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서 자라 같은 학교를 다녔다. 프로무대에 접어들며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갔고 각자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가 됐다.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떨어져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두 선수가 다시 하나가 되었다. V-리그 통틀어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두 선수, 이재영과 이다영이다. 그간 V-리그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봤지만 이제는 흥국생명 소속으로 함께 뛴다.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 화제였던 두 사람을 지난 5월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연습체육관에서 만났다.
‘핫해핫해’ V-리그 이슈메이커, 재영-다영 쌍둥이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소소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마다 화제가 되는 선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일종의 스타성과 함께 실력까지 갖춘 두 선수이기에 파급력은 굉장하다. 두 선수가 느끼는 자신들을 향한 관심을 들어봤다.
이전 <더스파이크> 표지 모델 인터뷰 당시, 정상에 섰을 때 다시 한번 인터뷰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신 바 있어요.
다영 아직 정상에 서진 않았지만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지금 워낙 ‘핫’하잖아요. 나중에 정상에 서게 된다면 또 부탁드릴게요.
다영 정상에 섰을 때 재영이랑 다시 한번 같이 인터뷰하고 싶어요. 지금은 등산 중이에요. 올라가는 과정인 거죠. 근데 오르막길이에요. 그래서인지 힘들어요.
최근 워낙 대세이다 보니 방송 출연도 함께 했어요.
(이재영과 이다영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함께 출연했다)
재영 다영 그날 방송 보고 재밌었다는 연락도 주변에서 많이 왔었어요.
당시 촬영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재영 MC를 보시던 유재석 님이랑 조세호 님이 정말 친절하셨어요.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다영 진행도 정말 잘해주셨어요.
재영 그래서 더 재밌게 촬영한 것 같아요.
이전에 함께 인터뷰할 때는 이제 떠오르는 스타의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됐어요. 인기도 그만큼 많아졌는데, 특히 체감하는 면이 있다면요.
다영 여러모로 많이 느껴져요. 어딘가에 나가면 많이 알아보세요.
재영 우리가 나오는 영상 조회 수가 많이 나오는 걸 보면 느껴져요.
선물도 많이 받으실 듯해요.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다영 뭔가 하나만 기억하고 있진 않아요. 팬들이 보내주신 선물은 다 기억하려 하고 있어요. 하나만 꼽기는 어려워요. 팬분들이 주시는 선물 모두 좋은 것, 이쁜 것만 보내주시거든요. 그래서 뭔가 하나만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두 선수를 함께 응원하는 팬들도 많을 것 같아요. 한 팀이 돼서 좋아하는 팬들도 있었을 듯합니다.
다영 생각보다 저랑 재영이랑 겹치는 팬은 없는 것 같아요.
재영 따로따로인 것 같아요.
다영 스타일이 달라서 그런지 팬층은 생각보다 안 겹치는 것 같아요.
‘언젠간 한 팀에서’ 드디어 이뤄진 쌍둥이의 꿈
과거 이재영과 이다영이 함께한 인터뷰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두 선수는 언젠가는 프로에서도 함께 뛰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FA(자유계약) 자격을 얻기 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있던 생각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한 팀에 뭉칠 기회가 오면서 두 선수는 다시 한 팀이 됐다. 다시 뭉친 쌍둥이의 생활은 어떨까.
이전 인터뷰에서도 언젠가는 프로에서 같이 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확실히 한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봐야 할까요.
다영 그런 생각은 오히려 예전에 더 강했던 것 같아요. 프로에서 연차가 쌓이고 FA가 다가왔을 때는 고민도 조금 있었어요. 재영이는 모르지만 제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재영이와 함께하고자 왔어요. 고민도 많았고 힘든 결정이었지만 다시 뭉치니 너무 좋아요.
한 팀에서 뛰는 게 확정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재영 뭐랄까, 그냥 신기했어요.
다영 저도 신기했어요. 이번에 뭉치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어머니는 다시 뭉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신 게 있을까요.
다영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시진 않았어요. 같이 뛰면 좋겠다는 말도 하셨지만 제가 잘 결정하고 재영이도 잘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외에는 크게 이야기하신 부분은 없었어요.
함께 플레이하는 데는 상당한 자신감을 보여줬어요. 예전부터 워낙 오랫동안 함께 했다는 자신감이 그 원인일까요.
다영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워낙 잘 알던 사이니까요. 쌍둥이잖아요. 그만큼 잘 알고 있죠. 호흡은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재영이가 워낙 잘하고 있잖아요. 제가 볼만 이쁘게 올려주면 공격 성공률이 더 높아질 것 같아요. 재영이는 잘하니까,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서로서로 잘하면 될 것 같아요.
한 팀으로 다시 뛰니까 예전 학창시절 생각도 날 것 같아요.
재영 그때랑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는 어리기도 했고 멋모르고 한 것 같아요. 지금은 프로 무대이기도 하고 저나 다영이나 책임감이 크잖아요. 그래서인지 예전 생각은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서로 피드백도 많이 주고받는다고 들었어요. 한 팀이 됐으니 더 많이 주고받을 듯한데 어떤가요.
다영 제가 팀을 옮기긴 했지만 크게 변한 건 없어요. 하던 대로 똑같이 하고 있어요. 주변에서는 뭉쳤으니까 뭔가 다를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아요. 그런데 그런 면이 크진 않은 것 같아요. 원래 한 팀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에요. 서로 피드백이야 많이 하지만 그 양이 늘어났다는 걸 빼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느낌이랄까요. 해오던 대로 계속하는 것 같아요.
한 팀이 됐으니 물어볼게요. 두 선수가 생각하는 흥국생명 매력이 있다면요.
다영 아 전 말하고 싶은 거 있어요.
재영 이쁜데 잘해.
다영 아냐 아냐, 잘하는 거는 맞는데 최근에 제가 발견한 게 있어요. 거미가 많아요. 운동하는데 거미가 지나가고 웨이트 트레이닝하는데 거미가 구석에 숨어있고 그래요. 흥국생명 매력은 거미가 많다는 거.
팀명처럼 거미가 많군요.
다영 거미가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스파이더스 아니랄까 봐.
혼자도 강력한 쌍둥이, 재영-다영이 전하는 나의 이야기
다시 뭉치면서 더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재영과 이다영은 개인으로 놓고 봐도 주목을 많이 받는 선수들이다. 이재영은 일찍이 대표팀 주축 윙스파이커로 자리 잡은 데다가 V-리그 MVP만 두 차례 수상한 여자배구 대표 선수이고 이다영은 2019~2020시즌을 기점으로 여자부 최고 세터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할 두 선수 각자의 이야기도 담아보았다.
이재영 “매년 다른 마음가짐, 끊임없이 발전하고 싶어요”
Q__이다영 선수가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했던 첫 마디가 있을까요.
사실 그런 거 진짜 없어요(웃음). 자연스레 맞이해 준 것 같아요. 그리고 다영이가 분홍색 유니폼이 엄청 잘 어울리더라고요.
Q__통합우승, MVP, BEST7, 국가대표 등 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들을 거머쥐었네요.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또 다른 동기부여가 필요하잖아요. 재영 선수에게 자극을 주는 동기부여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매년 목표가 달라요. 마음가짐도 다르고요. 다영이가 같은 팀으로 합류했으니까 장점을 살린 현대적인 배구를 추구하고 싶어요. 템포가 빠른 배구를 하면서 성과를 보여주는 게 목표예요. 약간 배구 스타일을 남자배구처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다가오는 시즌 목표는 당연히 통합우승이고요. MVP도 다시 한번 더 받고 싶어요(웃음).
Q__떠올리기 싫으시겠지만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잖아요. 근데 복귀전에서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는데 당시를 떠올려 보면 어떤가요?
그때 생각해보면 마냥 좋았어요. 사실 복귀전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많을 거라고 많은 분이 생각하셨겠지만 저는 오히려 부담도, 걱정도 없었어요. 뭐랄까… 부상 때문에 코트를 잠깐 떠나있어서 그런지 그냥 코트가 정말 그리웠어요. 저는 그 코트 위에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행복했거든요.
Q__다가오는 시즌 이재영 선수가 특히나 듣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매년 저를 지켜보는 팬분들, 선수들, 지도자 선생님들, 그리고 다른 팀 감독님들한테서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다”라는 말을 듣곤 해요. 올해도 “재영이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아 그리고 “역시 이재영”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Q__볼 운동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이다영 선수와 맞춰보니까 어떤가요.
아직 볼 운동을 제대로 하지는 않아서 정확한 대답은 못 드리겠어요. 해봐야 알 것 같지만 걱정은 없어요.
Q__일명 ‘박힌 돌’ 이재영 선수가 ‘굴러들어온 돌’인 이다영 선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항상 어느 위치에 있든 안주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운동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우승이나 개인상도 중요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것’이에요. 다영이도 그런 선수가 되면 좋겠어요.
이다영 “부담은 없어요. 저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Q__팀을 옮기는 데 부담도 있었을 듯해요.
사실 그렇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제가 생각보다 단순해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걱정도 많이 하지는 않았죠. 너무 먼 미래까지는 고려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Q__이번 이적을 두고 이적 자체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Q__아무래도 이재영 선수 덕분에 적응도 편한 건 있을 것 같아요.
당연하죠. 가족이 있으니까 더 편한 것도 있죠. 재영이뿐만 아니라 흥국생명 다른 언니들이랑 동생들도 너무 잘해줘요. 다들 착해요. 그래서 적응하기 더 편해요.
Q__박미희 감독님이 최근 이다영 선수가 여러 감독님을 거치면서 성장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어요. 이다영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피어나는 새싹이랄까요. 아직 갈 길이 멀었어요. 그래서인지 그런 평가를 들을 때 부담을 느낄 때도 있어요.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들 이야기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Q__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렇죠.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잖아요. 이제 시작인 거죠. 나중에 얼마나 더 높은 자리에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개인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저는 자신 있어요.
Q__이재영 선수와 호흡을 기대하는 사람이 가장 많겠지만, 흥국생명 다른 선수 중에 호흡을 기대한 선수가 있을까요.
저는 특정 한 명뿐만이 아니라 흥국생명 모든 선수에게 기대하고 있어요. 한 명만 꼽기는 어려워요. 새로운 팀에서 하는 만큼 모든 선수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Q__세터인 만큼 팀을 옮기면 호흡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한데,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요.
아직은 본격적으로 볼 훈련을 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은 뭐라고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워요.
Q__다른 인터뷰에서 흥국생명 훈련에서 생각보다 편한 면도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흥국생명이 연습할 때는 정말 힘들게 연습하는 데 쉴 때는 정말 푹 쉴 수 있게 해줘요. 그런 점이 좋아요.
Q__이제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출발하잖아요. 새 팀에서 새롭게 보여주고픈 면모가 있을까요.
지난 시즌보다 더 발전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성장하고 단단해진 제 모습을 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부모님부터 동생까지, 운동가족의 삶
<더스파이크> 5월호에 소개된 현대캐피탈 박준혁처럼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역시 ‘운동 가족’이다. 아버지 이주형 씨는 육상(투해머) 선수 출신, 어머니 김경희 씨는 배구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 경력도 가지고 있다. 쌍둥이의 동생 이재현은 남성고 2학년으로 역시 배구선수다. 부모님, 또 동생에 얽힌 이야기도 가정의 달을 맞아 함께 들었다.
남동생도 배구선수예요.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해주나요.
재영 뭔가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제 할 일도 바빠서(웃음).
남동생 플레이가 이재영 선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최근에 본 적 있나요.
재영 제가 경기장에서 실시간으로 남동생 경기를 본 적은 없어요. 경기장에 가도 경기가 끝난 이후에 도착해서 플레이를 못 본 적도 있어요. 영상으로 전국체전 경기는 본 적 있어요. 저랑 스타일이 비슷하긴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역시 내 동생이구나’라는 생각은 했어요.
남동생과 포지션도 같잖아요. 남동생이 뭔가 물어보기도 하나요.
재영 안되는 게 있을 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전화해요. 전화해서 ‘누나, 이게 잘 안돼’라고 할 때는 있어요. 같은 포지션이라서 조언해줄 수 있는 면도 많아요. 그런 건 좋은 것 같아요.
부모님도 운동선수 출신이죠. 배구를 시작할 때 부모님이 운동선수여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요.
재영 아무래도 저랑 다영이 마음을 좀 더 잘 헤아려주셨죠.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우리 입장이 돼서 생각을 많이 하시고 존중해주셨어요. 확실히 운동선수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셨죠. 같은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뭐가 힘들고 뭐가 좋은지도 잘 아셨고요. 그런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보통 어머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아버지는 어떤 쪽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나요.
재영 아빠랑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엄마랑 말은 더 많이 하는 편이죠. 아빠가 조금 무뚝뚝한 편이어서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는 좀 진지한 스타일이라면 아빠는 약간 장난을 칠 수 있는 식이랄까요.
지난주에 이재영 선수 몸이 조금 안 좋았어요(인터뷰 진행 일주일 전 열이 조금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면 어떤 심경인가요.
다영 아프니까 짜증이 난다고 할까요?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아프니까 괜히 짜증 나는 느낌이에요.
재영 다영이가 아프면 걱정되죠. 예전에는 저만 걱정하면 됐지만 이제는 다영이와 한 팀이잖아요. 아프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같이 걱정해줘야 하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지난 시즌 이재영 선수가 부상으로 못 나올 때 이다영 선수가 ‘하트’를 보냈어요. 보면서 어땠나요.
(이다영은 이재영이 부상으로 결장 중이던 2월 4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몸을 풀던 중 이재영에게 ‘재영아, 보고 싶어’라고 하트와 함께 메시지를 전했다. 영상이 나가고 이재영도 SNS로 곧장 답장했다.)
재영 그냥 기분 좋았어요. 힘든 시기였는데 다영이가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줘서 기분 좋았고 빨리 코트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당시에 카메라에 찍히는 거 알고 있던 거죠.
다영 몰랐으면 안 하지 않았을까요(웃음)? 아무것도 없는데 허공에 그냥 하면 뭔가 이상했을 것 같아요.
다른 팀일 때도 연락은 자주 했나요.
다영 서로 팀이 달랐을 때는 솔직히 연락을 자주 하진 않았어요. 저나 재영이 모두 중요한 자리에 있었잖아요. 시즌 중에는 서로 예민하기도 하니까 연락을 자주 하진 않았어요.
시즌이 끝나고 휴가 때는 가족이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을 듯해요. 비시즌에 같이 놀러 가거나 즐기는 게 있을까요.
재영 이번 비시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못 나갔어요. 제대로 즐기지 못했어요. 뭔가 더 즐기고 싶었는데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다영 진짜 집에만 있다가 휴가가 끝났어요. 집에 있다가 사우나 갔다가 뭐 먹고. 그러다 끝났어요. 집에만 있으니 더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주로 푸나요. 이다영 선수는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들었어요.
다영 최근에 ‘부부의 세계’ 봤는데 엊그제 끝났어요. 결말이 너무 답답했어요. 왜 이때까지 봤는지 허무했어요.
재영 저는 다영이 때문에 봤어요. 한참 뒤에 봐서 그전 에피소드는 돈 내고 봤단 말이에요. 근데 결말이 그렇게 돼서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서 봤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재영 선수는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들었어요.
재영 네, 노래 많이 들어요. 요즘에는 나얼의 ‘한 번만 더’ 많이 듣고 있어요. 발라드 좋아하거든요. 조장혁의 ‘Love’도 좋아해요.
1년 연기된 올림픽, “아쉽기도 하지만 소중히 보내야 할 시간이죠”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재영과 이다영 모두 인터뷰 시점에 용인이 아닌 진천에 있었을 것이다. 5월부터 열릴 계획이었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부터 이어지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차출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부분 국제대회는 취소됐다. 줄곧 대표팀에 다녀오던 선수들은 정말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비시즌 훈련기간을 보내고 있다. 두 선수는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보통 이 시기면 대표팀에 차출돼 훈련할 시기지만 국제대회가 취소돼 팀에 있어요.
다영 휴가를 이렇게 쭉 보낸 것도 오랜만이에요. 그래서 기분은 좋았어요. 다만 올해 올림픽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은 좀 속상하기도 해요. 아쉽긴 하지만 내년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준비해야죠.
올해 올림픽이 열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다영 올해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또 생각해보면 부상자가 너무 많기도 했어요. 내년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선수들에게 휴식도 필요했고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이재영 선수는 대표팀 차출이 정말 잦았어요. 이번에는 국제대회가 없으니 그만큼 쉬는 시간도 늘었어요.
재영 뭔가 아쉬우면서도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기계로 비유하면 기계도 계속 쓰기만 하면 녹슬고 망가지잖아요. 이럴 때 휴식을 취하면서 기름칠도 해주고 A/S도 받는 거죠. 이번에는 꽤 오랜 시간 쉬니까, 저에게는 꿀맛 같은 시간이죠. 비시즌에 이렇게 쉬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배구가 또 국제대회가 많은 편이잖아요. 그래서 더 힘들 것도 같아요.
재영 저는 대표팀에 차출되고 경기하는 것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아요. 그것보다 비행기를 타고 계속 이동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자리도 불편한데 그걸 몇 시간씩 앉아서 가니까 그게 너무 힘들어요. 제가 무릎이 안 좋으니까 비행기만 타면 무릎에 물이 차고 안 좋거든요. 그게 정말 힘든 점이에요.
VNL같은 대회는 또 이동이 워낙 많아요.
다영 아시아에서 또 유럽 갔다가 다른 대륙 또 가고 그러니까 시차 적응도 그렇고 정말 힘들죠.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의 휴식이 나쁘지 않은 셈이네요.
재영 다영 그렇죠. 지금 이렇게 휴식기가 있는 게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그렇다면 내년 올림픽에서 꿈꾸는 그림이 있을까요.
다영 메달 따는 거?
재영 메달이죠.
다영 올림픽 메달까지 따면 정말 최고일 것 같아요.
목표는 단연 통합우승 “자신 있어요!”
이재영과 이다영이 한 팀을 이루면서 흥국생명은 차기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대표팀 주전 윙스파이커와 세터가 한 팀에서 뭉쳤으니 그런 평가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 주변 시선과 별개로, 두 선수 모두 차기 시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목표는 통합우승이라고 밝혔어요.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일까요.
재영 그럼요. 잘할 것 같은 기대도 있고, 다음 시즌은 재밌을 것 같아요.
다영 어떻게 보면 다행히도 올해 대표팀 일정 없이 비시즌을 보내잖아요. 우리에게는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기회라고 생각해요.
재영 맞아요
다영 세터가 팀을 옮겨서 새 팀 스타일에 맞춘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올해는 비시즌에 여유가 생겼으니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네요.
다영 그렇죠. 흥국생명 선수들과도 더 오래 합을 맞출 수 있잖아요. 몇 개월간 쭉 호흡을 맞추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요.
같이 뛰는 만큼 주변 기대도 커졌어요.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재영 저는 개인적으로 부담 가지면서 배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예전부터 스트레스받거나 부담 가지고 배구하는 걸 싫어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냥 재밌게 해요.
다영 저도요. 그런 부담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은 없어요.
다음 시즌이 끝나고 원하는 목표를 얻었을 때,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요.
재영 저는 이거요. ‘이재영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다영 나도, 나도.
재영 사람들이 제 키가 작다는 이유로 제 한계가 어떻다, 거기까지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저는 제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한계를 설정하는 걸 보고 화도 나고 속상했어요. 키는 배구선수로서 크지 않지만 한계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예전 인터뷰에서도 마지막에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남겼어요. 당시 이재영 선수는 이다영 선수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세터’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재영 아직 성장 중이라고 생각해요. 자라나는 새싹이죠. 더 많이 노력해야죠.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간 것 같아요. 가능성은 충분하죠. 지금 자리 자리에서 충실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이다영 선수는 ‘제2의 이재영을 꿈꾸는 선수들이 많아지도록 재영이가 더 잘되길 바라요’라고 했는데, 지금 봤을 때는 어떤 것 같나요.
다영 제가 너무 먼 미래 이야기를 하는 건 그리 선호하지 않아서요. 계속 잘해주리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번에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다영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은 부상 없이, 서로 최고의 자리에서 ‘레전드’로 남자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재영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 안주하지 않고 항상 노력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 좋겠어요. 아까도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다영 다들 코로나19 조심하시고요. 다 같이 코로나19 이겨내서 다음 시즌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만나면 좋겠어요. 통합우승합시다!
재영 기대하는 팬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도 실망시키지 않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테니까 계양체육관 많이 와주시면 좋겠어요. 쌍둥이의 파워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영 안녕~
재영 통합우승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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