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29살쯤 병원가서 adhd 검사 받고 진단 받은 에붕이다. 어렸을때부터 그동안의 삶이 정말 쉽지 않고 괴로웠다. Adhd를 좀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분명 존재한다. 그동안 단지 내가 좀 남들에 비해 특별하고 유별난건가 정도의 생각만 하고 바보같이 살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1. 일단 우리 가족중에 엄마랑 형 둘다 내가봤을땐 adhd 성향 아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런거 보면 아버지 보다는 모계 유전자라고 생각 한다. 외할아버지가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과 외가쪽 친척들중에 정신적인 문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몇명 있는거 보면 ad는 유전이 맞는 듯 하다.

2. 나 같은 경우는 초딩 5학년때 육상에 재능을 발견해서 중3때까지 단거리 육상선수로 선수 생활도 했었는데 나름 자랑하자면 100m 11초대까지도 뛰어보고 도 대표까지 할정도로 달리기에 재능이 있었지만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다.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신체적,재능의 부족으로 그만두었다. 아마 어릴때 성장이 빨라서 또래보다 덩치가 좋았는데 그만큼 성장이 남들보다 빨리 멈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거리 달리기에서 오는 폭발적인 에너지 소모와 단기 몰입에 매력을 느꼈던 게 아닐까.

3. 어릴때부터 분위기 파악이랑 눈치랑 처세술 부족했다. 회피 성향도 강했고 성격이 예민한건지 스트레스도 남들보다 잘 받았다. 성격이 외향적이긴 해서 친구는 많았는데 깊은 관계를 맺는거는 어려워했다. 대화 흐름 따라가는거 어려워했고 자꾸 대화 주제에서 벗어나는 딴소리 하는 것도 많았고, 정신 없고 산만한 것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잡생각 많이 하느라 수업 집중하는것도 많이 어려웠다. 공부는 보통 수업 듣는게 어려우니 혼자 하는게 더 잘되더라. 아니면 인강 여러번 멈추면서 겨우 집중해서 보던가.

4.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 말하는 ad 성향을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나를 좀 4차원이나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고, 아버지는 오히려 과묵하고 조용한 편인데 나머지 가족들이 전부 ad 성향 가지고 있어서 어릴때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가족 전부 무지 했다는게 정말 아쉽다. 뭔가 인생 억까당한 기분도 들고, 뭐 다들 뽑기운으로 태어나서 각자 가지고 있는게 다를테지만 우리 같은 ad들은 솔직히 정상적인 사람들에 비해서 억울할 만 하다고 생각은 든다. 이게 또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애는 아니여서 이해 받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5. 약 먹기 전에 삶은 ad 특징인 무기력함과 나태함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었고 여러 가지 중독에도 굉장히 취약했다. 게임 중독, 유튜브 중독, 만화 중독, 영화드라마 중독 , 자위 중독 등 전반적으로 중독에 쩌들어서 살았다. 하 이렇게 생각해보니 지나간 시간이 너무 아깝다. 통제 되지 않을 정도로 도파민에 쩌드는 나의 모습이 아직도 무섭다. 앞으로는 그냥 최대한 재미 없게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살아야 될 거 같은데 유혹이 워낙 많으니 쉽진 않을 거 같은데 노력해봐야지.

6. 여기 있는 에붕이들은 그래도 나름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고 느껴 지더라. 여러 글 읽으면서 ad를 이해하는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아마 평생 ad인거 자기객관화 잘해서 노력하면서 살아야되는데 인생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 그리고 아직 군대 가지 않은 에붕이들은 최대한 전략적으로 편한 보직이나 스트레스 덜 받는 쪽으로 가라. 강원도 전방 보병 사단으로 군대 가서 훈련,작업,근무 많은 부대에서 정신적으로 정말 너무 힘들었다. 살자 마려울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 많았다. 지나고 보면 추억이긴 한데 우리한테 군대는 정말 난이도 최상이지 않을까 싶다.

7.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다 읽었다면 고맙다. 디시 갤에 처음 글 써보는데 이런식으로 쓰는게 맞나 싶다. 뭐든지 처음은 항상 어려운 것 같다. 여기서 활동하는 모든 에붕이들 힘내자. 우리도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순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