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적어도 내 존엄성을 부탁하고 싶다만..."

"...그 사람이 보면...폭소하겠네."

"저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인간 대 인간으로서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에이 플의 말대로, 꽁꽁 묶인 셀렌 헤이즈는 소파에 앉은 윈 D 팬션의 무릎 위에 강제로 엎드린 채 볼기짝을 훤히 끄집어내진 상태였다. 판사 윈 D와 검사 스틸레토는 각자 실내용 슬리퍼를 한 짝씩 쥐어들고 있었으니 재판 결과나 형량은 안 봐도 뻔했으며, 어딜 봐도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할 짓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녀들이 정상적인 상태라면 말이다. 스틸레토는 과거의 원한(의미심장)에, 윈 D는 눈 앞의 인물의 한심함에 진작 하루 종일 분노로 머리가 돌아가 있었으며, 이 팍스 이코노미카식 야간 졸속재판에 제대로 된 변호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막는다면 너도 마찬가지 꼴이 날 거다."

"...나, 이 순간을 꽤 오래 기다렸거든. 방해하지 말아 주겠니...?"
한참 이전부터 이미 흐린 눈을 한 스틸레토는 덜덜 떨리는 눈앞의 둥근 맨살을 한 번 쓰다듬었다. 수박에 소금을 치듯 곧 육박할 고통을 배가하려는 잔인한 상냥함이다.

"죄목, 생활력 및 육아책임감 제로. 판결, 태형. 형량은 우리가 만족할 때까지."
냉혹한 선고와 함께 윈 D는 슬리퍼를 치켜들었다.

"...좋아. 빨개질 때까지 때리면 되는 거지...?"

"낮에 말했지 않나. 죽이지 않는 선에서는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그, 그만둬라! 아이가 깬다!"

"뚫린 입이라고 맘대로 지껄이는군!"

꿈틀대는 피고의 마지막 저항을 깡그리 무시하며 판사의 보라색 면직 슬리퍼가 피고의 반들반들한 엉덩이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