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원념
전반
키아나: 그러니까...디스트로이어를 내버려두고 오는 게 아니었어, 브로냐.
녀석 본인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리폰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브로냐: 메이 언니가 말했다, 이 세계에 너무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키아나: 그래그래, 근데 이제 어떡 할 건데!
좀비들이 미친 듯이 거점으로 몰려들고 있잖아, 분명 디스트로이어 녀석이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는게 틀림없어!
히메코: 그런게 아니야, 오히려 정반대일 거야.
디스트로이어의 붕괴 에너지는 전부 제거했어, 그래서 좀비들은 통제를 잃었고.
키아나: 아아 정말! 하필 이럴때 제레와 벡터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건데!
PP90: 마지막 신호 흔적에 따르면, 지금 거점에 꽤 가까운 곳에 있을 거에요.
그렇기는 해도, 수색할 범위는 여전히 아주 넓어요.
메이: 괜찮아, 우리가 흩어져 찾으면 되니까.
히메코: 나쁘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아.
좀비들이 거점으로 몰려오고 있어, 혼자 나갔다간 너무 위험해.
PP90: 테레사 씨, 주위의 붕괴 발생원을 제거해서 좀비들이 알아서 정지하게 할 순 없나요?
테레사: 이런...완전히 제거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네, 제레와 벡터가 그때까지 버티기는 힘들거다...
브로냐: 브로냐, 잠입 가능.
히메코: 바깥은 완전히 낯선 곳이야, 지형과 적의 분포도 모른채 뛰어 들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효율도 낮아.
PP90: 제가 갈게요, 자주 이 구역에서 순찰을 해서, 그 근처의 지형을 알고 있어요.
Vivi 둘은 아마 신호가 잘 안통하는 곳에 묶여있을 거에요, 저라면 금방 연결을 취할 수 있을 거에요.
키아나: 하지만, PP90 혼자 가는게 더 위험하지 않아?
히메코: 아니, 내 조사에 의하면, 이 좀비 인형들은 철혈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명령이 없는 전제하에선, 인형보다는 인간에게 훨씬 반응이 강해져.
그리고, 인형에게 나오는 기운도 인간 보다 훨씬 희미해서, 좀비 인형들에게 들키기 어려울거야.
메이: 그럼 저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요?
PP90: 좀비들이 이미 사방팔면에서 이 거점을 포위하고 있어요, 여러분이 그리폰을 대신해 이곳을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에요.
테레사: 그정도라면 안심하거라, 키아나여, 좀비 반마리도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
메이: 그렇다 해도, PP90을 위해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어.
키아나: 알았어, 우선 제대로 PP90에게 안전한 길을 뚫어줄테니까, PP90은 벡터와 제레의 행방을 찾아줘.
PP90: 문제 없어요, 맡겨만 주세요.
메이: 위험할 경우에는, 부디 저희에게 연락하세요.
브로냐: 힘내, 또 다른 브로냐.
PP90: 아하하...브로냐 씨를 위해서도, 힘 낼테니까, 안심하세요!
히메코: 키아나, 도중 PP90을 지원하는 것을 잊지말도록.
PP90: 네, 그리고 제가 곧 Vivi와 제레 씨의 위치를 바로 파악할테니까,
그 둘의 지원도 잊지 말아주세요!
테레사: 이제 거점을 지키고, 제레와 벡터만 맞이해주면, 전부 끝나는 거다!
후반
...반시간 후.
...타탕!
벡터: 제레, 아직 견딜만하니?
제레: 제레는...버틸만...해요!
그것보다 벡터 언니가...
벡터: 난 안 죽어, 너가 무사하면 돼.
마음을 다듬어, 심호흡이든, 소수를 세든, 수다를 떨든, 내 뒤통수 치는 것만 아니면 다 되니까!
제레: 으...제레, 제레 알겠어요!
...좀비들은 여전히 끝없이 몰려오고 있다.
벡터: 계속 후퇴해, 이제 곧 지상에 도착할 수 있어!
제레: 바, 발밑에!
...타탕!
...벡터는 번뜩 눈치채고, 아직 꿈틀대는 좀비인형을 걷어차, 두방 더 먹였다.
벡터: ......
고마워...
제레: 무슨 일이죠?
벡터: 아니, 감사를 말하는 게 좀 익숙치 않아서.
PP90이 옆에 있었던 거라면, 또 욱하고 버럭했겠지.
하아..역시 녀석의 주의가 필요했는데...
제레: 분명...믿음직한 친구 분이신가 보네요?
벡터: 녀석 생김새는 너의 브로냐 언니랑 꽤 닮았는데.
근데 좀 시끄러워서, 난 애초부터 그런 유형의 인형하고는 잘 어울리지 못해...
누구에게나 잘해주고, 누구에게나 이쁨받고, 딱 질색인 녀석이야--제레, 계속 물러나!
...벡터는 사격을 계속하며, 제레를 데리고 터널 깊숙히 후퇴하였다.
...좀비들의 공세가 약간 더디어졌다.
제레: 벡터 언니는, 그 사람이 싫으신가요?
벡터: 난 나 자신이 싫어, 아마도...
녀석에게 빚진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고마워"인지 "미안해"인지...
제레: 제레도 이해할 수 있어요...
벡터 언니, 제레와...많이 닮았어요...
벡터: 글쎄......뭐 너는 곧 떠날텐데, 그냥 잊어버려.
...타탕! 타탕!
제레: 제레는 떠나기 싫어요, 빨리 브로냐 언니와 만나서, 이 곳에 쭉 있고 싶어요...
벡터: 이 곳에 있으면 안돼. 이 세계는 엉망이라고.
제레: 제레가 있던 세계보다는 훨씬 나은 걸요...
제레의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벡터: 응...?
너한테는...친구가 많이 있잖아?
제레: 아뇨, 제레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집"도 없고...브로냐 언니도 없고...
제레 저 자신조차...없어요...
...벡터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벡터: 그게...무슨 뜻이야?
제레: 벡터 언니, 뒤의 길이, 막혔어요.
벡터: ...!
...벡터가 뒤돌아 보자, 탈출 경로는 위에서 떨어진 돌벽 잔해로 꽉 막혀 있었다.
벡터: 끝내주는군...
...벡터는 손을 저어보고, 다시 뒤돌아 무기를 좀비로 향했다.
벡터: 분명 전의 폭풍때문이겠지...
미안해 제레, 이 길이 우리를 죽게할 줄은 몰랐어.
제레: 벡터 언니...포기하시는 건가요?
벡터: 미안, 나는 의지가 좀 불안정해서 말이야.
...타탕!
제레: 벡터 언니는...PP90 언니를 보고 싶지 않아요?
벡터: 글쎄.
지금 너 없이 나 혼자였다면,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타탕
벡터:...제레, 내가 미워?
그렇게 약속했는데도, 너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수 없게 되어서...
제레: 아니요.
제레는 이걸로...이걸로 좋아요
이걸로...
곧...벡터 언니의 소원이 이루어질테니까요...
벡터:...?
...벡터는 제레가 살짝 웃은 듯한 것을 보았다, 그때--
??: 이봐! Vivi! 제레!
거기에 있는 거야!?
벡터: PP90, 거기 너야!?
PP90: Vivi--!! 딱 너희가 이쪽으로 올 줄 알았다니까!
아 미안, 이렇게 부르는 거 싫다고 했지...
벡터: 일단 우릴 여기서 꺼내줘, 그건 나중에 말할테니까!
그리고 지금 여기 큰일이거든, 설마 너 혼자는 아니겠지!
PP90: 혼자긴 한데, 폭약을 가져왔어.
우선 좀 물러나 줄래!?
벡터: 얼마나 물러나라고? 지금 앞에 좀비 투성이라고!
PP90: 알아서 해봐, 나도 이 벽이 어느정도 두꺼운지는 모르니까!
터뜨린다, 제레를 잘 지켜!
...삑!
벡터: 야, 잠깐, 우리 아직--!
...콰왕--!!
......
.........
벡터: 켁켁...
PP90! 이 망할...
제레...콜록...괜찮아?
제레: 제레는, 벡터 언니까 감싸줘서, 괜찮아요...
벡터: 내 허리야...켁켁...
PP90! 이 바보야! 죽을 뻔했잖아!
PP90: 콜록...좀비한테 죽는 것 보단 났잖아!
빨리, 내 손 잡아!
벡터: 우선 제레를 안고 가!
제레: 벡터 언니, 뒤에--
...타탕!
PP90: 내가 엄호할게, 빨리 와!
...PP90의 도움에, 제레와 벡터는 순서대로 장해물을 넘었다.
벡터: 구멍을 막아! 좀비들이 들어올거야!
PP90: 하고 있어! 빨리 도와줘!
벡터: 뭐래, 지가 터뜨려 놓곤--!
제레! 너도 좀 도와!
...허둥지둥 구멍을 막았다.
...구사일생한 세 사람은. 벽뒤 좀비들의 울부짖음 속에서 벽에 기대 쉬었다.
벡터: 하아...하아...
대체 무슨 짓이야, 이 바보가...
PP90: 생명의 은인에게 할 소리야?
...PP는 벡터에게 꿀밤을 먹였다.
벡터: 아얏...
PP90: 아픈 걸 아는 걸 보니 몸은 멀쩡하네.
그리고 정신도, 근데 아깐 참 무섭게 소리 지르더라, 너 정말 벡...아니, Vivi 맞아?
벡터: 너 이 녀석...아주 즐거워 보이네.
PP90: 그래, 맞아! 어엄청 즐거워!
...PP90은 벡터를 바라보았다.
PP90: 너가...아직 무사하니까...
벡터: ......
스스로 확인해서 잘 됐네.
PP90: 어? 그래? 그럼 뭐라도 말해야 되지 않아?
벡터:(어깨를 들썩하고) 나중에, 아직 안전해지진 않았어.
PP90: 하하, 아직 준비 덜된 줄은 알았어.
아, 잊을 뻔했네--
제레 씨, 맞으시죠?
제레: ...네.
PP90 씨가 맞죠?
PP90: 응...맞아, 날 아는 거야?
제레: 네.......벡터 씨한테서 들었어요......
벡터 씨가 말한 그.....친구라고....
벡터: 이봐, 제레....
PP90: 아...정말?
제레, Vivi가 또 뭐라고 했는데?
제레: 벡터 씨가 그리고....
브로냐 언니하고 많이 닮았다고 했어요....
PP90: 하하...브로냐 씨 본인도 그렇게 말하더라...
아 맞다, 브로냐 씨는 먼저 거점에 돌아갔어.
이제 만나러 데려가 줄게, 이제 너희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PP90은 제레에게 손을 내밀었다.
......
...하지만, 제레는 반응하지 않았다.
PP90: ...제레?
제레: ...그렇네요
이제 곧 만날 수 있어요.
벡터: 제레...?
제레: 보면 볼수록, 브로냐 언니와 진짜 닮았네요.....
머리 뿐만이 아니라.....눈 속의 욕망도, 외로움도, 친구를 원하는 것도.....
예전의 브로냐 언니와 너무 닮았어요...
PP90: 그...그게 무슨 말이야?
벡터: 제레, 왜 그래?
침착해, 마음을 다듬어...
제레: PP90씨...
지금까지, 몇명의 사람을 해쳤었나요?
벡터:......
PP90: 우린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전술인형이야, 사람을 해치진 않아
.
제레: 히히...
...어둠 속에서, 제레의 어두운 웃음 소리가 퍼졌다.
제레?: 그거 알아요?
몸의 대부분은 인간이긴 해지만, 브로냐 언니도 예전에는 인형이었다는 것을요......
브로냐 언니의 전적......알고 싶나요?
PP90: 제레,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게....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제레?: 그래서, 너 같은 녀석은 못 봐주겠다고......
브로냐 언니의 얼굴로 싱글벙글 하다니 역겨워.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다른 사람을 위로할려고 하다니 철면피도 정도가 있지.
벡터: 제레! 도대체 무슨 일이야!
...벡터는 무기를 움켜 쥐었다.
제레?: 더 이상 연기할 수 없어....
벡터: 응?
제레?: 너 같은 녀석을 상대로, 제레는....더 이상 연기할 수가 없어......
"착한 제레"를 연기하는 놀이도, 더는 못 해 먹겠어!!
벡터: PP90, 조심해...!
...벡터는 제레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벡터: PP90!
...소름 끼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터널 속에 맴돌았다.
...벡터는 PP90 쪽을 바라보지만, 그녀의 몸은 날카로운 궤적에 베여 갈라졌다.
PP90: Vi...vi...
도...망...쳐...
...그대로, PP90은 벽면을 따라 쓰러졌다.
...정적 속에서, 벡터는 자신 뒤에서 뭔가를 휘두르는 소리를 들었다.
제레: 정말로 잃어 버릴 때가 돼서야, 상대에게 신경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
...그렇죠? 벡터 언니.
...털썩
...벡터의 몸도 고꾸라지고 말았다.
제레: 이제 헤어질 시간이에요, 벡터 언니.
이런 소꿈놀이,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네요.
벡터: 제레...
너....처음 부터....
제레: 맞아요, 제레는 제레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레 단 한 사람.
그...어둠에서 온..."나쁜 제레"
지금까지 모두 제레의 연기였어요, "어머니"의 각본대로.
벡터: 어머니...?
제레: 언니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그리고...지금 언니도 제레를 걱정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 역활 너무 힘들었어요, 이렇게 쓸모 없는 녀석에게 무슨 사랑받은 가치가 있다는 거에요?
벡터: 그럼.....넌....어째서...
제레: 이유요? 당연한 걸 모르겠어요?
제레는......커다란 구멍이에요
"사랑"으로 가득히 채워두지 않으면, 일점의 "사랑"도 남을 수 없는 구멍......
그 사람을....영원히 이 안에 채워두지 않는 이상은.....
벡터: 브로냐....
제레: 제레에게 다른 것은 필요없어요, 브로냐 언니를 빼고......
당신들의 세게든, 우리들의 세계든, 다 거추장스러울 뿐이에요.
벡터 언니에게 있어 PP90도 그런 가치가 있나요?
벡터:......
제레: 그럴리 없겠죠, 벡터 언니가 바라는 건, PP90 말고도 잔뜩 있잖아요?
더 많이 인정 받고 싶죠? 더 많이 칭찬 받고 싶죠? PP90 따위, 그저 디딤돌에 불과하잖아요?
인형은 그 인간들 보다는 좀 더 깨끗할 줄 알았는데, 결국, 당신들도 그저 그 더러운 두뇌와 손으로 만들어 낸 쓰레기에 불과해....
벡터: 네 눈엔....우리가 그렇게 보였어?
제레: 숨길려고 할 수록, 오히려 언니를 역겹게 만들 뿐에요.
아, 설마, 벡터 언니 정말로 지금까지 제레가 언니를 격려해 준 줄 생각했나요?
웃기지 마요, 지금까지 오면서, 웃음을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보답으로, 제레는 언니가 이런 곳에서 쓸쓸히 뜯겨 먹히는 걸 보고 싶을 뿐이였어요.
벡터: 그...좀비 들도...
제레: 네 맞아요, 다 제레가 불러 온 거에요.
그저 저 브로냐 언니를 따라하는 삼류 광대가 나타나서, 제레는 더 재밌는 생각이 든 것 뿐이였어요.
이제...같이 죽게 됐는데, 슬픈가요...
아니면...행복한가요....
...제레는 점점 멀어져 가고, 벡터 등뒤의 울음소리는 가까워지기만 했다.
제레: 뭐 어느 쪽이든...제레는 전혀 흥미 없지만요.
벡터: 젠장....제레....
거점으로...가면 안돼....!
제레: 제레는...이제 제 소원을 이루러 가요.
단 하나 뿐인, 바꿀 수 없는 소원을...
작별이에요, 벡터 언니, 그 천한 욕망과 이 세계와 함께 죽으세요.
...제레의 모습은 터널 저편으로 사라졌다.
...얼마 지난 뒤
키아나: 제레?! 제레 너 돌아왔어?!
브로냐: 어서와, 제레.
메이: 제레, PP90 둘은? 왜 같이 오지 않았어?
...얼마 지난 뒤
...그리폰 기지에 경보가 여기저기 울려 퍼졌다.
테레사: 빨리, 녀석을 쫓아!
히메코, 시간이 없어, "그걸" 써버려!
히메코: 여기서??
테레사: 더 꾸물거렸다간 기지가 모두 제레한테 부숴진다고!
빨리!
......
메이: 브로냐!!
......
벡터:.....!
...등뒤의 울음 소리가 벡터를 깨웠다.
...이미 좀비 인형들이 장해물을 넘어, 등뒤로 기어오고 있었다.
벡터: PP...90....
여태껏...못 해준 말이 있어...
오늘은...정말로 최악의 날이야....
하지만 너랑 이렇게 잘 아는 사이도 아니였다면, 그냥 이렇게 죽었겠지....
...벡터는 아픔을 참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벡터: 오늘은,네 녀석 때문에...
...어떡해서든 살아나 보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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