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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소리를 낸 손가락. (소식의 琴詩에서)걸오 행복프로젝트 5-1

팡팡(175.197) 2010.10.29 11:16:00
조회 3353 추천 9 댓글 27

다운의 경우.

일찍 불어온 찬 바람 때문에, 화로를 내 놓느니, 차렵이불을 들여놓고, 솜이불을 내어 놓느니 여종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다운은 뒷줄기를 스치는 한기를 느끼면서 옷을 하나씩 챙겨넣다가 곁에 선 여종을 보았다.
끝분네, 주전부리도 좀 챙겨야겠으니 고리 바구니좀 챙겨줘요.
끝분네가 광으로 달려간 사이 다운은 부엌으로 가서 간식거리를 챙겼다. 재신이 좋아하는 사과며, 빨리 여문 대추열매, 은행, 주약, 낮에 미리 튀겨둔 약과를 함에 담았다. 손에는 아직 새로난 상처가 벌갰다. 약과는 반죽도 반죽이지만 여러번 포개어 튀겨내야하는데, 기름 온도가 너무 높았던지 급한 마음에 그랬는지 기름이 손에 튀고 말았다. 하지만 상처가 대수랴. 상처가 나 손등이 따가와도 음식을 담는 손길은 잠자리 날듯 가벼웠다. 부엌을 나서 끝분네가 들고온 고리 바구니에 과일과 음식을 넣고, 보자기에 따듯한 옷과 버선을 챙겨넣었다.
저...익랑골이라고 하였지?
다운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예에...선돌 아범이 영감마님께 명을 받고 알아본 일이니 틀림 없을겝니다....
끝분네는 집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 별당 아기씨가 전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걱정스러운듯 말끝이 쳐진다.
다운은 손에 옷보따리를 들고, 끝분네는 고리바구니를 들고 조심조심 별당을 나섰다. 시아버지는 아직 퇴청 전이라 괜찮겠지만, 처음 해보는 일에 숨을 죽이고 발끝을 세워 살금살금 문을 나섰다. 익랑골은 동촌 문씨 집안의 가택과 그리 멀지는 않아도 나설 때도 어둑한 감이 있었던데다, 도착할 때 즈음이 되니 짧아진 해가 이미 져서 꽤나 어두웠다. 밤 외출이 처음이라 다운은 끝분어미에게 점점 몸을 붙여 걸었다. 숨는 듯이 걷다 보니, 앞에도 장옷을 쓴 사람 하나가 비복을 하나씩 거느리고 걸어가고 있었다. 밤 외출에 나선 여인네가 자신 하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다운은 천천히 뒤를 따라가듯 걸음을 옮겼다. 장옷을 쓴 그 여인은 이윽고 어느 집 열린 대문으로 들어갔다.
끝분네, 이 근처라고 했지?
끝분네가 깜짝 놀라는 것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다운은 고리를 받아들었다.
아씨...쇤네가..그...
끝분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버럭거렸다.
왜 네가 그걸 직접 들고와?! 순돌이는 뭘 하는게냐!
재신이었다.
그가 열고 나온 한쪽의 방문으로 빛이 새어나와 여인의 얼굴을 비추었다.
덕구가....청국에서....일이 급해서......
큰 재신의 목소리에 비해 여인의 목소리는 나직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단아하고 총기가 흐르는 그녀의 얼굴은 재신을 올려다보며 환하게 불빛을 반사했다. 장옷은 어깨에 걸쳐져 구름같은 머리가 드러났다. 소근한 말 속에 청국...이라는 말이 나오자 재신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다운은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보며 서 있었다. 재신의 다정한 눈이나 툭툭거리는 듯해도 따뜻한 말투는 멀직히 서서도 잘 보이고, 잘 들렸다. 찬 공기가 다운의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움직여주지 않아도 좋을 온몸의 모든 감각이 움직였다. 저 사람이다...혼인날 밤의 그 애끊던 눈물의 주인. 서랍 속의 시문의 주인. 그리고...그리고.....그리고...다운은 몸을 돌려 뛰었다. 어서 멀리 멀리 가야만 할 것 같았다. 뒤에서 끝분네가 당황해서 다운을 쫒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운은 숨이 차올랐다. 하지만 멈추어지지 않았다. 결국 돌부리에 걸려 나동그라져서야 멈출 수가 있었다. 무릎이 아팠다.
이런이런....
눈을 드니 선녀처럼 고운 옷에 산호갓끈을 한 선비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운은 깜짝 놀라 장옷을 쥐고 다시 뛰었다. 선비는 다운을 따라 가는 끝분네를 보고서 쥘부채를 턱에 댄채 고개를 끄덕였다.
요조숙녀는 군자호구라!
선비는 대문가에 떨어진 고리와 옷보퉁이를 주워들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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