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테리어를 하니 시간하나는 옴팡지게 빨리 갑니다.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훌쩍 가버렸습니다.
제일 먼저 제일 큰 유리칠판을 떼냅니다.
벽지에 붙어있던 유리칠판 보다 어려웠습니다.
나무면에 붙어있고, 크기도 크고, 실리콘도 꼼꼼하게 발라져 있습니다.
어려움의 정도는 주마등 센서의 작동 빈도와 비례합니다.
어제 다이소에 테이프 사러 갔다가 발견한 원예용 막대를 이용해봤습니다.
길이도 길고 두께도 적당하고 망치질도 쉬워 아주 훌륭합니다. 강추!
힘 주다가 세 번 깨졌는데
테이핑 안했으면 진짜 세 번 모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많이 찾았습니다.
유리 제거하면서 제일 무서울 때 입니다.
이게 왜 안떨어져... 제발... 제발... 하고 계속 입에서 방언이 터져나옵니다.
원예용 막대를 여러번 뺏다 박았다 하며 결국 마지막 유리까지 떼어냈습니다.
마지막에 쿵!하고 떨어지는데
순간 초인적인 힘이 나와 무거운 유리의 윗부분을 잡았고 조심스레 내려놨습니다.
드디어 떼어냈습니다. 아나스타샤!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유리 떼는 거 별거 아니네 하는 허세가 금세 튀어나옵니다.
병원에 다시 들려 상처 소독받고 엉덩이 주사 한 번 더 맞았습니다.
오늘은 간호사님께 엉덩이를 보여드렸습니다.
간호사님이 엉덩이를 찰지게 때리셔서 제가 놀라는 바람에 바늘이 목표지점보다 조금 위에 꽂혔습니다.
"어머 움직이시면 안되는데!"
"놀라서요..."
아직도 엉덩이가 욱신거립니다.
다시 돌아와서 떼낸 유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폐기물처리 업체에 연락해봤습니다.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6만원이라 알려주시길래 혼자서 처리하기로 결정합니다.
(양이 적든 많든 기본적으로 움직이는데 6만원이라고 합니다.)
마트에 가서 폐기물마대 6천원 어치 사왔습니다.
손 망치로 내려치는데 만렙유리가 또 버팁니다.
빠루로 장작패듯 내려치니 그제서야 깨집니다.
내려칠 때 유리가 튀어 오르길래 얼른 보호경을 썼습니다.
조각난 유리를 마대에 담습니다.
나무 틈새에 낀 유리들은 헤라를 이용해 빼냈습니다.
유리 깨실 때 박스라도 펼쳐놓고 깨시면 저 처럼 두 번 고생 안 하실 것 같습니다.
유리가 마대를 찢고 튀어나오기 때문에 버릴 때 조심해야겠습니다.
거칠거칠한 나무 벽면을 사포질하기 위해 근처를 식탁보로 감싸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멀리있다고 보양작업 안하시면 저 처럼 설거지부터 다시 하셔야 합니다. 슈...바...
왜 이런 목재를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거칠거칠한 나무가 벽면에 붙어있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떼어내기 힘들다고 판단되어 최대한 살려보려고 합니다.
미리 빌려온 샌더기에 220방 사포를 달고 갈아봅니다.
방진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제가 원했던 매끌매끌한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참 시도해보다가 팽개쳐놓고 벽지를 제거를 도전합니다.
일단 분무기를 이용해서 물을 아주 많이 뿌립니다.
벽지가 물에 불동안 다시 도전해보지만 영 효과가 없습니다.
먼지 때문에 눈이 뻑뻑해집니다. 중국을 한참 욕해봅니다.
샌딩기를 꺼도 손이 떨리고
먼지와 소음과 진동 때문에 금방 피곤해집니다.
벽지를 좀 떼다가 산책겸 샌더기를 반납하고 왔습니다.
혹시 몰라 80방짜리 사포를 사왔는데 80짜리는 그나마 잘 갈리더군요.
대여비랑 높은방수 사포값만 날렸습니다ㅎㅎ
생각보다 먼지가 너무 많이 나오고 원하는 그림이 안나와서 고민입니다.
샌더기 쓰면 금방금방 쓱쓱 할 줄 알았습니다. .
계획대로 사포질을 할지 그냥 냅두고 페인트질을 할지
여기 뿐만 아니라 사진보다 4배 정도 더 있습니다....
역시 셀프 인테리어의 묘미는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벽지 떼고...
또 떼고...
사포질하다가 벽지 떼니까 오히려 재미있을 정도입니다.
물 잘 먹은 벽지는 쉽게 쉽게 떼어집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던건 벽지 뒤에 핸디코트질이 되어 있다는 것!
안녕 난 크랙이야
벽에 붙은 패널도 제거하지 않고 페인트 칠해서 살려볼 생각입니다.
청소할 생각하니 아득해집니다.
일단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해장국에 맥주 한 잔 하는데 온 몸이 짜릿하게 맛있었습니다.
돌아와서 청소를 하는데...
이리저리 밟고 다녔더니
벽지가 바닥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합니다.
스크래퍼로 열심히 긁어서 청소합니다.
내일 손님이 오시기 때문에 청소를 해놔야 합니다...
바닥 청소끝나고
나무먼지 닦는데.... 먼지가 안 앉은 곳이 없습니다.
좀 떨어진 주방에도... 식기 위에도... 의자에도... 선반 위에도.....
결국 또 집으로 도망쳐왔습니다.
집에 오니 밤 12시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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