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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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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벽난로의 모닥불. 베이지색의 벽지와 원목바닥. 겨율별밤이 빛나는 날, 집 안에 채워진 훈훈하고 달큰한 공기.

거실의 소파에 당신이 앉아있어. 한 손으로는 책을, 다른 한 손으로는 내 페이지를 넘기면서, 몸을 뉘이면 폭 들어가는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있어.

아무런 대화도 흐르지 않는 침묵의 시간. 당신이 공유하길 원했던 그 감각.

당신은 이 시간을 혼자서 견딜 수 없어서, 함께 나눌 이가 필요했고, 그래서 나를 샀던거겠지.

그렇게 당신에 대한 수많은 비밀들 중 하나를 풀어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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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들려오는 바깥의 노랫소리. 그 음악을 배경삼아 나는 당신의 옆에서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을 양손으로 잡고 기울여.

몸이 붙은 아주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소파의 양쪽 끝이라는 먼 거리도 아닌, 당신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거리. 당신의 숨소리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 거리.

여기서 조금만 더 용기를 낸다면, 당신에게 몸을 기댄다면, 당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 선택을 하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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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용기가 없어서는 아니야. 내가 당신을 싫어해서도 아니야.

당신과 나 사이의 관계. 연인은 아니지만, 친구도 아닌 관계. 노예와 주인이라는 이름과는 살풋 다른, 실제적인 우리들의 관계.

그것을 증명하는 당신과 나 사이의 10cm. 그보다 살짝 작을 수도, 클 수도 있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는 우리 둘 사이의 거리.

이 거리가, 나와 당신 사이의 지켜야 할 거리니까. 내가 당신의 노예로 있던 시간과 당신이 내 노예로 있는 시간. 그 시간동안 함께 쌓아온 암묵적인 약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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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서의 형태는 다양하고, 우리는 그 중 하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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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신 머그잔을 탁자에 두고, 폭신한 소파에 몸을 맡겨. 달큰한 코코아 향기와 모닥불의 온기가 거실을 가득 채워.

바로 옆, 당신이 사락거리며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를 들으면서, 타닥거리는 모닥불의 소리를 들으면서,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어렴풋한 캐럴 소리를 들으면서.

어느샌가 책을 다 읽은 듯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당신의 옆에서, 천천히 무거워지려는 눈꺼풀을 감아.

그럼 당신은, 옆에서 어느샌가 자고 있는 나를 들어안아 침실로 옮겨주겠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내가 깨지 않도록.

그게 바로,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수단 중 하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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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눕혀주고,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그러고 떠나는 당신.

조금은 충동적이지만, 멀어지려는 당신의 소매를 잡아보았어.

살짝은 당황한 듯, 그러면서도 강하게 뿌리치지는 못하고, 내 손을 감싸고만 있는 당신에게 조용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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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오늘은, 가지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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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봄.

이 택겔에 이상성욕과 학대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순애를 쓰는 사람도 있어야 해... 그래야 우주의 균형이 맞을거 아니야...

다음편이 올지는 미지수. 댓글 수에 달림. 댓글 달고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