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윤이 동탁의 본 모습을 늦게 깨닫고, 시름에 빠져 지인들을 불러서 한탄하고 있을 때, 조조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그까짓 서량의 멧돼지가 뭐가 그리 무섭다는 말입니까! 병주에 여 장군이 있고, 황도에는 이 조조가 있소이다! 나에게 검 한 자루가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동탁을 주살하고 여 장군을 불러오리다!"


하고 당당하게 말하니. 왕윤은 그의 의기에 감탄하여 보도 하나를 주었다.

조조는 이걸 기회로 삼아, 동탁의 집무실로 들어가나… 동탁이 뒤를 돌아 등진 틈을 타서 검을 뽑으려 하지만, 이내 동민과 화웅이 들어와 암살 시도는 무산이 되었다.

약삭빠르고 꾀가 많은 조조는 의아하게 여기는 동탁에게 칠성보도를 바치려는 척하고 '여포의 동향'을 거론하며 재빠르게 집무실을 나온다.


"이렇게 된 이상, 병주로 가자! 여 장군에게 동탁의 횡포를 알린다면 그는 즉시 정예를 끌고 오리라!"


하여, 하후 일가와 조씨 일가를 병주로 도피시키니.

이후- 이유의 간언으로 동탁이 뒤늦게 분노할 때, 여포와 순유는 동탁이 천자를 손아귀에 쥐고 만행을 부린다는 걸 조조로부터 알게 되었다.

여포는 이에 분노하여, 순유의 지시에 따라 토동탁격문을 뿌리며 충성의 기치를 내세우는데… 이유는 세작의 보고로 들은 '맑은 물'을 이유로 삼아, 조정의 대신을 압박한다.


"어찌하여 여포는 천자께서 하실 업을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일을 벌여, 역천을 꾸미는가! 죄인 여포는 당장 명을 받아 무릎을 꿇어야 하리라!"


하여 칙사가 가로되, 순유와 조조는 여포가 혼자 가겠다는 것을 말린다.
만약 장군이 홀로 간다면- 분명 이전의 역적, 하진처럼 최후를 맞으리라고.

그러자 여포가 가로되.


"내가 만일 군인으로서 권력과 재화를 탐하였다면, 당장 이 하늘에서 벼락을 내려도 마땅할진저. 그저 맑은 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죄라면 하늘이여, 벌을 내리소서!"


그렇게 여포의 비통섞인 소리가 있었다.

허나, 하늘은 그에게 벼락과 천둥을 내리는 대신- 그의 충성과 헌신을 위로하기 위해 비를 내렸다. 이걸 지켜본 순유와 조조, 그리고 모든 병주의 사람이 놀라서 입을 벌리메.

조조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바로 앞에 서 있는 비장이, 이 하늘의 뜻을 섬기고 행동하는 이임을.

황제가 그토록 찾고 헤메던 여의주가 바로 자신의 앞에 있음을.

충을 행하되, 보답 받지 못하던 탁류의 자손에 피어오른 야망의 불씨는 이날을 기점으로 붉게 타오르니…


병주의 여포는

하늘을 감동하게 하였고
땅을 보살펴, 그에게 의를 행하고
사람은 그가 이루어낸 협과 충이 있음을 알았기에.

이로써 천하에 퍼진 <토동탁격문>을 본 모든 제후들의 눈은 병주를 향하였다.





조조의 후피집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