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9년동안) 공식 응원봉이 없다가 작년에나 나온 아이유 공식 응원봉.

페이브 답지 않게 나름 무난무난한 디자인과 성능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위의 이미지에 깨알만하게 적혀있듯이 AAA 건전지를 3개나 쳐먹는다는 것이다. 그와중에 건전지 미포함 ㅎ

이게 애매한게 콘서트 한번은 커버되는데 그대로 다음 콘서트 들고가면 중간에 꺼짐.. 콘서트장 가면 페이브놈들이 건전지 팔긴 하는데 3개에 3천원 받아먹는 창렬의 끝을 보여준다. 미리 다이소 같은데서 싸게 사가는 방법과 공카 애들 나눔하는거 잘 받아먹는 방법이 있긴 한데 심히 귀찮음.

그래서 집에 굴러다니는 부품들을 모아 충전식으로 개조해보았다.

희생양이 될 흰색 아이크

팬클럽 1기 한정 회색은 왠지 아까워서 이걸로 작업하는 걸로

분해해줍니다.

내부 구조는 엄청 간단함. 갤이나 공카 보면 가끔 저거 대가리 날려먹고 고장났다고 하는 애들 있던데 원래 돌리면 열리도록 되어있음. 꺾쇠 있는 부분 잘 보고 맞춰서 반대로 돌려주면 다시 끼워짐. 뭐 꺾쇠가 부러졌다면 애도를 표합니다.

건전지 여는 쪽은 여는 방법 알테고 위쪽도 똑같이 돌려서 당겨주면 열림. 위쪽 열면 기판 바로 꺼낼수 있음 따로 나사 같은거 없더라. 앱등이 자가 수리할때 제일 귀찮은게 접착제였는데 그런거도 없고 그냥 위쪽 열면 내부 부품 쭉 빠짐.

보면 알겠지만 기판이 꽤나 길어서 생각보다 내부에 공간이 많지 않음. 저기다가 리튬 전지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기존의 건전지 홀더가 차지하던 공간 외에는 딱히 넣을 공간이 없다. 고로 그 건전지 홀더 만한 전지를 구해야됨.

값싸고 용량 크고 흔해서 집에도 많이 굴러다니는 18650 전지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사이즈가 안맞아서 fail... 될거같은데 0.5~1cm 차이로 안들어감;;

그래서 어쩔수 없이 18500 전지를 구입함. 18650이랑 굵기는 똑같고 길이만 6.5cm에서 5cm으로 짧아진 규격. 길이가 짧아진 만큼 용량도 적어서 걱정되었지만, 응원봉 안에 우겨넣을수 있는 크기가 저게 최대라 답이 없어서 그냥 이걸로 넣었다. 18650 배터리는 삼성 LG 파나소닉 등 메이저 제조사 제품부터 시작해서 중국산 듣보까지 널려있고 용량도 2600mAh부터 3500mAh까지 넘쳐나지만, 18500 배터리는 흔한 규격이 아니어서 구하기도 쉽지 않고 비쌈

6000원짜리 1400mAh짜리 듣보 중국산 배터리를 쓸지 산요(라고 써져 있었는데 재고가 없어서 파나소닉 셀이 왔다) 1620mAh짜리 고오급 일제 배터리를 14000원 주고 쓸지 한참 고민했는데 조금이라도 배터리 타임을 늘리려고 1620mAh짜리 비싼거 샀음... 근데 밑에서 배터리 타임 보면 알겠지만 1400mAh 사도 충분하긴 할듯 중국산 폭탄일지도 몰라서 문제다만 ㅋㅋ;

위에 사진 배터리 보면 이상한 전극이 양쪽에 붙어있는데, 스팟 용접 해달라고 해서 저렇게 받음.

리튬 이온 전지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전선 연결하겠다고 전극에다가 직접 땜질하면 배터리 수명이 팍팍 줄어듬. 그래서 저렇게 고전류로 스파크를 발생시켜서 열 없이 납땜하는걸 스팟 용접이라고 한다더라.

문제는 스팟 용접기는 비쌈. 유튜브 보면 전자레인지 뜯어서 자작할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이거 하겠다고 그런짓 하고싶지는 않더라 (재미있어 보여서 해볼까 하긴 함... 나중에 심심할때 하면 재밌을듯)

리튬 이온 전지에 보호회로가 붙은 애들은 전선이 나와있으니 그걸 사면 해결되는데, 18500에 보호회로 붙은건 2만원이 넘음. 애초에 내가 달려는 충방전회로에 보호회로가 내장되어 있으니 이중으로 달 필요도 없는데 추가적인 지출만 늘어나는 꼴

어찌할까 했는데 찾아보니 건전지 파는데에 부탁하면 해준다더라? 그래서 건전지 살때 전화해서 양극에 스팟용접 해달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친절하게 해주심. 개꿀.

연결 전에 전압 잘 나오나 테스트. 굳

배터리를 집에 굴러다니던 리튬 전지 충방전 회로에 연결해준다. 저거 TP4056 5V 1A 충방전 회로인데 알리익스프레스 가면 개당 $0.3 꼴로 구할수 있음

난 테스트하는 겸 바로 연결했는데 혹시 따라할 사람은 배터리 맨 마지막에 연결해라... 나머지 납땜하면서 혹시 합선될까봐 엄청 조심하면서 했음

충전 테스트. 잘댐

이제 충전보드의 출력을 아까 응원봉 안에 들어있던 보드에 연결해준다.

리튬 전지 출력은 3.7V 언저리고, 원래 스펙인 AAA 3개 정격 출력은 4.5V라 좀 딸릴거 같아서 중간에 승압회로 같은거 하나 넣어줘야되나 했는데, 뭐 저렇게 연결해도 잘 되더라. 어차피 AAA 전지 풀일때 전압이 1.5V고 실제 재보면 1.3V 정도인지라 큰 문제 없을거 같음. 자세히 안보긴 했는데 차피 저 회로 내부에서 5V로 알아서 올려주는거 같더라.

불 잘 들어옴

배터리 양쪽은 합선되는거 무서워서 절연테이프로 감싸줬다. 수축튜브 직경 굵은거 쓰면 훨씬 깔끔했겠지만 저거 들어갈만큼 굵은게 집에 없었음 ㅠㅠ

역시 굴러다니던 Micro USB 확장선. 커버 벗겨줌.

이거 엄청 안까짐 니퍼로 그냥 다 부셔서 꺼냄 ㅋㅋ;; 케이블 안쓰고 그냥 MicroUSB 커넥터 암놈 사다가 납땜해도 되는데 그거 엄청 작아서 힘들거임. 난 납땜 잘 못해서 걍 저거 썼음 ㅇㅇ 어차피 집에 굴러다니는 커넥터도 없었음

충전 포트를 만들기 위해 응원봉 뒤쪽에다가 구멍을 뚫고 위에서 만든 소켓을 집어넣어줌. 좀 헐겁길래 배관 연결할때 쓰는 테프론 테이프로 몇번 감싸주고 집어넣으니 좀 낫더라.

저거 구멍 드릴로 뚫다가 개망 ㅎ... 이쁘게 안뚫림. 3D 프린터로 저거 커버만 구멍내서 만들까도 생각했는데 모델링 귀찮아

LED 표시용으로 사용할 라이트 파이프. 어디서 적출했던건지 기억 안남 ㅋㅋ;; 걍 집에 있길래 썼음

구멍 뚫고 넣어줌. 저거도 구멍 뚫다가 뒤지는줄 ㅡ.ㅡ

충전 중일때는 적색, 충전 완료되면 청색으로 표시됨

연결 다 했으면 집어 넣어줌. 당연하지만 뒤쪽 충전 단자 있는거 먼저 끼워야 조립됨

조립은 분해의 역순

완성!

배터리는 오늘 하루종일 켜놔봤는데 9~10시간 정도 가는거 같음. 원격 제어 기능 사용했을때 배터리가 어떻게 될진 잘 모르겠다만... 완충에 소요되는 시간은 2-3시간 정도? Micro USB 포트로 만들어놓았으니 콘서트중에 꺼져도 보조배터리 연결해서 쓰면 됨 ㅋㅋ

다음 콘서트가 빨리 열리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