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만 보면 샤를 드골은 당장 단두대에 끌려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처럼 보인다.
그리고 평범한 상황이라면 그게 맞으리라.
몇 가지 문제만 제외한다면.
첫 번째 문제.
"드골을 족치는 것까진 그렇다 치겠는데."
"우리에게 대안이 있긴 한가?"
프랑스의 좌우대립은 아주 유서가 깊다.
그리고 우익 세력들은 나치 부역 문제, 비시 프랑스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당연히 지난 부역자 숙청 과정에서 이들 중 상당수가 쓸려나간 상태.
즉 우익에게는 드골 외의 대안이 전혀 없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뭐... 모험을 좀 한다면 완벽하게 못 쳐낼 문제까지는 아니지만.
그러나 그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두 번째이자 결정적인 문제.
"드골의 모가지를 날리면 그 똥은 누가 닦아?"
지금이 평화로운 시대도 아니고 그야말로 난세의 혼란기.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상황.
프랑스 공산당조차도 당장 드골을 끌어내리자는 소리를 안 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지금 드골을 끌어내리면 보이지 않는 이 유령들과 자기들이 책임지고 맞서야 하지 않는가.
'솔직히 말해서 이미 터진 건 터진 거고, 이 똥 닦는 건 미션 임파서블인데.'
'아예 드골이 똥을 끝까지 다 싸고 내려오게 해야지 중간에 끊고 나오라고 하면 어우 시발.'
그 누구도 이 시점에 여당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드골이 날아가버리면 자기들이 대통령이 되고 여당이 되어서 방사선에 맞서야 할 판이니까.
그들 모두 드골이 저승으로 도주하지 않는 이유가 책임감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핵개발 건은 드골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도.
당장 프랑스 공산당까지도 '아무튼 핵은 있긴 해야 한다'면서 프랑스 정계의 좌우합작을 이뤄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미국과 소련, 한국에서 모두 터진 적 없던 사고가 하필이면 프랑스에서 터질 거라고는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리고 방사선이 그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겠는가. 애초에 핵무기와 방사선에 대한 데이터들은 각국에서 1급 기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걸 빼오는 게 대단한 거지 못 빼온 게 무능이라고 까일 일은 솔직히 아니다.
하지만 일은 벌어졌고, 아무튼 드골 본인이 최고 책임자였으니 명예를 더럽히는 것도 그가 될 터.
그러면 적어도 드골 하나만 날아가는 선에서 끝나야지 자기들까지 싹 휘말려서 드골과 함께 순장되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
백두산, 대한민주공화국.
"여기까지는 뭔 일로 왔나? 내가 가급적 찾지 말라 했을 텐데."
"집으로 오지 말라고 하셨지 출타중이실 때 찾아뵙지 말라고는 하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딴에는 맞는 말이군."
땀인지 기름인지 아무튼 머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공안국장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학기 중 아닙니까?"
"검정고시 치겠다는군."
".......... 하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무시할 머저리는 없겠죠."
나는 도가니 안에 담긴 액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대장장이 노릇도 시작하셨습니까?"
"집중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해서 말이네, 사실 이걸로 뭘 만들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어."
"저 안에 있는 게 뭔지 혹시 알 수 있겠습니까? 쇳물은 아닌 거 같은데요, 아무리 봐도."
"운석이라고 하면 믿겠나?"
"예?"
"내 대녀가 마당에 요상한 돌이 떨어져 있다면서 주워오더군. 텍타이트(흑요석과 성질이 유사하지만 훨씬 단단한 유리질 광물, 규소가 대기권에 돌입하는 마찰열과 운석의 지상 충돌로 인한 조직구조의 압축 등으로 형성된다. 유사한 극단적 환경인 핵실험 폭심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였네."
"텍타이트면......."
"모르나?"
"제 전공이 지질학은 아니었지요."
"핵실험 폭심지에서도 발견되는 물질이니 알아둬야 할 걸세. 물론 핵실험 산물이었으면 방사능이 훨씬 강했겠지만."
"유리 결정 안에 방사성 물질을 가두는 건 핵개발 초기부터 연구된 기술이었지요, 기억하고 이씃ㅂ니다."
"뭐..... 텍타이트 자체는 핵실험과는 연관이 없고, 그냥 실리카 성분이 매우 높은 압력과 고온에 단시간 동안 노출되었을 때 생겨나는 조직이라고 보면 되네, 칼을 만들면 칼날의 끝을 3나노미터까지 연마할 수 있지."
"혁신 아닙니까? 수술용 메스라든가 면도날 같은 데 쓰면....."
DNA의 굵기가 1나노미터 정도다. 3나노미터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얇은 것.
그리고 메스는 날카로울수록 환자의 회복이 빨라진다는 건 상식이다.
"비싸지. 흑요석으로도 어차피 화학성분이랑 구조는 그게 그거라서 비슷한 수준의 연마가 가능하긴 한데 흑요석은 강도가 약하고. 화학성질이 동일한 실리콘 잉곳은 만드는 비용이 너무 들고. 텍타이트는 방사선을 안 뒤집어쓴 건 운석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니까."
"그럼 칼을 만드실 겁니까?"
"생각 중이네, 이야기가 샜군, 왜 왔나?"
"뭐...... 유럽 국가들이 동아시아 활동을 늘리고 있다는 건 아십니까?"
"짐작이야 했지, 식량문제도 그렇고, 지금 난리도 아니지 않나? 홍콩의 인구가 두 배로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 같은데."
"공포에 질린 이들에게는 이성이란 게 안 통하니까요. 정부가 아무리 방사능은 안 온다, 오더라도 치명적이진 않을 거다. 이렇게 말해봐야 뭐합니까. 당장 군주들도 입장상 자기들은 자리를 지키지만 가까운 왕족들은 남미나 아시아 등으로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보내고 있답니다. 본국에 무슨 일이 생겨도 몰살은 면하도록."
"얼마 전 고농도 방사선에 피폭된 임산부가 기형아를 낳았다는 뉴스도 떴더군."
"취재경쟁이 엄청나니 말입니다. 온갖 선정적인 뉴스가 사방을 뒤덮고 있습니다. 거짓말도 아니니 보도를 막을 명분도 부족하죠. 일단 국내 한정으로는 말입니다."
누군가가 방사선에 의해 성불구자가 되었다. 사실이다.
누군가가 방사선에 피폭된 뒤 기형아를 낳았다. 사실이다.
하지만 방사선을 뒤집어쓰면 인간이 괴물로 변해서 사람을 살육하고 다닌다는 수준의 찌라시가 서구에서 양산되고 있었다.
"방사선을 뒤집어쓴 동물이 총알도 안 먹히는 괴물이 되어서 사람을 잡아먹고 다닌다니. 과학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말이네."
"어..... 과학자들 말로는 식물에 방사선을 쪼이니 돌연변이가 생겼으니 천문학적인 확률로라도 불가능한 건......."
"방사선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게 아니라 DNA를 파괴하는 거네, 그런 돌연변이가 생기는 건 식물에게나 해당하는 거지 동물은 의미가 없어."
"외람된 말씀이지만 각하, 혹시 각하께서 아시는 걸 책으로 정리하셔서 내실 생각은 없습니까?"
"뭐를? 뭐 DNA는 이중 나선 구조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참이며 20세기 내에 무조건 증명될 것이다, 우주 공간에는 너무 무거워서 중력붕괴를 일으킨 뒤 빛조차 탈출하지 못해 검게 보이는 초중질량 항성, 일명 블랙홀이 있는데 그 블랙홀이 사실 빨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입자를 뱉어내기도 한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화이트홀이란 건 존재하지 않고 양자 터널링 현상이라는 게 존재하며 암흑물질이랑 암흑에너지라는 게 있는데 어쩌고저쩌고 다 쓰라고?"
"그,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됐다 이놈아."
나는 혀를 쯧쯧 찼다.
"각하께서 그걸 정리만 해 주셔도 그걸 연구하기 위해서 대학만 한 100개는 달라붙을 겁니다."
"내가 관심끌고 싶었으면 총통 노릇 계속했지."
근데 뭘 빼먹었...... 아.
"참, 그리고 득녀 축하하네, 셋째였지?"
"예, 엊그제 태어났........."
"잠깐."
내 눈썹이 모아졌다.
"너 여기서 뭐하고 있냐?"
"예?"
"니 마누라 옆에 안 붙어있고 뭐하냐고!"
"아, 안 그래도 이것만 끝내고 퇴근할 생각이었습니다. 용건, 용건이요. 네."
"말해."
"몇 시간 전에 드골이 죽었습니다."
"...... 뭐?"
"혹시 이걸 아십니까?"
품에서 단검을 꺼낸 국장은 내게 공손히 내밀었다.
잠깐, 근데 이거 그냥 단검이 아닌데?
"이 버튼을 누르면 손잡이 쪽에서 탄환이 발사됩니다. 단발식이지만요. 이런 형태의 4배율 스코프와 연장총열을 쓸 수도 있습니다."
"실용성은 없어 보이는군."
"네. 그리고 이것도 있습니다. 이렇게 칼날을......."
-퍽!
칼날이 날아가더니 가로수에 푹 박혔다.
"유효사거리 6m입니다. 압축공기를 쓰고요."
"그래봤자 이론상 최대 2발이군."
"네, 소련 놈들이 만들어서 보여줬는데, 아무래도 이런저런 문제가 영 많으니 그대로 기각했었습니다. 소련도 군 채용은 무산됐고요. 결국 그냥 실용성도 없고 딱히 첨단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니니 그냥 미국 민간 시장에 내다 팔아서 개발예산이라도 보전하려고 했답니다."
"드골 암살에 사용됐겠군."
"정확합니다."
"어떻게?"
"두 자루가 사용되었는데, 아무래도 출입국 심사나 통관 때 단순 나이프류는 사람들이 세관에서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노린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진 무기도 아니니까요."
"설명해."
"범인이 둘인데, 하나는 장거리에서 연장총열을 달고 저격했고, 다른 한 명은 드골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해서 칼날을 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입수한 정보로는 두 사람은 전혀 서로를 모른다고 합니다."
"몰랐다고?"
"네, 아무튼 대외적으로는 탄환이 스쳤고, 칼날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위에 맞아서 별 문제 없다고 공표되었는데."
"죽었단 거군."
"팽창식 탄자, 그러니까 할로 포인트에 치사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독극물이 차 있었답니다."
"흠."
"배후는 혹시 짚이는 게 있으십니까?"
"너희는 나를 자꾸 점성술사 같은 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아무튼 단적으로 말하자면, 없다고 봐도 될 거 같다."
"그렇습니까?"
"누구의 이득인가를 생각해보면 뻔하지, 드골이 죽어서 이득을 얻을 국가가 지금 있나?"
없다.
그 누구도 드골이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모두가 드골이 방사능 똥덩어리를 끌어안고 침몰하기를 원했지 똥을 남겨두고 죽어버리기를 원한 게 아니니까.
"프랑스 국내 정파 중 드골을 죽이고 싶어할 이가 있나?"
없다.
프랑스의 모든 정파들은 드골이 두고두고 욕받이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드골은 더 이상 욕을 먹지 않으리라.
원래 죽은 인간 욕을 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 나름 그것도 프랑스에 대한 애국심의 발로니까.
패탱도 재평가받는 판에 드골이야 뭐.
"프랑스 정부가 드골의 죽음을 오래 숨길 수는 없습니다."
"국가원수의 죽음을 오래 숨기는 게 애초에 가능할 리가 없지."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푸른 날쥐가 애초에 샤를 드골이 총지휘한 독점적 프로젝트였다는 겁니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되물을 바보는 여기 없다.
"아무리 프랑스의 핵무기 프로젝트가 중단 수순이라고는 해도, 이번에 작살난 시설이 프랑스의 전부일 리 없지."
"지금 그 시설들 대부분이 붕 떠버렸습니다."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의 경우, 30곳에 달하는 미국 내 주요 시설들, 그리고 캐나다 자치령 내 몇몇 시설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다.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의 핵무장 프로젝트는 저희 예상보다 더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파악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여러 방면으로 조사한 결과, 프랑스는 다수의 핵탄두를 만들기 충분한 양의 핵물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에도요.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지만............"
"그게 말이 되나? 맨해튼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그때와 비교했을 때 비교도 못 할 정도로 기술이 진보했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 당시와 지금의 핵물질 추출 수율을 비교해보면 100배에서 1000배까지의 격차가 있습니다. 아무리 프랑스가 경험도 기술도 돈도 없다고 해도요."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현재 서류에 있는데 UN이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 핵물질은 U-233 60kg, Pu-238 5.6kg입니다."
"미국이 Pu-238을 매년 6kg 생산할 텐데."
"아무래도 핵무기의 탄두부보다는 보안이 덜한 원자력 전지를 탈취해 뜯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이 이런저런 원자력 관련 실험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원자력 항공기라든가요."
Pu-238은 원자력 전지 하나에 4kg이 들어간다. 그래서 미국도 2년에 3개 생산하는 게 전부.
Pu-238은 흔히 핵무기 탄두로 쓰는 Pu-239보다 불안정하다. 반감기가 고작 88년에 불과하므로.
덕분에 핵무기 탄두로는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못 쓰는 건 아니다. 그게 중요하다.
원자로에서 태울 수도 있고 핵탄두로 쓸 수도 있다. Pu-239보다 비싸다는 게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 문제는 불안정하다는 것. 이 두 가지 문제로 인해 핵으로 쓰지는 않지만.
Pu-240과 Pu-241도 잘 분열하지만, Pu-240은 Pu-239에서 잘 분리되지도 않는 주제에 238보다도 불안정해서 자가분열하면서 감마선을 뿜어대기에 핵무기 설계를 골치아프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Pu-241도 원자로에서 만들어질 때마다 연료로 태워버릴 정도로 제법 골치아픈 불순물이고.
즉 정상적인 핵개발에서는 보통 굳이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심지어 Pu-238을 제대로 추출해내려면 아예 별도의 원자로를 만들어서 U-236이나 Np-237을 U-235와 섞어서 태워야 하니 Pu-239처럼 일반적인 방식으로 원자로를 돌리면서 재처리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문자 그대로 써먹을 데가 원자력 전지밖에 없는 놈이고, 그렇기에 산화플루토늄의 형태로 원자력 전지로 만들고 나서도 다소 관리를 소홀히 했겠지. 미국이 원자력 전지 몇 개 정도는 분실해놓고도 주변국에 통보도 안 했을 거라는 데 돈이라도 걸 수 있다.
"탄두 설계는?"
"프랑스가 핵물질 분리에는 성공했어도 탄두의 설계는 마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현재까지 프랑스는 폭축렌즈의 기본적 설계도 해내지 못한 게 확실합니다."
즉 지금 소재불명인 건 핵물질이지 핵무기 완제품은 아니란 거.
"핵무기 한 발에는 우라늄이 15kg, 플루토늄은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5.6kg이면 핵무기 한 발을 만들고도 남으니까."
"최대 5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행히 프랑스 놈들이 핵무기 설계는 기초적인 수준에서 중단했으니 그게 바로 핵위협으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프랑스 정부는 북프랑스 지역 상당 부분에 대한 통제 능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습니다. 드골이 죽은 걸 알면 이는 더욱 가속화되겠죠."
"그래서?"
"프랑스 정부가 저희 측에 접촉해 왔습니다. 염치불구하지만 핵물질을 회수하는 데에 조력을 요청한다는군요."
"조력이라."
"UNSC에서도 일단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어디 이상한 데로 유출되기 전에 어떻게든 미국, 소련, 한국 중 한 국가가 해당 핵물질들을 전량 회수해야 한다고요."
"회수팀을 꾸려야겠지, 우선 핵물질을 다룰 능력이 있는 과학자가 적어도 한두 명은 동행해야겠고, 거기에 특수부대 등등."
"그렇습니다. 선발을 도와주십시오."
"도와달라? 너희 스스로 못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이런 임무를 전혀 상정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보국이든, 군부든 말입니다. 하지만... 각하께서는 다르시지 않습니까. 총통으로 재임하시던 시절, 청소부의 이름까지 전부 외우고 따스하게 말을 건네주시던 기억능력과, 모든 한국 특수부대의 창설자 되시는 분이시니만큼 가지고 계실 전략안, 핵물질의 특성을 아시고 이를 취급해야 할 것을 감안해 작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감안하면 각하 이상의 적임자가 없으십니다."
"흐, 선발이라."
나는 액체를 거푸집 중 하나를 골라 부어넣었다.
"우선 나."
"예?"
"수백 킬로미터를 거쳐 행군하면서 방사능에 대한 대비조치를 하고, 핵물질을 취급할 능력을 가졌으면서 유사시에 대응하고, 전투 능력까지 갖춘 인간이 한국에 또 있나?"
"프랑스로 들어가시겠단 말입니까? 직접?"
"그래서 나 외의 적임자가 있나?"
국장의 목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람이 저런 소리를 어떻게 내지? 해산물 아냐?
"한국 최초의 특수전부대의 훈련교관이 누구였는지 잊었나?"
"각하....셨지요."
"내가 말했지? 내 목숨은 가장 작은 자보다도 가볍다고."
"그.........."
"높음도 빛남도 모두 다 버리고 낮지만 가장 큰 떨림이 되리니, 마지막으로 단 하나라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아니......."
"누가 죽으러 간다냐?"
"위험합니다, 진짜로요."
"위험을 따질 거였으면 독립을 위해 투쟁하지도 않았을 거다."
"..........."
합죽이가 된 국장을 보며 난 미소지었다.
"나머지 대원들은, 내가 선발하지. 아아, 그래, 이름도 필요하겠지."
"생각해두신 이름이... 있으십니까?"
"특수작전집단(Task Force)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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