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냥 여기저기 떠도는 글만 보고 아 원작이 실화 기반이었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념글을 보고 흥미가 동해, 폭풍의 언덕이 에밀리 브론테의 가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좀더 조사해보고 싶어졌다.
일단 나무위키의 폭풍의 언덕 항목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에밀리 브론테의 할아버지 '휴'는 양자였고, 그 할아버지를 입양한 증조부 '웰슈'의 이야기가 바로 폭풍의 언덕의 모티프라는 것
그렇다면 브론테 가문의 가계도를 검색해 보자
가계도는 여럿 나오지만, 전부 할아버지 '휴 브룬티'까지만 나오고, 그 이전의 '웰슈'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시 증조부의 이야기는 근거없는 찌라시인 것일까?
아닛! 문제의 할아버지 '휴 브룬티'를 검색하니 해당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은 위에 나무위키에서 설명된 바와 같다
양자로 입양된 '웰슈'가 쫓겨났다가 부자가 되어 돌아와 가문을 빼앗았고, 후에 '휴'를 입양했다는 것.
이렇게 영국의 나름 공신력 있어 보이는 폭풍의 언덕 소개 페이지에도 쓰여 있으니, 역시 실화기반 썰은 사실이었던 걸까?
위 웹사이트 글의 출처를 묻는 댓글에, 작성자는 1893년에 쓰여진 윌리엄 라이트의 저서가 출처라고 밝혀 놓았다.
그렇다면 저 책을 한번 살펴보자
브론테 가문에 대해 소개한 실제 있는 책이며, 작가 소개를 보면 브론테 가문과 동향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이 작가는 이 책 외에도 다양한 전기물, 기행문 등을 쓴 생각보다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래된 책이 출처고, 작가도 동향사람이라는데 역시 근거가 다 있었다. 실화인 걸로 땅땅 해도 되겠지?
그러던 중 뉴욕 타임스에 실린 저 책에 대한 글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찾았다
"히스클리프의 이야기랑 수상할 정도로 유사한 이 증조부 '웰슈'에 대한 이야기는 폭풍이 언덕이 쓰여진 뒤 50년이 지난 후인 이 책에서 최초로 언급되고, 그 전에는 기록된 적이 없다."
"윌리엄 라이트는 휴 브룬티가 아일랜드의 세입자 권리 이론의 창시자였다고 주장하려 했고, 후손인 패트릭 브론테의 초기 커리어가 장로교의 후원 덕이었다고 주장하기 위해 명분을 만드려 했다."
"그의 조작은 당대에도 이미 학계에 의해 까발려지고 파훼되었다."
"윌리엄 라이트 본인도 자신의 썰의 출처인 앨리스 브론테에 대해, '여러 사건들을 뒤죽박죽 섞어서 얘기해서 파악하기 힘들었다'라고 변명했다."
즉, 윌리엄 라이트는 장로교 신자였고, 브론테 가문이 장로교에 은혜를 입었다는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 가문의 선조 이야기를 폭풍의 언덕 이야기마냥 지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도 이미 뭔 개소리냐며 비판받았다고 한다.
이를 봐서는, 물론 이 책에 실린 가문 이야기가 완전 거짓이라고 확신할순 없지만, 적어도 이미 비판을 많이 받아서 학계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호기심 해결!
세줄요약:
1. 윌리엄 라이트라는 동향사람이 쓴 책의 썰이 출처다
2. 다만 그 책도 그리 믿음직스럽진 않다
3. 오래된 책이라고 아무거나 믿지 말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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