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언더킹의 서사나 인물 자체를 좋아한데다

대거폴이 엘더 시리즈 중에서 스토리는 가장 좋은 편이라길래 한번 해봤음

직접 해볼 사람들을 위해 스토리에 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겠음

캐릭터 생성부터 복잡한데, 대충 종족 선택하고 별자리 고르거나 잘하는거 몇개 고르면

끝나는 후속작들과 달리뭘 얼마나 잘하는지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음

뿐만 아니라 어떤 재질의 장비는 못 쓰는지 등의 불이익,

트롤 수준의 회복력을 지니거나 만독불침의 몸이 되는 등의 특성,

귀족이나 농노 등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같은 것까지 설정이 가능함

망령들이 후속작들 커마가 너무 단순해졌다고 불평하던 이유를 바로 알겠더라

1차적으로 맞춘 이후에도 랜덤하게 뜨는 설문 선택지를 통해

에보니 단검같은걸 주거나 주인공의 배경을 만들어주고

주사위 굴111림을 통해 추가로 스탯을 찍을 수 있음

스탯 하나 최고점까지 찍는건 너무 쉽고 특성으로 최적화만 잘한다면

게임 시작부터 주인공을 에보니 워리어로 만들 수 있는 수준임

대거폴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라 볼 수 있는 던전 꼬라지,

튜토리얼 던전부터 저 모양인데다 어디로 가야 출구가 나오는지

힌트 같은 것도 없는 완벽한 미궁이라 꽤나 해매야 함

내부는 너무나 어둡고 성의 없이 그냥 큰 방이랑 좁아터진 복도로 도배해둔 탓에

후속작들처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맛은 없고 눈 아프고 그냥 고통스러웠음

나름 의미있는 메인퀘 던전조차 입구 근처나 퀘스트 목표가 있는 방을 제외하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수준임 한번 길 잃으면 한참을 해매게 되는데 맵 꼬라지를 보면 알겠지만

공략 보고 가는게 아니면 해매지 않고 도착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

저것도 전부 밝힌게 아님

그래도 메인퀘 마지막 던전의 경우 상당히 잘 만들었는데,

몽환적인 배경음악이나 온갖 기믹과 퍼즐, 하나하나 수제작한 맵들을 통해

에이테리우스에서 온갖 차원을 넘나드는 여정을 잘 표현했음

마지막이라고 힘준 태가 나더라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되는데 이것만큼은 직접 해봐야 앎

어느 마을에 가서 누구 찾아라는 식의 퀘스트는

마을 주민들한테 수소문해가며 가야함

아무 의미없이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한량한테 길 물을때

건성으로 물어보면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며 꼽주고

정중하게 물어보면 왜 말을 그따위로 하냐고 꼽줌

던머들이 외지인 배척한다 폐쇄적이다 말 많이 나오던데 이쪽이 더 심함

모로윈드에서는 뇌물 좀만 먹여도 술술 불던데 얘네들은 그것도 안되고

재미없는 복붙 돌려막기 서브퀘를 몇개씩 깨면서 호감도를 올려야됨

대부분의 메인퀘나 복붙 던전에서 폐지 주워오라는 퀘스트의 경우

퀘스트 창에 떠있는걸 클릭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좌표를 찍어주며

가는데 얼마나 걸리고 돈은 얼마나 필요한지 전부 계산해줘서 편리함

물론 가는 것만 편리할 뿐, 도는건 더럽게 고통스러움

NPC들의 경우 주요 인물들을 제외하면 죄다 모델링이며 스프라이트며

전부 돌려쓰기 때문에 하임스커나 리디아 같은 인물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음

심지어 위 사진처럼 랜덤 NPC가 주요 인물 모델링 긴빠이 치는 경우도 있더라

이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예시는 우드본인데,

얘는 대거폴의 메인 플롯이나 음모 등에 모조리 연관되어있던

배후이자 나름 멘카 케모런 급의 포지션이었음

그런데 여기다 그냥 랜덤 잡몹 모델링을 씌워둠

덕분에 저거 때리기 전까지 우드본인지 몰랐음

아무리 유니티로 다시 만들었다 한들 기반이 되는 게임 자체가

요즘의 시각으로 볼 때는 하자가 너무나 많아 꼬접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둘이 아니었음

그래도 화약고 위의 평화를 유지중인 일락 만 세력들의 스파게티마냥 얽힌 정치,

누미디움의 귀환, 주인공의 손에 달린 이들의 운명 따위를

메인퀘에 상당히 잘 녹여낸 덕에 몰입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음

메인퀘의 인물 중 오시니움의 왕 고트워그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생긴 것과 달리 개인의 욕심이 아닌 오로지 동족의 인권을 위해 움직였으며

게임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보다 신사적이며 정치질도 잘함

그저 오크라는 이유만으로 살육 당하는 자신들의 처지에 호소하던게 꽤 안쓰러웠음

그럼에도 누미디움 조이스틱은 언더킹에게 줬음

결국 누구한테 주든 피바람이 불 것이 뻔한데다

내가 언더킹을 선호하기 때문

되새겨보면 별거 없는 게임인데도 꽤나 여운이 남음

스토리 조금 다듬어 리메이크한다면 훌륭한 물건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듦

온갖 성의없는 복붙 요소들만 견딜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라 생각함

스팀에 무료로 올라와있으니 한번 찍먹해보기를 추천하며 글을 마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