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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TW]마리사의 환상향-요괴의 산 산록~요괴의 산 산정앱에서 작성

ㅋㅂ(112.167) 2020.04.21 02:10:31
조회 328 추천 7 댓글 6
														

아 엔딩 얼마 안남았는데 의욕이 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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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

마리사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죽을 힘을 다해 달린다. 쏟아지는 비가 그녀의 무녀복을 적셔 몸을 무겁게 만든다. 땀냄새가 비와 섞여 열기와 함께 묘한 냄새를 풍긴다. 등 뒤에서 백랑 텐구들이 두 발로 혹은 네 발로 달려온다. 그들의 눈과 코를 속일 순 없다. 그들을 속이고 숨는다는건 지금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 날면 까마귀 텐구들의 이목을 끌테니 남은 선택지는 산 정상에 있는 모리야 신사 뿐이다.



마리사는 잘못한게 없다. 잘린 손목이 목 매달은 끔찍하면서도 기괴한 광경을 보고 난 뒤 알 수 없는 현기증에 숲 밖을 나와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정상이 아닌 세계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그 것들을 만났다. 새하얀 머리털의 백랑 텐구 셋이었다. 그들은 각기 등에 대검과 방패를 지고 몰개성하게 똑같이 생긴 얼굴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마리사 옆을 지나갔다.

"하필이면 이렇게 대놓고...."

곤란했다. 텐구, 특히 요괴의 산에 사는 텐구들은 외부인을 꺼려하니 쫓아오지 않을까. 그녀가 애용하던 챙 넓은 모자가 없으니 얼굴조차 가릴 수 없어 마리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텐구들을 지나갔다.
지나쳤다. 옆을 지나쳤다. 텐구들은 마리사를 못 보기라도 한 것마냥 마리사가 지나가도 제 갈 길을 갔다.

".....어?"

평소의 산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바쁘기라도 한걸까. 말이라도 걸 줄 알고 긴장했던 자신이 한심해질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찬스다. 이대로 정상을 오른다. 기회를 걷어찰 마리사가 아니었기에 텐구들의 시야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찰박찰박

걸음을 서두르려 발을 딛자 고인 흙탕물에 발이 들어갔다 나왔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느낌이 든 그녀가 돌아본다. 저 아래로 내려가던 텐구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탓일까, 입에선 아무 것도 아닌 말이 나왔다.
텐구들이 마리사를 보는 눈이 이상했다.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며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감시를 당하고 있다. 순간 아까 본 것이 기억났다. 의심 받는게 아닐까? 그들은 손목들이 잘려진 그 광경을 알고 마리사를 의심하는게 아닐까?
마리사는 심호흡을 했다.
침착하자. 침착하고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말하자.

마리사는 속으로 되뇌었다.

타타타타탁

그러나 마리사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다리는 마리사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정상을 향해 달렸다.

"자, 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스스로의 다리를 손으로라도 붙잡아 세우려했던 마리사였으나 이내 곧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다리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마리사를 향해 쫓아오는 백랑 텐구들의 얼굴이 세로로 갈라져 갈라진 고깃가죽 틈으로 손들이 뻗어나와 마리사를 가리킨다. 비난하듯 삿대질하지만 그 손들의 몸은 마리사를 잡아 찢어죽일 것처럼 맹렬하게 앞다투어 그녀를 쫓는다.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네 죽기살기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머리가 핑핑 돈다. 장대비를 맞으며 단내가 날 정도로 막대한 체력을 소진한다. 살려달라고 소리쳤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소리에 이끌려 나타나는 존재는 괴물 텐구의 편일까, 산의 침입자인 마리사의 편일까.
마리사는 숨을 돌릴 수 없다. 그저 달리고 달렸다. 인간과 텐구라는 불합리한 신체 스펙 덕분에 몇 번이고 붙잡힐 뻔했지만 그럴 때마다 빗자루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짧게 도약해가며 단기적으로 위험에서 벗어났다. 소리가 요란하니 오래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 빗자루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마리사가 마법사라는 사실이 이 때만큼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까-악!"

한참을 두 다리와 빗자루를 번갈아가며 사용해 위기를 벗어나던 차에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만 해도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울음소리 중 하나인 까마귀의 울음소리다. 불길함의 상징이기도 한 그 울음소리가 현재 마리사의 상황을 대변하듯 우렁차게 산에 울려퍼졌다.

푸드드드드득

첫 회의 울음소리가 울리자 주변 숲에서 까마귀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까-아악!"

좀 더 긴 울음소리가 두 번째로 들리자 마리사의 고개도 하늘을 향했다. 그녀의 목울대가 침을 힘겹게 삼킨다. 주저앉고 싶었지만 죽고 싶지 않았기에 다리는 열심히 움직이려 했지만 그녀의 낯빛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거대 까마귀. 숲에서 날아오른 까마귀들이 전부 한데 모이면 나올 것 같은 크기의 까마귀가 마리사를 내려본다. 날개를 제외하고 온 몸에 돋아난 눈으로 말이다.

"감시 받고 있어. 당신의 어제는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오늘입니다. 그것, 하늘 무리 동작새. 버섯 동자 산비탈길 굴러굴러 모이세."

알 수 없는, 아무 의미 없는 소리가 쉴새 없이 마리사의 머리를 강타해 고막을 찢어버릴 기세로 귓바퀴를 두들긴다. 귀를 틀어막은 마리사의 다리는 어느새 멈춰있었고 텐구들도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까마귀의 붉은 눈들이 마리사의 정신을 옭아매고

"한 발자국."

정신을 잃을 것 같은 혼미함 속에 마리사의 다리가 풀려 진흙탕에 주저앉았을 때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자로 보이는 그녀는 푸른색 롱스커트 밖엔 시야가 들어오지 않았다. 단기간에 격렬한 운동으로 지칠대로 지쳐버린 마리사에겐 고개를 들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시면 퇴치해버릴 거예요!"

존댓말. 익숙한 존댓말이 보이지 않는 시야 너머로 경고한다. 강단있어보이는 정중함이 텐구와 까마귀를 멈춰세웠고 여자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마리사를 보호하자 그들도 결국 마리사를 포기하고 돌아가버렸다.

"후.... 정말, 비가 이렇게 오는데 사람 하나를 이렇게 집요하게 쫓아오다니..."

여자의 한숨소리가 희미해져가는 마리사의 의식 속으로 파고든다. 부스럭 소리가 들리더니 따듯한 체온이 마리사의 몸에 들러붙는다. 상대방의 어깨에 걸린 팔이 마리사가 부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다. 마리사는 겨우 눈을 뜬다. 그녀의 코를, 부축하는 여자의 머릿결이 스쳐지나가며 간지럽힌다. 흰색 줄 같은 것으로 감아놓은 연두색 구레나룻이 보인다. 대충 풀어헤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정돈된 장발의 소녀다. 익숙한 흰색 무녀복. 익숙한 개구리 브로치.

"사나.....에....?"
"얘기는 일단 신사에 가서 하죠, 마리사 씨."

그녀의 말을 뒤로 정신이 끊어졌다.

---------

1. 혹시 디씨 제목낚시나 미리보기 낚시를 할줄 아는 분 계신가요? 얼마전에 디씨앱으로 힛갤인가 어딘가에서 당해보고 생각난건데 낚시를 하겠다는게 아니라 공포쪽 글 좋아하다보니 겉에서보는 제목과 클릭해서 들어왔을때의 제목을 달리해서 연출 퀄리티를 높여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혹시 아시는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엔딩 까먹어서 글 못 쓰고 있다가 억지로 썼습니다 이대로 더 늦었다간 이것도 미완으로 끝낼거 같아서 막힌 부분은 억지로 밀고 가겠습니다

3. 컴퓨터 바꾸면 빅빅배틀 할것

-by h-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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