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0세기 이후부터 동성애 억압과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 인구로 따지면 동성애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설사 그들이 다수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소수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전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동성애 억압과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어느 입장이 인기가 있는지를 알려줄 뿐이다. 나는 “인기 있는 입장을 따라야 한다”는 명제에는 절대 반대다. 그런 식으로 자기 입장을 정한다면 이제는 정말 인기가 없는 극좌파의 입장을 내가 버려야 할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2000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그 때에는 문명 세계에서 노예제 지지 입장이 다수파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예제를 지지해야 하나? 도덕적 입장은 과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지만 인기 투표로도 해결할 수 없다. 적어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동성애 억압과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좋다. 왜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 입장과 같으니까”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 보았을 때 별로 설득력이 없는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설사 그런 허술한 논리(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가 동성애자 해방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나는 허술한 논리가 아닌 정도(正道, 올바른 길)를 걸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논리를 들이댈 수 없는 문제에서는 논리를 대지 안고 그냥 우기는 것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