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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리제로 EX - 아이리스와 가시나무 왕 (후편) -9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8 22: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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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이 끝나고, 61대 황제 유가르드 볼라키아가 즉위했다.

 

대관식 당시의 광경은 누구도 보지 못했으나, 즉위했다는 사실 자체는 즉시 성 전체에, 제도에, 제국 전역에 보도되면서, 이번 [선제의 의식]은 완전히 끝났다.

 

[선제의 의식]에 참가한 황자가 최후의 한 사람이 되었고, 즉위를 위한 대관식이 행해지기 직전에 일어난 모반—— 그리고 그 모반을 유가르드가 스스로 제압했다는 사실로 인해서 크게 소란스러웠다.

 

역사의 음지에서 활동하다가 마지막에는 대대적인 역모로 족적을 새긴 골다리오 가문.

 

하지만 만약 휘태커가 살아있었다면 모반 사실을 유가르드의 권위를 더욱 높이는 데 이요했을 것이다.

 

분명, 이것이 옳은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결판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유가르드가 무사히 황제에 즉위하더라도 문제는 산더미처럼 남았다.

 

여전히 유가르드의 가시나무의 힘은 줄어들지도 않았고, 대화경을 쓸 수 없는 상황도, 수백m 안에 타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도 그대로다.

 

그런 제한 하에서도 유가르드는 황제로서 차질 없이 정무를 볼 수 있도록 상황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일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휘태커가 사라진 것은 유가르드 정권에 큰 타격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가르드 정권에서 가장 큰 문제는 휘태커의 부재가 아니다.

 

그건 바로——,

 

 

 

콜록, 콜록.”

 

자기 방으로 돌아온 아이리스는 입가에 손을 대고 크게 기침을 했다.

 

기침은 잠깐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나와 결국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 기침하다가, 수십초나 지난 후에야 진정된다.

 

진정된 상태에서 손을 내려다보자——, 손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얼룩져 있다.

 

아이리스공, 너무 무리하는 것이오.”

 

옆에서 리넥이 쭈그리고 앉은 채 말을 걸었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무릎까지 꿇은 아이리스의 등을 그가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런 배려도 눈치채지 못했다면서, 아이리스는 어떻게든 미소를 짓고,

 

, 괜찮아요. 무리라니, 전혀 아니에요.”

 

피까지 토하는데, 무리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무리요! …역시 이런 방법은 그만둬야겠소. 유가르드 각하보다, 아이리스 공 쪽이.”

 

정말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피로 얼룩진 입술을 손등으로 닦고, 그렇게 답하는 아이리스를 보고 리넥은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을 자책하는 리넥의 모습에 아이리스는 자신이 그의 죄책감을 이용해 이 상황을 만들어냈음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그 날, 유가르드가 휘태커에게 모반을 당하고, 전대미문의 정변에 제국이 휘청거린 가운데, 아이리스는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순간,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머리가 돌아가면서, 아이리스는 유가르드가 휘태커의 모반의 칼날을 받아들이며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가시나무의 왕]의 영향력이 커져 황제의 정무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한 유가르드는 선제의 의식을 마친 상황에서도 퇴진하려면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아이리스와의 일이 없었다면, 유가르드는 선제의 의식을 사퇴하고 영지의 안도만을 바랐을 욕심 없는 자다.

 

그런 그가, 칼날을 받아들이는 미래가 아이리스에게는 뚜렷이 보였고——,

 

그런 건, 안 돼…”

 

유가르드가 목숨을 잃는다.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아이리스는 온 몸의 피가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사실은, 그 사실만으로도 보고 있는 세상에 큰 그림자가 드리워질 사건이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은 유가르드 엘칸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유가르드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로, 누구나 존경해도 마땅한 인격자이며,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볼라키아 제국의 여러 면모들이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엘칸티령에서 살았던 아이리스가 보증할 수 있다. 엘칸티령을 그토록 좋은 곳으로 만든 유가르드의 능력은 제국 전역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선생님, 부탁이 있어요.”

 

뭐요…?”

 

광전병에 대해서는 저도 알아봤어요. 병을 고치는 데 사용한 약초선생님이라면, 다른 사용법도 알고 계시겠죠?”

 

그건설마?!”

 

?! , 그게 뭔 소리야.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아이리스가 던진 말에, 리넥은 짐작이 간 것인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서 아이리스를 부축하고 있던 볼카스가 언성이 높아지며 설명을 요구했다.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는 볼카스의 손에 손을 얹고, 아이리스는 말했다.

 

제 몸은 어떻게 되든 좋아요. ——제발 저를 다시 한 번, 그 사람과 접촉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그래서 리넥에게 달이게 한 것이 광전병을 유사하게 재현하는 탕약이다.

 

그 탕약을 마시면 아이리스는 자신의 몸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대신,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정 이상의 통증을 막고 유가르드의 근처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부담이 아이리스의 심신을 격렬하게 소모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탕약이 아니오. 이건. 소생이소생이 달이고 있는 것은 독이지 않소.”

 

선생님…”

 

아이리스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분을 토하는 리넥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짓게 하며, 후회를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이리스다. 이대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할 것 같아서 입을 열으려 했으나——,

 

——너가 사과하지 말라고.”

 

거친 목소리와 함께 아이리스의 몸이 번쩍 들렸다.

 

짐승의 털로 뒤덮인 건장한 팔이 아이리스를 들었다.

 

여기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당신은 다음 [구신장]이 되실 수 있는…”

 

그래서 뭐. 나는 제국을 따르는 게 아니야. 너를 따르고 있지.”

 

————

 

황제 녀석에게도 그렇게 말했어. 걔도 상관없댄다.”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검은 낭인은 어떤 걸 느껴서인지, 신음소리를 냈다.

 

분노라면 그 화살은 어디로 향할까. 슬픔이라면 어디로 향할까.

 

제가 당신에게 뭘 해드려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럴 필요 없어. 옛다, 물이다.”

 

아이리스는 침대에 걸터앉아 물이 담긴 잔을 건네받았다. 꿀꺽, 피맛이 나는 물을 삼키고, 아이리스는 깊게 숨을 내쉰 후 핏기 잃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 몸은 괜찮아졌어요. 이제, 완전히, 완전히, 괜찮을 것 같아요.”

 

——. 이봐, 대관식은 끝났어. 이제 이걸로 황제 녀석한테 대들 놈은 없어. 삐쩍 말라서 대들 생각도 안 들긴 하지만. 어쨌든,”

 

——. 아뇨, 안 돼요.”

 

——쯧, ! 왜 너는 그렇게까지…!”

 

“…각하의 곁에 있고 싶어요.”

 

언성을 높이면서까지 아이리스의 심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볼카스를 향해 아이리스는 이렇게 답했다.

 

정당성도 없으며, 볼라키아 제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으며, 사정을 알고 있는 볼카스와 리넥에 대한 배려도 없이, 그저 아이리스의 임금님께 가고 싶어서.

 

아이리스라는 한 여자가 유가르드라는 사랑하는 남자 곁에 있고 싶어서.

 

오직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깎고,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남자를 속이면서 계속 독을 마신다.

 

경멸하셔도 괜찮아요. 선생님도, 이걸 달이는 방법만 알려주신다면, 이제는 안…”

 

이건!”

 

————

 

이건 제조하기 어려운 약이오. 알려줘봤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오. 무엇보다, 소생에게는 이를 받아들인 책임이 있소…”

 

괴로워하면서도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면서 리넥은 아이리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리넥의 말에 아이리스는 눈을 내리깔고 볼카스를 바라봤다. 늑대인간의 눈동자 속에서 비춰지는 자신을 보며, 아이리스는 자신의 결단에 대한 벌이 내리기를 기다렸고,

 

나는 네 녀석한테서 안 떠날 거다. 두고 봐라.”

 

——. 고집쟁이.”

 

네가 할 소리냐, 멍청아.”

 

조용한 목소리로, 지금까지 했었던 욕들 중 가장 상냥한 욕을 먹으면서 아이리스는 작게 웃었다.

 

그러고선 앉아 있던 침대의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쉬기 시작했다. 가능한 한, 체력을 온존해 두고 싶다. ——유가르드와 같이 있는 것 외에는 시간을 쓸 수가 없었다.

 

깨어 있는 동안에도, 자는 동안에도, 자나깨나 유가르드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열정적으로, 하지만 사랑에 빠진 처녀와 달리 순진하게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

 

유가르드 각하. 저는 당신을.”

 

——아이리스는 가시나무의 왕에게 목숨을 건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해요.”

 

 

 

△🔽△🔽△🔽△

 

 

 

——전 날까지 장맛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는데도 그 날은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아, 분명 한동안 밤하늘에서 화려하게 빛날 것이라고 생각날 정도였다.

 

별은 싫지 않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은 그 곳에 있다. 변하지 않고 그렇게 있어주어서 구원받을 수 있었다.

 

태양마저 뜨고 지며, 달조차 차다가 줄어든다.

 

별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별은 좋았다.

 

나의 별, 이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다.

 

자신이 그런 식으로 여자를 부를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 도 없다. 얼마나 철면피여야 남을 그렇게 불러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에게는 무리다.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부르고 싶은 기분은 안다.

 

강한 자도, 약한 자도, 남자도, 여자도, 인간도, 아인도, 어둠 속을 걷는 것은 두렵다.

 

별은 이정표다. 두려워 견딜 수 없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는 길잡이다.

 

그래서 그녀의 존재는 자신에게 별이었다.

 

 

 

——큭

 

터질 정도로 심장이 아팠으나, 볼카스는 입으로 나오려는 신음 소리를 꾹꾹 눌러담았다.

 

얽히고설키는, 보이지 않는 가시나무의 가시에 생명의 근원이 꿰뚫리는 감각은, 전사로서 제국의 최고봉으로 칭송받기에 이른 볼카스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견딜 수 없는 고통도, 차가워지는 마음과 비명을 지르는 감각에 비교하면 별 것이 아니었다.

 

——너는 바보다.”

 

신음을 참았지만, 참다못해 진심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웅크리고 있는 볼카스의 발 아래에는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는 여자가 있다.

 

부드러운 아마색 머리에,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감추려고 어울리지 않는 화장을 한 앳된 얼굴이다. 가냘픈 몸으로 고통을 견디기 위해 독을 마시고 꿋꿋하게 버티던 여자다.

 

창백해진 얼굴로 쓰러진 아이리스를 볼카스가 안고 있다.

 

얼굴이 창백해진 것은, 아이리스의 등에서 가슴까지 쭉 이어진 날카로운 상처가 이유였다. 생명의 등불이 등에서 도려져 꺼져 가고 있다. 날카로운 칼날, 아니——

 

가시로 얽혀 있는 그녀의 심장을 도려낸 것은 짐승의 발톱이다.

 

아이리스의 몸을 끌어안은 다른 쪽 손에는 그 작은 생명의 근원이 담겨 있다.

 

“…?”

 

여린 남자의 목소리가 수정궁 정원의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두 사람은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 매일마다 있는 정무 속에서 하루에 한 번씩은 황제와 황비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만남의 시간을 반드시 이 곳에서 보낸다.

 

그 곳에 있을 수 없는 검은 수인과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보면서 남자, ——유가르드 볼라키아가 푸른 눈을 부릅뜨고 서 있다.

 

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문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여러 가지 의문들에는 여러 가지 답을 할 수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손톱으로 찌를 거라면 아이리스가 아니라 유가르드 쪽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는 편이 자신도 더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무리의 우두머리에서 큰 무리의 우두머리로, 그 큰 무리들 중에서도 더욱 큰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유가르드의 존재는 없어져서는 안 된다.

 

아이리스의 말대로, 볼라키아 제국한테서 유가르드를 빼았을 수 없다.

 

유가르드가 죽으면 제국은 황폐해지고, 흐트러지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될 것이다.

 

그건 자신도, 아이리스도, 유가르드도, 그 외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원하지 않을 결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할 수 없으며, 그 쪽을 고르지도 않았다.

 

대신 이렇게 했다.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독을 마시지 않고, 나아질 방법은 두 가지 뿐.

 

독을 마실 이유가 없어지거나, 독을 마실 수 없게 되거나.

 

그래서——,

 

————

 

입을 크게 벌리고, 손으로 들고 있는 너무나도 가벼운 생명의 근원을 안에 떨어트렸다.

 

피 맛이 나는 그것을 먹고, 삼키고, 위장으로 떨어트려, 검은 털이 그녀가 흘린 피로 더러워지면서, 천천히 그 가냘픈 몸을 안은 채 일어나 상대방과 눈이 마주쳤다.

 

아이리스를 잃으면 유가르드는 자포자기할 지도 모른다.

 

그 때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아이리스는 목숨을 걸고 계속 미소를 지어 왔다. 그것을 자신이 독단적으로 끝냈다. 계속 살게 할 방법은 있다.

 

가시나무의 왕은 화를, 너무나도, 너무나도 잘 내니까.

 

그 분노를——,

 

대체 왜.”

 

늑대 인간의 본성이니까. 처음 인정받았을 때부터, 쭉 이 순간을 노려왔었다, 멍청아.”

 

볼카스———!!!”

 

피로 얼룩진 송곳니를 보여주며 비웃은 직후, 검풍이 날아왔다.

 

허공의 칼집에서 뽑혀 나온 양검이 온 세상을 불태울 기세로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다가왔다. 그 양검을 볼카스가 아이리스를 안은 팔에 힘을 실어 맞받아쳤다.

 

하지만 쇠마저 찢는 자랑스러운 발톱은 볼라키에 제국의 귀한 보검에 한 합도 못 버티고 손가락까지 날아갔으며, 손목이 끊어지고, 오른팔이 팔꿈치째 베여 날아갔다.

 

그리고 양검 볼라키아의 진정한 위협이 거기서 힘을 발휘했다.

 

——오.”

 

베여나간 팔의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볼카스의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참격을 받은 순간, 상처가 타올랐고, 검은 털의 늑대인간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채 숨이 가파라졌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볼카스는 왼팔에 안은 아이리스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몸에 불길이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어이없어했다. 상식을 초월한 검이다.

 

어이가 없어진 그 찰나의 순간에 의식이 불타버릴 것 같았지만, 아직 포기할 수 없다.

 

아직, 아직,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볼카스는 무리를 존중해 왔다.

 

무리란 자신의 소속을 의미하는 것이며, 볼카스에게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 무리란 볼라키아 제국이며, 엘칸티 군이며, 리넥과 동료들이며, 늑대인간들이며.

 

이것들이 볼카스에게 있어서, 만물을 판단할 때 가장 큰 기준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그 우선순위를 바꿨다.

 

무엇보다도 무리를 우선시해왔으나——이제는 []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바꾼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타면서, 폐에 남아 있던 얼마 남지 않는 숨으로, 볼카스는 불길의 건너편에 서 있는 유가르드를 바라보며 선언한다.

 

양검의 불길에 그을려, 꺼지지 않는 불에 영혼까지 타오르는 볼카스가 무슨 마을 해보았자, 억지를 부린다며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가르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시나무의 왕]이니까.

 

나를 죽이면 너는 미움받을 것이다. 다른, 동포의, 송곳니가, 너를…”

 

지금, 그런 말을 해봤자——"

 

불길의 건너편에서 유가르드의 표정이 비통하게 일그러지며 말을 멈췄다.

 

감정적으로 폭발해 볼카스에게 고함을 지를까 생각하는 충동이 스쳐 지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충동을 억누르고,

 

그대의 악의가 동포를 통해 제국을 노리려 한다면, 얼마든지 오도록. 짐의 손으로, 그 사악한 마음을 뽑아버리겠다.

 

“….”

 

쥐어짜듯이 유가르드가 단호하게 말한 것을 들으면서 볼카스는 웃었다.

 

정말로, 이성적이고, 황제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황제다운 말투다.

 

하지만 평상시의 유가르드였다면, 그래도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끈기 있게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기다리지도 않고 볼카스에게 양검을 휘둘렀다.

 

네 녀석도, 평범한 남자이지 않냐.”

 

아이리스의 죽음을 보고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 유가르드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보람은 있었다. 살아서 할 일은 마쳤다. []을 우선시하고, 자신하고는 무관했던 늑대인간들이라는 무리를 끌어들인 것은 미안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남은 건 이제,

 

너는 천천히 와라.”

 

멋대로 이런 짓을 했다고 그녀에게 혼나는 동안에만 그녀를 독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이것이 가시나무의 왕을 사랑한 소녀를 사랑한 늑대인간, 볼카스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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