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같이 달리기를 하는데 왜 너는 살이 하나도 안 빠지나!"

""""부마??""""

"네."

의연한 릴리엄에 대비되는 4인의 모습은 완폐아 상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얼빠짐이 가득했다. 앞에서 말했듯, 지금 한참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중일 다리오가 이 꼴을 본다면 애기 트랜센드를 타고 그 상태로 카팔스 방벽 위를 무대삼아 빌리 진을 출 것이었다.

"기다려라, 월콧. 부마라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제대로 알고 하는 소리겠지?"

"물론입니다. 즉, 부마라 함은 월콧 가문의 후계자를 직접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계약하는 관계..."

릴리엄은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즉, 섹스 파트너."

""""야!!!!""""

"죄송합니다. 단어 선택을 너무 계급에 맞지 않게 한 것 같군요. 그렇다면 기둥서방으로 할까요."

"어떤 의미로는 더 저질이다만..."

"...이거, 글른 것 아닐까."

"BFF의 교육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무슨 말씀을. 저는 웡 대인께서 직접 가르치신 몸. 이래봬도 콜로니의 거주민 여러분들의 사회문화에도 조금은 자신이 있답니다."

"웡 샤오 룽...언젠가 전장에서 만날 때가 네놈 제삿날이다. 애를 뭘 이렇게 배려 놓냐..."

"그러고보니 최근 재미있게 감상한 것이 콜로니 서울의 드라마라고 하는 것들인데..."

"그거 절대 잘못됐으니까 그만둬라. 거기 나오는 인간관계는 창작물 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케이스들뿐이다. 좋든 나쁘든 배울 게 못 돼."

"월콧...? 너, 컬러드 통신 회담에서는 앞으로도 주최만 맡는 게 좋을 것 같다. 뭔가 발언하려 들면 너와 BFF의 명예와 존엄을 위해 내가 무리해서라도 끊을 테니 각오해둬."

녹색으로 은은히 빛나는 컬러드 통신 스크린을 떠올리며 윈 D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혼인 신고와 함께 이 분의 주민 등록을 BFF 최상층부로 입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싶습니다만..."

"막무가내로구만. 이 아이의 스승으로서 하는 말이다만, 네 성관념에 일단 문제가 있으니 반대하고 싶은데."

"그런가요? 다른 분들은 어떠시죠?"

"링크스로서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만, 보육자로서는 저도 반대입니다."

"...BFF와 셀렌이 사돈 돼 봐야 전세계에 좋을 게 없겠네. 인테리올의 공로자이자 중진으로서 반대. 깨끗한 경쟁 관계로 남으렴?"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나도 지도의무가 있는 교사 자격 보유자로서 반대다. 그 때도 그 마음을 애정으로써 유지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만...적어도 제대로 된 일반상식 정도는 갖추고 오도록."

나름대로 격렬하다면 격렬한 저항에 맞부딪치자 릴리엄의 눈빛이 자사의 저격무장 스코프와 같은 빛으로 바뀌었다.

"...호오, 하지만...이 자리에서 선택권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제게 있습니다만?"

"그건 무슨 뜻이지?"

"적어도 이 중에서는 이 분의 성교...아니, 결혼 상대로 제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고 말을 했잖..."

"나이는 제가 가장 젊군요."

"...그, 그렇긴 하네..."

릴리엄과 20세 전후로 나이 차가 나는 스틸레토가 저격에 의한 직격타를 맞았다.

"딱히 육체의 성능 관리에 문제될 것도 없고요."

"스틸레토. 네놈 뱃살 이야기다. 너 진짜 그만 마셔대라."

심리적 061ANSC 2연타를 맞은 스틸레토는 회피기동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침묵하고 말았다. 자식농사 운운한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

"딱히 자금력이 없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 중에서는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만."

"BFF의 자산은 곧 당신의 재산...부정할...순...없군요..."

에이 플은 윈 D의 블랙카드로 인해 잊고 있었던 금전 트라우마가 자극되었는지 그대로 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금단의 모자 관계도 아닙니다만, 혹시 그쪽 취향이신지?"

"하?"

선 채로 정신을 잃은 스틸레토의 복부지방을 양손으로 마구 비비다 정신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문장을 들어버린 셀렌의 완폐아 사고회로는 그대로 쇼트가 나고 말았다.

"아, 이 자리의 모두가 납득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군요. 네 분 모두 저와 이 분의 측실로 들어오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따로 마음에 두신 분이 없으시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입니다만, 주 1회 이상의 성교를 보장해 드리고자..."

밑도끝도 없는 마이페이스가 찐빠인지 작전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혼돈 속, 스나이퍼캐논에 직접 피탄되지 않아 겨우겨우 정신을 추스릴 수 있었던 윈 D가 말을 꺼냈다.

"오더 매치로 결정하지..."

"호오, 과연. 뒤끝이 없고 납득 가능한, 기업체계가 아닌 링크스로서의 방식인가요."

"우리 모두를 1대1 상태에서 꺾어 봐라. 그렇다면 저 녀석이건 사돈이건 섹스 파트너건 맘대로 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시뮬레이터 설비는 어디에 있을까요?"

"지하다. ACSIS 모듈은 수송선 출격도크까지 갈 필요는 없으니 조금만 내려가면 된다. 위치는 단말로 전달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1시간 뒤에 뵙도록 하죠."

가히 태풍의 눈이라 할 만한 위압감과 파괴력을 과시한 채, 릴리엄 월콧은 그 자태를 잃는 법 없이 조용히 돌아갔다.

"...죽겠네. 멘탈적으로."

"정말 하실 겁니까...? 저런 말도 안 되는 요구, 받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윈 D 팬션이 멋대로 결정하긴 했다만, 답을 내기에는 차라리 좋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군. 여기서 발을 잘못 들이면 BFF가 정치전을 걸어올 테니..."

"..."

정신적 탈진 상태가 된 4명이 식탁에 엎어지는 것을 보며,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말했지? '미안하다. 그렇게 됐다'고.

이 시리즈에 나올 인간들 중에 정상인은 없을 예정임.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