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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전쟁사학자의 환생독문 - 03 하.

박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1 22:35:23
조회 101 추천 0 댓글 1
														

김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되레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명색이 역사 연구자 둘이 모여서, 가정과 만약이란 화두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김은 못내 아쉬운 기색이었다.


 

“아, 그냥 재미 아닌가 재미. 하하. 그럼 자네는 선조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 어떤건가?”

 

“... 왕으로서 소프트 파워를 상실한 것이지.”

 

“소프트 파워? 왕권?”

 

“왕권이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좀 더 넓은 의미의 힘은 선조 이후로 상실한 셈이지. 한마디로 왕이 우습게 보이는 계기를 선조가 만들었고...”


“...”


“선조 이후 광해군, 인조를 거치면서 이이첨, 김자점 같은 간신의 계보가 이어지면서, 조선은 임진왜란의 병화에도 혁신하지 못하고 내부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다가 안동김씨, 풍양조씨의 세도정치까지 이어진 것이지...”


“그럼 자네는 선조시기가 조선이 혁신할 수 있었던 적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네. 율곡(이이)을 좀 더 일찍 중용되었더라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선조가 각성했더라면 ... 하는 상상을 나라고 안하겠나?”

 

“하긴, 이이 선생이 병조 판서 되시고 1년 만에 돌아가셨으니….”

 

“그 뿐인가? 이후 공납의 문제를 해결한 대동법조차 이이 선생이 수미법으로 미리 제안하셨다네, 선조가 잠시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유야무야 되었지...”



“...”

 


상상 속의 흰소리를 늘어놓는 사이, 우리가 탄 차는 시가지를 벗어나 있었고, 차창 밖으로는 만주벌판의 생경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무단강 상류의 징포후(鏡泊湖:경박호) 호수에 이르렀다. 이곳은 발해의 홍라녀(紅羅女) 전설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했다. 


징포후 삼면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조교의 말에 따르면 화산 폭발로 용암이 무단장 강의 막아서 만들어진 화산 폐색호라고 했다.


이름 그대로 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호수와 폭포가 어루러진 절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답사는 뒷전이고 여느 관광객처럼 사진찍기에 바빠졌다.


잠시 망중한을 즐기는 사이에 김 박사는 갈길을 재촉했고, 조교의 안내에 따라 숲길을 걸어가니 넝쿨에 가려진 동굴을 만날 수 있었다.


이름모를 넝쿨을 커튼처럼 걷어내니, 동굴의 입구가 보였고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불을 밝히고 걸어들어가면서, 여느 자연 동굴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장서 걸어들어가던 조교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입니다. 플래시를 꺼보세요.”


조교의 말에 모두가 손전등을 끄자, 동굴 천정에서 가느다른 빛이 세어들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빛이 다다르는 지점엔 어떤 비문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東海之國 一派發現 雙宇宙之 神秘通路 

未指定 獨行者 而消逝 此語刻於 洞壁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김 박사는 그 비문을 읽고 있었다.


“동해지국 일파발견 쌍우주지 신비통로, 미지정 독행자 이소석 차어각우 동벽”


“동해지국의 한 일파가 두 개의 우주로 통하는 신비한 통로를 발견했다. 단, 한 사람을 찾지 못해 그 내용을 동굴 벽에 새겼다.”


“동해지국이면?”


“발해를 뜻하는 게지.”


“한 사람?”


“글세, 좀더 읽어보세.”


김 박사는 가방에서 부드러운 귀얄(붓)을 꺼내 조심스럽게 비문의 먼지를 털어가며 나머지를 읽어내려갔다.


行此三千人之後 

將成爲三千大千世界之轉生獨行者

獨行者若至此地 遵循如下


“행차삼천인지후 장성위삼천대천세계지전생독행자, 독행자약지차지, 준순여하 ”


“다음을 따라한, 3,000번째 수행자가 삼천대천세계에서 환생하는 독행자가 될 것이다. 독행자가 이곳에 왔다면, 다음의 내용을 따르라.”


“도대체 뭔 소리인가?”


“글세?”


乾坤泰大過 卦 次序 踏後


“건, 곤, 태, 대과 괘 차서 답후 ... 괘를 차례로 밟고 나서...” 


向左旋三 向右旋二 舉右臂 念以下咒語

靈魂遊轉換界之門 天移神明啓經界

時空流移明人幻 ...


“향좌선삼 향우선이 거우비 념이하주어”


“왼쪽으로 세 번 돌고, 오른쪽으로 두 번돌고 나서 오른팔을 들고 다음을 따라 외워라. 영혼유전환계지문 천이신명기경계 시공유이명인환 ... 이 뒷부분은 지워져있구만”


가만히 듣고 있던 조교가 입을 열었다.


“이거, 타임슬립하는 주문 같은데요?”


“시간여행 말인가?”


“내용이 그렇지 않습니까?”


‘헛 걸음 했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고대의 음모론 아니 고대인지도 모를 과거의 찌라시를 대한 기분이 들었다.


내 눈치를 살핀 김이 한마디 했다.


“어이! 임.”


“왜 그러나?”


“여기 비문아래 주역괘가 그려져 있구먼.”


“그래서?”


“자네 한번 해보지 않겠나?”


“뭘 말인가?”


“이 비문의 독문을 외워보란 말일세.”


“장난하나?”


“우리들 중 하나가 3천번째 독행자가 있을지도 모를일 아닌가? 하하. 왜? 무섭나?”


김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문에 쓰여진 그대로를 먼저 따라하고 있었다. 바닥의 괘를 밟고 몇 차례 몸을 돌리며 독문을 외웠다.


“자! 이제 자네 차례일세. 어서, 하하하.”


이 녀석을 놀려먹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주문을 외우곤 기절한척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이 읽어주는 비문의 내용대로 동굴바닥에 새겨져 있는 괘를 차례로 밝고,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두 번 돌고나서 독문을 외웠다.


“... 천이신명기경계 시공유이명인환 조선선조십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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