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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따라 나들이.

페퍼민트(202.136) 2009.06.03 10:16:57
조회 60256 추천 13 댓글 315


오늘은 며칠 된 이야기지만 올리지 못했던 얘기를 올려본다.
본디 걷기를 좋아하는 나,
이동에의 자유가 없었던 2년여의 군생활,
곧 시작될 여행에 대한 예행연습,
예전부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것 등의 여러 이유가 겹쳐서 시도하게된
5호선 따라 하염없이, 그리고 대책없이 걷기.
이날의 기본 컨셉은 환승역이 나오더라도(왕십리, 동대문운동장 등) 한눈팔지 말고 무조건 5호선만을 따라 가는 것이다.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준비물이라고는

핸드폰/안경/지갑/카메라/열쇠/지하철노선도/사과1개/불가리스1개

만을 달랑 들고 집을 나섰다.

적고 나서 보니 -달랑-이라고 쓰기엔 좀 많아 보이지만, 어쨌거나 실제론 얼마 안된다.


상일동 / AM 9:39
시작점이자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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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 AM 9:54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먹기 위해 제 집 드나들듯이 다닌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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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 / AM 10:08
술을 조금 멀리서 먹었을 때 걷는 무난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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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다리 / AM 10:17
여기까진 머리속에 입력되어 있던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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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 / AM 10:27
여긴 도대체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기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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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 AM 10:41
여기서부턴 다시 머리속에 구현되어 있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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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 / AM 10:49
옷 사러 혹은 영화보러 자주 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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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머리속에 그려져 있는 지도는 천호에서 끝.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1150M 의 천호대교.
당시엔 가도가도 끝이 없었는데 실제 길이는 그리 길지 않다.
건너면서는 한강도 내려다 보이고 테크노 마트 건물도 보이고 멀리는 잠실종합운동장도 보인다.
보도의 폭이 좁아 마지막 차선으로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좀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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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나루 / AM 11:12
한강을 건너고 나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지하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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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 / AM 11:29
난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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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 / AM 11:44
7호선 환승으로서의 역할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별 연고가 없는 곳.
여기서 불가리스 하나 홀랑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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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평 / PM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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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 PM 12:19
대학교 새내기 시절 등굣길에 왕십리인줄 알고 몇 번 속았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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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 / PM 12:33
왕십리가 가까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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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 PM 12:44
역 밖의 모습을 처음 본 곳이 많지만 왕십리도 그토록 많이 다녔음에도 진정 역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지하철 교통의 요충지인 만큼 대형 멀티플렉스가 입점해있다. 여기서부터 길 찾기가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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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당 / PM 01:16
왕십리와 그다지 멀지 않지만 이제부턴 직선으로만 따라가면 역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왕십리-행당 구간도 반대쪽으로 꽤나 걸어갔다가 길을 물어물어 오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길을 잘못 들은 스트레스를 마지막 남은 식량인 사과로 달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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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호 / PM 01:33
역 내부가 표면이 거친 바위 모양의 꽤나 특이한 인테리어를 지니고 있어 인상 깊었던 곳.
그 외부는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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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 PM 01:48
행당에서부터는 5호선이 대로에 있는 경우보다도 골목골목의 소로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때부터 길찾기에 좀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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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 PM 01:58
이날 임무 최대의 옥의 티.
5호선만 따라간다 했는데 본의 아니게 2호선 역을 찍어버렸다.
아침에 집을 나선 후로 4시간 넘게 단 한번도 쉬지 않았고 밥때도 꽤나 지나버려 지칠대로 지친 데다가
점심과 휴식을 겸할 동대문운동장에 오자 흥분을 참지 못하고 5호선으로 착각하고 빨리 찍고 지나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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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태어나서 딱 한번 먹어본, 그것도 그 때 기억이 그다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걷다가 문득 든 생각.
오늘 점심은 무조건 베트남 쌀국수다.
왜인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지만 짜장면, 스파게티, 잔치국수, 라멘 이런거 절대 안되고 오직 베트남 쌀국수.
사실 왕십리를 지나서부터 배가 고팠는데 베트남 쌀국수를 먹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쉬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사진은 동대문운동장에 있는 포베이에서 시킨 양지쌀국수 초보자용.
예전에 기억이 별로였던건 고수때문이었는지, 이번엔 고수를 빼고 먹었는데 훌륭했다.
다만 가격이 좀 쎄긴 하다.
양지쌀국수 - \\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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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4가 / PM 02:56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점심을 먹고 거의 쉬지도 않고 바로 나왔다.
서울의 최고 도심지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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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지나가다 재미있어서 찍어본 이정표.
예전에 싸이에서 돌아다니는 사진을 본 것 같은데 내가 직접 찍게 되었다.
좌회전 금지, 직진 금지, 우회전 금지.
그냥 돌아가라 이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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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 PM 03:17
600년 서울의 정취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식사를 했으면 후식도 있어야 하므로 여기서부터 빠삐코를 하나 물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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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 PM 04:04
길찾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뿐더러 엄청나게 큰 대로변이라 횡단보도가 멀리멀리 있기도 해서 상당히 지체되었다.
청계천의 시작, 청계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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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광화문 대로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훌륭한 분이지만 어떤 의도에 의해 오용된 거 같아 안타깝다.
현재 계획으론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뒷면과 한참 뒤의 궁 사이에 세종대왕 상도 세울 예정이라 한다.
내가 지날 때에 세종문화회관 앞에 세종대왕 상 공모 당선작들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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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 PM 04:21
몸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리야 진작부터 아팠고 다리 아픈 것쯤은 참고 걸을 수 있는데
물집이 나면 더는 걸을 수 없는 것인데 여기서부터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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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너무 힘들어서 서대문 지하철 역에서 잠시 쉬었다.
성난 발을 달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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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이때만 해도 물집 초기상태였고 크게 통증이 있진 않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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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 PM 04:45
몇 년 전 졸지에 고액 과외 선생이 되어서 자주 들락거렸던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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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여 딴짓이 늘었다. 튼튼한 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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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오개 / PM 05:02
학교 근처까지 왔다. 걸어서.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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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 / PM 05:14
강준이가 이곳에 순대국을 계속 서비스로 주는 술집이 있다고 했는데 아직 못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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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 PM 05:14
목이 너무 마른데 음료수를 사긴 싫고 스타벅스 같은 곳에 가서 물만 먹고 오려고 했는데
스타벅스류가 보이지도 않았고 그나마 한 군데 있었던 물이 없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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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마포대교 : 1400M
아침에 천호대교를 건널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엄청나게 긴 다리.
그나마 보도가 넓어서 통행중 차에 대한 위협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군데군데 있는 휴게소에서 커플들이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공기도 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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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 PM 06:03
내 발이 이미 내 발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념무상으로 걸어왔건만 서대문에서부터 시작해 부풀어 오른
물집이 더 이상은 갈 수 없다고 내게 말했다. 마포대교도 거의 억지로 건넜지만 정말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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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물집.
요런게 양 발에 각각 2개씩 생겼다.
갑자기 추적추적 비도 내리고.
택시 정류장에 비를 피해 앉아서 급한대로 손톱으로 물집을 터뜨리고 20분 가량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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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나는 여기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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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 PM 07:00
물집도 터뜨리고 20분이나 쉬었으니 됐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신발에 다시 발을 집어넣는것부터 힘들었다.
이왕 시작한거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과 여기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에 오기로 더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절뚝거리며, 깽깽이뛰며, 발을 질질 끌면서 겨우 여의도역까진 왔으나, 진짜로 더 이상 무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더 이상 걸으라 하면 때려 죽어도 못 걸을 지경이었다. 내 여정의 종착역, 여의도.
물집 안잡히고 계속 걸었으면 최소 까치산 정도까지는 갔다가 돌아올 수 있었건만...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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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일동-고덕-명일-굽은다리-길동-강동-천호-광나루-아차산-군자-장한평-답십리-마장-왕십리-행당-신금호-청구-
동대문운동장-을지로4가-종로3가-광화문-서대문-충정로-애오개-공덕-마포-여의나루-여의도

총 소요시간 : 8시간 30분(식사 및 휴식시간 제외)
총 경유역 : 28개
역간 평균간격 : 18.2분거리
요금 : \\ 0




출처: 국내여행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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