다.
\'이 우월한 출력특성을 보소. 디젤엔진과는 비교도 안디게 간단허고, 부품수도 30프로나 적으니 유사시 군수지원 문제로 속썩일
건덕지도 별로 읎고, 무게는 1톤이나 가볍당께요. 구조가 단순허니 정비도 간단허고, 아무 기름이나 처멕여도 굴러가는 잡식성인디,
밥좀 많이 처먹는게 뭔 대수겄소? 연료 일원화하고 군수지원 요소 줄여서 애껴지는 비용이면 기름값 정도는 뽑고도 남는당께요.
이제 대세는 가스터빈인 것이요잉.\'
사실 미 육군이 30여년간 잘 써먹었던 텔레다인 콘티넨탈사의 엔진들은 대부분 신뢰성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던 물건들이었음에도
왕복기관이라는 특성상 태생적으로 구조가 복잡하고 일상적인 정비에도 손이 많이 가는건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전차의 정비소요를 줄일수 있을까, 기존의 디젤엔진을 대체할만한 혁신적인 뭔가가 없을까 궁리중이던 미 육군으로선 마침
때맞춰 등장한, 단 몇개의 간단한 뭉치(모듈)로 구성되어져서 고장률이 낮고, 고장나더라도 예비 모듈만 갖고 있으면 곧바로
그 부분만 손쉽게 교체해서 전장에 재투입할수 있는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한 전차)에 확 삘을 받아버리게 됩니다.
게다가 덤으로 주어지는 가스터빈 특유의 미친듯한 파워를 체험하고 나서는.. (짤방의 MTU883과의 비교 그래프를 참조.
1500마력이라고 해서 다 같은 1500마력이 아님. 고속영역에서의 최대출력은 883(커먼레일 장착 버전. 1630마력)쪽이 살짝
높지만 저속과 중속영역에서 883을 처참히 발라버리는 AGT1500의 괴력은 역시 디젤과는 넘사벽의 차이)
뭐, 이런 이유로 해서 시대를 앞서간 괴작(?)이었던 AVCR1360 엔진은 XM1의 GM 설계안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고,
이때 심하게 간이 오그라든 텔레다인 콘티넨탈사는 비용은 엄청나게 잡아먹으면서 누가 사갈지는 장담할수 없는 신엔진 개발에선
손을 떼어버리고 30년간 우려먹던 기존의 1790 엔진이나 조물딱거리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가 결국 전차엔진사업부 자체를
완전히 정리해 버리게 되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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