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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있는 공모전 글 일부분

HA!데모크라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9.18 18:06:51
조회 842 추천 21 댓글 12
														

레진 공모전에 낼 글의 일부분.


심심하면 읽어줘...




춤은 열기, 땀, 그리고 움직임의 총합. 댄서의 몸 아래에서 붉은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수증기가 동작을 따라 몰아친다. 굽히고, 펴고, 돌고, 휘어, 마침내 제자리로,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빨라지는 비트에 맞춰 구두를 신은 발이 점점 더 빠르게 바닥을 두들긴다. 

따닥, 따닥, 따다다닥! 새로 바뀐 고용주의 취향 탓일까, 오늘의 의상은 이전보다 훨씬 점잖다. 어깨가 드러나는 하얀 셔츠와 가죽조끼, 새까만 넥타이와 긴 맵시 있는 긴 바지, 위트 있는 중절모. 키가 작은 편인 그녀로는 소화해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그녀의 동작에는 거침이 없다. 선정성도, 스트리퍼의 의상치고는 싱그럽게 느껴질 정도로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의 환성은 뜨겁다. 재즈 풍의 음악이 고막을 때리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띤 댄서가 관중 위로 열기를 뿌린다.


즐겁다. 


다리를 굽혀 차올리는 것이, 팔을 휘둘러 공기를 가르는 것이, 허리를 튕기고 눈웃음을 날리는 모든 것이 즐겁다. 모든 관중이 사랑스럽다. 흉터가 가득한 마약중독자건, 눈에 욕정을 불태우는 대머리건, 모두를 사랑해주고싶다. 너무나 즐겁기에, 너무나 행복하기에, 그곳에 모두를 사랑해주고 싶다. 


오늘은 그녀가 왔을까.


폴을 끼고 빙글빙글 돌며, 조끼의 단추를 하나씩 풀며 남자들에게 웃음을 뿌리면서도, 그녀의 눈은 가끔씩 클럽의 입구를 본다. 며칠 전부터 이루어진 대대적인 리모델링 끝에 훨씬 맵시 있어진 그 입구에, 댄서가 보고 싶어 한 그 여자는 오지 않았다.


오늘은 와주었음 좋았을 텐데. 팔에서 조끼를 완전히 벗겨, 무대 뒤편으로 던져버리면서, 짜릿한 환성이 피부를 때리는 걸 느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아쉬움이 솟아오른다. 벌써 몇 주일째, 그녀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대대적인 시설 중축과 댄서들의 대우가 대폭 향상된 후에도, 그녀는 댄서를 만나러 얼굴한번 비치지 않았다. 하긴, 내가 뭐라고 그 사람한테 관심을 줘야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름조차 모르는 마피아고, 나는 우연히 연락책을 맡은 싸구려 스트리퍼. 그걸로 되는 것일텐데. 왜 자꾸 엮이지 못해 안달인걸까, TV에서나 나오는 할리우드 드라마에 취한걸까. 알 수 없는 없는 일이다. 자,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 춤을 추자. 지금은 그게 전부야. 


댄서의 움직임에 폴에 기댄 체 갑자기 멈춘다. 잦아드는 환호 속에서, 음악이 바뀌고, 조명도 경쾌한 주황빛에서 진한 파란빛으로 바뀐다. 조금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댄서가, 고혹적인 눈으로 관중들을 차갑게 내려다본다. 양 팔이 움직여 스스로의 몸을 쓰다듬다, 이윽고 셔츠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톡, 톡, 톡. 낮게 깔리는 흥분. 음악만 없었다면, 침 삼키는 소리로 스테이지가 울리지 않았을까, 하고 댄서는 낮게 웃는다. 


그때, 침묵을 깨뜨리는 웅성거림이 생겨난다. 댄서를 중앙에 두고 형성된 인간의 벽이, 뒤에서부터 갈라지고 있었다. 어지간해선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을 작자들인데도, 코끼리가 악어무리 사이를 지나가듯 자연스럽게 갈라지고 있다. 


누군가 온 것일까.


계속 옷을 풀어 해쳐가면서, 댄서는 영문 모를 기대감에 갈라지는 군중을 주시한다. 이윽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깔끔히 깍은 검은색 머리, 그리고 정수리까지 이어지는 문신의 대머리. 둘 다, 적어도 관중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위치에 있다. 댄서의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왔구나. 실례지만, 평소처럼 왼쪽은 ‘고릴라’, 그리고 오른쪽은 ‘북극곰’이라고 불러야지. 


‘그녀’와 만날 때마다 자주 봐서 이제는 익숙한 고릴라와 북극곰이, 무례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단호함으로 사람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참, 언제 봐도 사람보다는 억지로 양복 안에 구겨 넣은 공룡같이 생겼다. 이런 스트립 클럽에 있기보다는 할리우드의 CG실에서 포효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게다가, 둘이 형제일리도 없을 텐데 참 닮았다. 댄서는 춤을 추면서도 쿡쿡 웃는다.


자, 그 다음엔 누가 나타날까.


이거 봐, 나타났지. 두 거구가 만든 길로, 새까만 드레스에 감싸인 늘씬한 발이 뻗어 나온다. 거구의 공룡 두 명에게 밀려날 때에는 불만 가득, 불평 가득이었던 남자들의 얼굴이 멍청하게 풀린다. 밤의 여신이 심심풀이삼아 땅 위로 나오고 싶어 한다면, 분명 지금 스테이지를 향해 느긋이 걸어오는 여자를 참고해서 옷을 입고 나올 게 분명해. 목부터 시작되어 몸을 타이트하게 감싸는 블랙 드레스에는 조명 아래 점점이 빛나는 비즈가 박혀있다. 밤하늘을 그대로 두르고 나온 것 같이 우아하고, 위험해 보인다. 그 위로는 나른한 여왕 같은 얼굴. 회색머리칼은 뒤로 틀어 올려 묶여있다. 드러난 목이,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눈부시게 하얗다. 


댄서는 시선을 내려 걸어오는 그녀와 마주 대며 살짝 웃어본다. 마피아의 영애는, 얼굴을 갸웃하다가 입술에 손을 올리는 몸짓을 취한다. 그렇지, 지금은 공연 중. 손님 하나 때문에 공연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나 원, 손님한테 나무람을 듣는 다니. 댄서는 웃으며 몸을 일으킨다. 잠시 가라앉았던 관중들이 벗겨지는 셔츠에 열광하며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틈틈이 마피아를 곁눈질로 훔쳐보지만, 어째서일까, 그녀는 조금 시큰둥한 분위기다. 

  

그럼 이건 어떨까. 맨 앞줄의 로열 석에 앉아, 다리를 꼰 채 댄서를 올려다보던 마피아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눈꼬리를 내려, 비장의 유혹적인 표정을 만들며. 댄서와의 접촉은 로열 석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흔히들 말하는 랩댄스다. 그녀의 무릎 위에 앉아, 가까운 거리에서 천천히 마피아에게 손을 내민다. 그녀는, 눈썹을 약간 들어 올리는 것 외에는 반응이 없다. 거기까진, 짐작했다. 지난번에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놀려 주고 싶다. 저 표정 없는 마트료시카의 뚜껑을 따보고 싶다.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 견딜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나. 무대 위에만 서면 이렇게 들떠서, 나중에 후회할 일 조차도 마음대로 저질러 버린다. 

손가락이, 영애의 턱에 닿으려던 순간, 휙하고 회수해버린다. 영애는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댄서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웃으면서 지나쳐, 이윽고 손가락을 전혀 의외의 대상에게 얹는다.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대 댄다.


고릴라가 눈을 깜박거렸다. 공룡 같은 두 눈동자가 당황해서 빠르게, 빠르게 움직였다. 고릴라와 함께 마피아를 가운데 두고 서 경호를 하던 북극곰도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느껴진다. 관객들이 바닥을 쿵쿵 울리며 환호한다. 음악이 최고조에 이른다. 댄서는, 여전히 시선은 마피아에게 둔 채로, 고릴라의 화강암 같은 이마에 입술을 살짝 가져다댄다. 아주 살짝, 1초도 안될 짧은 시간동안. 마피아의 표정에 드디어 변화가 생긴다.


픽, 하고 웃었다.


에, 어째서? 당황한 댄서는, 스테이지로 돌아갈 타이밍을 놓쳐 엉거주춤하게 굳어버리고 만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키스당한 고릴라 쪽보다도, 북극곰 쪽의 반응이 이상하다. 땀을 뻘뻘 흘리는 고릴라와 댄서에게, 얼굴 가득한 문신 위로도 드러날만큼 깊은 주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못됐네.”


마피아가 나직이 속삭였다. 뺨에 손을 괸 그녀의 얼굴에는 짓궂은 미소가 걸려있다.


“너, 남자가 보는 앞에서 애인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남자, 애인. 남자, 애인. 남자, 애인…? 당황해서 입을 벌린 댄서에게, 마피아가 손가락을 펴더니 고릴라와 북극곰을 한번씩 번갈아 가리켰다. 


댄서는, 붉으락푸르락하는 ‘북극곰’과, 굳어버린 ‘고릴라’와, 키득거리는 마피아를 번갈아가면서 보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스테이지 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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