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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호접몽(胡蝶夢) 제14장

홍라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3.01.10 13: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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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금소화동숙 - 옥탑방 왕세자 OST


▶해피각사탕 원본 감상1
▶해피각사탕 원본 감상2

* 해피각사탕횽아 알라븅~ >ㅁ< 낼름 업어와서 낼름 사용합니돠~

* 조선짤 장인 붉은꽃횽아의 짤은 이번에도 사용됩니다효 *-_-*

*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재 내 머리는 푸시식푸시식 모드일 뿐이긔 ㅠㅠㅠ



제14장. 나비의 마음.



Written by. 홍라온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오히려 불안할 정도로 무섭게 덤덤한 얼굴이던 이각이었다. 그의 표정을 살피느라 박하만 안절부절이었다. 그렇게 어째 평소와 반대가 된 듯한 모습이 이어지더니, 이각은 갑자기 바람을 쐬러 나가자고 나섰다.

“…….”

이것저것 뭔가 지시를 하는 것 같더니, 박하의 앞에 대령된 생명체를 멍하니 바라보던 박하는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는 의미를 담아 이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스스로도 자신이 한 일이 기특했던 것인지, 소년 같은 개구진 얼굴로 웃으며 박하를 바라보는 이각이다. 무척이나 들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그 얼굴 앞에서 박하는 결국 풋,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서 이리 오거라.”

그런 박하에게 이각은 손을 내밀며 그렇게 말할 뿐.

박하는 이각과 이각의 곁에서 푸르륵 거리는 ‘말’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핫, 미치겠어, 진짜. 그래? 그런 거야? 아하하하핫.”

박하 자신이 이야기했던 ‘커플 자전거’ 얘기가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각의 그 뿌듯해 보이는 얼굴 앞에 빵 터진 박하의 웃음소리는 진정될 기미가 안 보였다. 그에 이각의 표정이 살짝 뚱해졌을 즈음, 눈물을 훔치며 박하가 입을 열었다.

“말이란 말이지? 승마 같은 건 생각도 못했네.”

그러면서 말에게 다가가 말을 살피던 박하는 눈을 반짝이며 휙, 드디어 이각과 시선을 마주했다.

“나 이거 타볼래.”
“크흠, 그러니 내가 데려오지 않았느냐.”
“아니, 아니. 내가 몰아볼래. 응? 재밌겠다.”
“…….”

설마 본인이 직접 몰아보겠다고 나설 줄이야. 과연 하나부터 열까지 예상을 빗나가는 빈궁 마마. 박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무서워하진 않을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씩씩한 반응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결국 살짝 심통이 나서 입을 일자로 만들던 이각은 고개를 숙여 박하의 귓가에 속삭였다.

“커플 자전거.”
“……!”

자신의 귓가에서 바로 들려오는 이각의 목소리에 놀란 박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랑 나, 둘이서 타는 거다.”
“…….”

그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예감이 들었다.

박하는 긴장하여 살짝 굳은 얼굴로 이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느 새 흘러넘치기 직전이 되어버린 이 마음이, 댐이 터지는 것처럼 결국 제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여기서 물러서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마음과 모르는 척 이 손을 잡고 싶다는 마음이 치열하게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박하가 고민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이각은 박하를 번쩍 들어 말 위에 올라타게 만들고 뒤이어 자신이 올라탔다. 순식간에 말 위에 올라 이각의 품 안에 들어와 버린 박하는 얼떨떨한 얼굴로 이각을 바라봤다.

“…….”

계속 어두운 얼굴이던 이각이 오랜만에 밝은 모습이다.

아프다고 티도 잘 못내는 이 남자의 모습이 생각보다 더 가슴이 아팠더랬다. 제 자신도 흠칫 놀랄 정도로, 가슴이 아렸다. 그런데 오랜만에 밝은 얼굴인데다, 처음 보는 이렇게 들뜬 얼굴 앞에서…… 차마 더 이상 거절을 할 수가 없어진다.

그냥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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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론을 낸 박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 위에서의 시야를 둘러보았다. 이것은 현실에서라면 아마 상상도 못했을 진귀한 경험이 아닌가. 그저 현재를 즐기기로 한 박하는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았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거야?”

활짝 웃는 박하의 얼굴에 덩달아 웃던 이각은 뒤에 있는 삼인방에게 적당히 떨어져서 오라는 눈빛을 보낸 뒤, 천천히 말을 몰기 시작했다.

“글쎄, 일단은 좀 천천히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꺄아, 움직인다, 움직여.”

신이 난 박하의 반응에 이각도 피식 웃었다.

기분 좋은 햇살이 비추고, 왕실 소유의 토지이기에 한적한 길을 산책하듯 움직이는 이 호사는 어쩌면 평생에 다시 누리지 못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각과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니까.

씁쓸한 웃음이 입가에 맴돌던 박하는 어두운 마음을 떨쳐내듯 도리질을 쳤다.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서로에게 밀착되어 있는 이 자세는 아무래도 정말 데이트 코스다웠다. 어쩌면 커플 자전거보다 더욱 커플을 위한 데이트 코스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 괜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힘들면 기대도 된다.”

찰싹 붙어 있다보니, 이번에도 귓가에서 들려오는 이각의 목소리에 온 몸이 곤두선다.

“아냐. 괜찮아.”
“……고집은.”

그렇게 말하던 이각은 박하의 고개를 제 어깨 쪽으로 슬며시 움직였다. 갑자기 이각의 손이 자신의 얼굴 쪽을 향한다 싶었더니 어느 새 이각의 어깨에 기댄 박하는 처음엔 민망하고 쑥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박하의 심장 소리보다 어쩌면 더 크게 박동하고 있는 이각의 심장 소리가 느껴진다. 겉으로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척 하고 있으면서, 실은 현재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어쩐지 안심이 된다.

지난 번 여장 사건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얼굴은 곱상하면서도 어깨는 넓어서 여자 옷을 입히기엔 살짝 무리가 있었다는 것을. 그 어깨에 기대어, 이각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햇살을 쬐며,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말 위에 있다 보니 슬슬 온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한다.

스르륵,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빠지는 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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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고 있던 박하가 어느 순간 잠에 드는 것을 느끼는 이각이었다.

또 다시 너무 쉽게 긴장을 푸는 박하가 야속한 한편, 자신의 품에서 안심하는 이 작은 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 누구에게서도, 그 무엇에게서도, 언제까지나 박하가 이렇게 이각의 품에서 쉬었으면 좋겠다.

박하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짓을 하자, 삼인방이 다가왔다. 그들은 이각이 미리 준비하도록 시킨 보따리를 이각에게 건넸고, 조용히 다시 멀어졌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던 그들의 인기척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이각은 조심스레 속도를 높였다.


-


왕실에서 가끔 휴식을 취할 용도로 사용되던 별궁에 다다르자, 이각은 조심스레 박하를 말에서 내렸다. 깊은 잠에 빠진 것인지 박하는 살짝 뒤척이기만 할 뿐, 깨지는 않았다.

저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선 이각의 눈치를 보느라, 되려 이각보다 더욱 잠을 설치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작은 몸이 저를 걱정하느라 피로가 쌓였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고 미안하다.

박하를 방에다 눕히고, 이각은 삼인방에게 받은 보따리를 풀었다. 그 안에는 평범한 선비 복장이 있었고, 이각은 곤룡포 대신 그 옷으로 갈아입었다.

별로 의미가 없는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왕세자’가 아닌 ‘이각’으로 박하의 앞에 서고 싶었다.

“내 정말 너 때문에 별 짓을 다하는 구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기분은 좋다.


-


꿀맛 같은 깊은 잠에 빠졌던 박하는 눈을 뜨면서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곳에 누워있자,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 박하는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다가 이각의 어깨에 기대 잠들었던 것까지 떠오르자, 잠이 싹 달아나면서 벌떡 일어났다.

분명 쨍쨍한 낮이었는데, 어째 주위는 점점 어두워져 가는 시각이었다.

“어우씨, 대체 얼마나 잔거야? 그건 그렇고 대체 어디 간 거래.”

밖으로 나와 둘러보았지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이각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살랑거리는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 박하였다. 그리고 잠시 궁을 둘러보고 온 이각은 그런 박하에게 다가갔다.

“가끔 네가 이 바람처럼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

이각의 목소리에 반응한 박하가 몸을 돌려 이각을 마주했다. 복장이 바뀐 것에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박하는, 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이각의 시선에 이끌려 이각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언제라도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여, 가슴이 철렁 하곤 한다. 이미 난 네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졌으니까.”

마주한 눈동자를 피하지 못한 채, 박하는 마른 침만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엔 ‘커플 자전거’라는 것이 없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이렇게 산책은 할 수 있다.”

이각이 박하에게 한 걸음 다가가자, 박하는 이각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이곳엔 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없지. 허나 내가 네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며, 항상 너의 곁에 있겠다고 약조하마.”

다시 한 번 이각이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한 번 박하는 뒷걸음질 친다. 이번에는 이각이 빠르게 다가가 박하의 손을 붙잡았다.

“그저 한 남자로서 네 앞에 있고 싶지만, 물론 그럴 수는 없다. 난 왕세자고, 언젠가는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하니 말이다. 어쩌면 너를 외롭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를 상처 입힐 지도 모른다.”

‘이러지마.’

목이 메인 박하가 고개를 저었지만, 이각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내 너를 소중히 하고 아낄 것이야. 그것만큼은 약조할 수 있다.”

‘이러지 말라고.’

“박하 너의 말대로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다. 감정을 최대한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았으니까. 특히 연모의 감정은 더욱, 표현하지 않도록 살아왔다.”

이각의 한마디 한마디가 박하의 심장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리고 박하가 애써 만든 마음의 벽을 허물어버리고, 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온다.

“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을 것이야. 허나 난 배우는 것이 빠르다. 네가 곁에서 가르쳐준다면, 열심히 배울 것이다. 네가 내 마음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내 마음 속에는 박하 네가 가득하다.”

박하의 손을 꽉 쥐고 있는 이각의 손을 통해서도, 지금 이각이 얼마나 필사적인지 잘 느껴진다. 박하가 보기에 답답해 보이던 그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부딪쳐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겠는가. 어쩌면 이것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게, 이각은 지금 필사적으로 박하에게 다가오고 있다.

애매하고도 미묘하기만 하던 이각과 박하의 관계를, ‘진짜’로 만들기 위해.

하지만 박하는 알고 있다. 이 세상은 박하의 세상이 아니므로, 자신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을. 그 무엇도 약속할 수가 없는 입장인데, 서럽게도 이각의 이 고백이 기쁘다. 그래서 더 슬프다.

“……멍충이.”
“…….”

왕세자인 자신에게 감히 ‘멍충이’라고 말한다면, 화를 버럭 내고도 남았을 테지만. 이각은 박하의 목소리에 희미하게 웃을 뿐이었다.

“맞다. 왜 하필 하고 많은 이 중에, 너처럼 어려운 상대를 골랐는지 나도 의문이다.”
“그래, 왜 하필 나야. 너한테는 나 말고도…….”
“그런데 네가 아니면 안된다.”
“…….”
“나한테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네가 필요하다.”

억지로 웃으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던 박하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이각의 진지함에 막혀 입술을 깨물었다.

기어이 제 입으로 그 말을 내뱉어야 하게 되었다. 박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각을 마주하며,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날 좋아하지 마.”
“…….”
“알고 있잖아. 이 사건이 해결될 날이 다가오고 있어. 모든 것이 끝나면 난 내 세상으로 돌아갈 거야. 우린 곧 헤어질 거라고.”

박하의 말에 이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박하의 입으로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심장 저 밑바닥이 뒤집히는 것만 같다. 이각의 앞에서 잘도 이별을 언급한다 싶어, 울컥 화가 나기도 했다.

그건 상상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휙, 박하의 손을 쥐고 있던 팔을 당겨, 자신의 품에 안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가지 마라.”
“……!”
“보내지 않겠다.”
“…….”

차라리 그럴 수 있다면, 좋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하는 알고 있다. 이 모든 일이 끝나면, 갑자기 이곳에 왔던 것처럼 어느 날 홀연히 돌아가게 될 것을. 그렇게 되면 홀로 남겨진 이 남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자신 때문에 아파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죽은 세자빈 원한 풀어준다며.”
“…….”
“너 죽은 세자빈 사랑한 거 아니었어?”
“……네게서 화용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미안하니까.

10년을 넘게 부부로 살아왔는데, 그저 정이 들었을 뿐, 사실은 화용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박하가 나타나고, 박하에게 마음이 가고,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하는 거구나, 깨달았을 때부터. 화용에게 느꼈던 감정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박하에게 느끼고, 줄곧 화용에게 미안했다.

그렇기에 박하의 입으로 화용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박하의 입장에서는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각은 모르고 있지만, 지금도 전 세자빈은 살아있을 테니까. 자신처럼 임시 세자빈이 아닌, 진짜 세자빈인 그녀가 살아있을 것이기에.

“아니. 꺼내지 않을 수가 없어. 왜냐면 그녀는 지금도……!”

결국 참지 못하고 박하가 화용의 생존 사실을 전하려고 하는 순간, 박하에게서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던 이각은 박하의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이각의 입술에 막혀 말을 멈춘 박하는 숨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이각의 가슴을 때리며 밀어내려 해보았지만, 꿈적도 안하던 이각은 오히려 더욱 박하를 제 품으로 끌어당기고, 더욱 깊게 키스할 뿐이었다.

결국 반항을 포기한 박하가 이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산소가 부족하다 싶어질 즈음에야, 이각의 입술이 떨어졌고, 부족한 산소를 채우려는 것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박하를 바라보던 이각의 손이 박하의 볼을 쓰다듬었다.

“…….”

너무 거칠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조심스레 제 볼을 쓰다듬는 이각의 손길에 결국 박하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이각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박하는 휙 몸을 돌려 이각에게 등을 보이고 선다. 미쳤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박하의 등 뒤로, 이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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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좋아한다.”
“……!”

그리고 다시 박하에게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박하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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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은 박하의 등 뒤에서 박하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화용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거라면, 그리하지 말아라. 너와는 다른 의미였다는 걸, 이제는 알았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네가 괴로울 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참아다오. 모든 것이 끝내고서는, 내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너 뿐이니까.”
“정말…… 미치겠네. 이런…… 멍충이. 천하의 멍충이.”

박하의 그런 말에도 이각은 그저 박하를 더욱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

‘틀렸어. 더 이상은 무리야. 더 이상은…… 외면할 수가 없어.’

천천히 몸을 돌린 박하가 이각을 마주했다.

‘나비야, 나비야. 너도 이런 거였니? 너도 이렇게 이 남자를 사랑한 거였니?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전생 같은 것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 했는데, 애초에 박하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나누어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였어. 처음부터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던 거야.’

박하가 손을 뻗어, 이각의 볼을 감쌌다.

‘그러니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은 내 마음인 거지.’

“I love you.”
“……? 그게 무슨 말이냐?”
“……비밀이야.”

닿지 못할 고백을 전하고, 피식 웃는다. 어쩐지 지독히도 피곤한 느낌에, 박하는 이각의 가슴에 고개를 툭 기댔다.

“돌아가자. 지금은 네 빈궁으로 있어줄게.”
“…….”

거절도 아니고, 승낙도 아닌 미묘한 반응. 무언가 입을 열려고 했던 이각은, 애처롭게 떨리는 박하의 어깨를 보며 속으로 삼키고 말았다.

‘사랑하고 있어, 멍충이 저하. 나도 널 사랑하고 있다고.’

꾸역꾸역, 이미 흘러넘치기 시작한 마음을 집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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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445 이제 TV에서 재방은 못해주겠네 ㅇㅇ(39.7) 19.04.29 132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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