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감으로 다시금 미르 오락실에 돌아온 나는 게임도 하지 않고

허망하게 돌아가는 게임기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철권 5라도 해볼까?

옛날에도 그렇고 당시도 그랬고 나는 도통 이 철권이라는 게임에 정이 가질 않았다.

움직임은 둔탁해, 게임은 느려, 킹오파처럼 화려한 이펙트도 없지.

콤보는 시발 두 세대 때리면 끝나네.

저게 정말 재밌나... 난 하기만 하면 발지랄하려다 초풍신이나 맞고 떴었지...

친구에게서 매번 들어온 이야기는 그거였다.

철권은 킹오파보다 기술도 훨씬 많고 심오하다.

이제 너도 철지난 2D게임 말고 3D의 세계로 들어와라!

어그래, 심심하니까 한 판해보지 뭐.

그렇게 나는 철권이 재밌어 보였다거나

어떤 매력을 느껴서 했다기보다는 

오락실에서 할 짓이 없어서 철권을 시작했다.

예전의 백두산 발지랄이나 레이우롱 플레이 같은 건 잊어버린 지 오래였고

내 머릿속은 백지와도 같았다.

뭔 캐릭을 고르지.

음... 아스카 카자마. 너로 정했다!

뭔가 킹오파의 카스미를 고르는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될 줄은 몰랐다.

그날 이후 나는 격투게임 라이트유저가 아니라 오락실 엠1창인생 하드철찌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전처럼 독고다이로 오락실에 코인러쉬나 해대는 수준에서

기술표를 프린트해 외우고 프레임을 줄줄이 읊으며

배틀팀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도시로의 원정을 떠남은 물론.

다른 사람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 연구하며 콤보동영상까지 제작하는

구제할 길 없는 '철권 찌질이'가 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철권편을 아예 분리시킨 이후는

전문적이거나 닉언급을 하거나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

실제 격갤러도 등장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그 글이나 써보도록 하겠다.

당분간은 인생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