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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언젠가 써보려고 했던 YM 호리카와 라이코 엔딩

벨페고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7 00:06:30
조회 519 추천 1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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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츠쿠모가미의 공연은 환상향의 명물 중 하나로, 인요가 모두 모여 즐기는 축제였다.

무려 그 하쿠레이의 무녀조차,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뭐 어쩔 수 없지.'라는 말과 함께 인요가 섞여서

공연을 즐기는 것에 토를 달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실종되었다가 몇 년 전에 돌아온 북의 요괴였다.

본래 전통북의 요괴였던 그녀는 츠쿠모 자매의 전통 연주에도, 프리즘리버 자매의 서양악단에도 녹아들 수 있었고

나아가 쿄코와 미스티아의 락밴드에서도 분위기를 띄워줄 수 있는 존재기 때문이었다.

공연 내내 모든 파트에서 쉬지 않고 연주하는 그녀였기에, 자연스레 그녀의 존재는 최고의 관심거리였다.

─다만, 그렇게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그녀의 모습은,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스케쥴이 시작하기 전 간이 대기실에서 모두가 긴장을 풀기 위해 떠드는 그 안에서도

간간히 연주 동안 열이 차오른 몸을 식히려 물병을 들어올리던 그녀가 그 안을 멍하니 바라볼 때에도

공연이 끝나고 비어버린 관객석을 바라보며 무대 끝에 걸터앉아 있을 때에도

그녀는 분명 거기 존재했지만, 어디론가 떠나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공연이 시작되고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또다시 그 곳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발했기에

츠쿠모 자매도, 프리즘리버 자매도, 요수악단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낙엽이 지는 산골목에, 술병을 들고 혼자 걷고 있는 호리카와 라이코가

오늘 이 곳에 오게 된 이유를 아는 사람도, 지금 이 곳에 있다는 걸 아는 요괴도 없었다.

무대 위의 그녀와 무대 밖의 그녀는 전혀 다른 존재나 다름없었다.


라이코의 걸음이 멈춘 곳에는 주인 없는 봉분이 솟아있었다.

천인공노할 짓이겠지만, 그녀는 아랑곳 없이 그 위에 걸터앉아

들고 온 술병을 입에 댔다.


"저기, 듣고 있어요?"


안에 있던 것을 삼키며 말하는 라이코의 얼굴은 충분히 상기되어있었다.

쌀쌀해진 가을 날씨가 그녀의 얼굴에도 단풍이 지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술기운이 돌아서 취기가 그녀의 피부에서 뛰노는 것일까

─어쩌면, 그녀의 눈가에 젖은 눈물이 기억을 떨쳐내기 위해 붉은 기운을 모아 삿된 것을 쫓는 것일까.


"아니. 오늘부터는 말을 놓을래요. ...놓을게."


말끝을 고치며 다시 한 모금.

그녀는 오른무릎을 끌어당겨 팔로 감싼 뒤 그 위에 턱을 괴었다.

술병이 그녀의 손끝에서 흔들거렸고, 그녀의 턱은 웅얼거리면서 말끝을 붙잡느라 필사적이었다.


"나, 어떻게 해? 공연을 준비할 때에도 당신의 얼굴이 보여. 집어든 물병 안에 당신의 숨결이 느껴져. 아무도 없는 관객석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라는 건 야속하게도

물을 붙잡는 것보다도 더욱 헛되게 그녀의 입술을 빠져나갔다.


"미쳐버릴 것 같아... 마을을 지날 때 옷깃이 스친 남자가 당신 같아서, 뺨에 와 닿는 햇살이 당신의 손길 같아서, 거울 속에 마주한 나조차도..."


툭.

투둑.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라이코는 그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당신의 것...같아서...미쳐버릴 거 같단 말이야...어째서...어째서..."


그녀는 무릎을 더욱 끌어당겼다. 양 다리가 무덤 위에 불안하게 앉아있는 그녀의 얼굴 가까이 올라왔다.

가슴이 눌려 답답할 법도 하지만, 그런 답답함이 자아내는 온기에 집착하듯 그녀는 더욱 세게 팔을 조이고 얼굴을 파묻었다.


"이렇게...날...당신의 걸로...당신의 물건으로 만들어놓고 가버린건데....왜....응...? 대답 좀 해봐...."


대답은 없었다. 손길도 없었다.


"처음엔...당신이...오빠였지만....이젠...내가 누나니까...누나 말 들어...응...? 뭐라도 말 좀 해봐...제발..."


젖어있는 목소리가 산을 타고 내려가 낙엽을 적셨다.

─산이 라이코의 머릿빛과 같은 붉은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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