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깨어난건 이틀 후.

내가 본 버섯구름은 그것 하나뿐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생겨났고, 그것이 전쟁의 신호탄이었다.

정황상 그러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건 지령전 부근의 세력 말고는 없었고, 각 지역에서 지령전을 공격하기위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나도 전쟁이라는 이름의 격류에 휘말렸고, 그 뒤로 시간이 더 흘렀다.

그래서 내가 속하게 된 세력은 결국.

"책쟁이!!! 어디갔어!!!!!!!!"

= 치르노 =

[자칭 최강의 말괄량이 요정]

호수에 쓰러져있던 나를 데려와 치료해준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이몸은 당연히 너보다 똑똑하지만, 한명이라도 더 있는게 도움이 될거야! 하나보단 둘이고, 셋보다는 넷!"

"이몸이 너를 도와줬으니, 너도 이몸을 도와줘야해!"

과장이 아니라 정말 이렇게 말했다.

"씨발.."

참고로 나는 지금 모든 세력의 주요 인물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왜 틈만나면 나를 찾는거지? 욕이 입에 배겠군.

"채, 책쟁이씨 조금만 힘내봐요. 저도 도울게요."

저 '책쟁이'라는건 치르노가 멋대로 나를 부르는 호칭이다. 다른 녀석들도 나를 저렇게 부른다.

옆에서 조잘거리는건 '대요정'.

입만산 파란 꼬맹이랑 다르게 이곳의 실무를 당담하는 두명중 한명이다.

하나는 물론 나.

나를 포함해 총 여섯명의 가신이 이곳에 있지만, 하나같이 치르노의 막무가내에 휘말려 이곳에 억지로 끌려온거나 마찬가지였다.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분열이 일어나 갈가리 찢겨나갈게 불보듯 뻔하다.

그래서 내가 정황을 파악한 뒤 가장 먼저 행한건.

"치르노, 저리안가? 책쟁이는 지금 바쁘단말이야."

제대로 된 구심점을 만든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치르노는 군주로써의 재능도, 카리스마도 없다.

말 그대로 얼어붙을 것 같은 썰렁한 카리스마.

난 다른 가신들에게 접근해 호감을 사기 시작했다.

시간을 상당히 낭비했지만, 어떻게든 호감을 얻는데에 성공했다.

"그래 치르노! 너 맨날 놀기만 하잖아 책이라도 읽지그래?"

내 곁에 딱 붙어서 치르노에게 조잘거리는건 '미스티아'와 '리글'.

둘 다 치르노에게 억지로 끌려온 녀석들이다.

한명은 아직 만나질 못했다.

어디에 있는거지?

"우, 우웃"

"너희들 두고봐! 이몸이 꼭 복수할거야!"

며칠 뒤 치르노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위부터 사로잡으면 된다' 라며 차마 입에 대고싶지 않은 요리들을 만들어 오지만, 그건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치르노를 쫓아내고 나는 다시 책상위에 놓인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어떻게 이 많은 세력이 갑자기 우르르 일어나는게 가능하지?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치르노에게 전쟁에 뛰어든 이유를 물어본적이 있지만 볼에 뽀뽀하면 알려준다는둥 헛소리만 지껄여서 소득이 없었다.

뭔가 꺼림칙하다.

지령전 세력이 멸망한다고 해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없지만, 대비하는건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그날은 하루 종일 각 세력의 세력도와 주요한 인물의 이름을 외우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아직 만나지 못한 남은 한명을 만나게 된다.

산책을 나갔다가 검은색 구체를 마주쳤다.

갑자기 시야가 암전되고, 귓가에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루미아 =

[사람을 먹는 요괴]

"너, 잡아먹어도 돼?"

진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