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4세는 11월 16일 앙주 공작을 집무실로 먼저 부른 뒤 에스파냐 대사를 맞이한다.

왕은 에스파냐 대사에게 앙주 공작을 가리키면서 그에게 자신에게 하듯이 인사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파냐식으로 무릎을 꿇고 에스파냐어로 장황하게 인사했다. 왕은 손자가 아직 에스파냐어를 알아듣지 못하므로 손자를 대신해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관례와 달리 집무실의 두 문을 활짝 열게 하고 근처에 모여든 모든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들어오도록 명했다. 그리고 나서 위엄 있는 태도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진 뒤 앙주 공작을 내세우며 말했다.

신사 여려분 여기 에스파냐 왕을 주목하십시오 그는 혈연에 의해 에스파냐 왕에 봉해졌습니다. 선왕도 그렇게 유언했을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그를 간절히 원하며 짐에게 하루 속히 그를 보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이는 하늘의 명령이며 짐은 기꺼이 그 명령을 따르렵니다.

그리고는 손자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훌륭한 에스파냐인이 되시게 그것이야말로 현재 그대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의무라네. 하지만 두 국민의 결합을 위해 그대가 프랑스 출신임을 기억하시게. 그것이 두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고 평화를 보존하는 방법일세

그리고 에스파냐 대사에게 말했다.

너의 왕에게 경례하라

대사는 눈물을 흘리며 새 왕의 손과 발에 키스하며 말했다. 

이제 피레네는 없습니다. 피레네는 파괴되었고 우리는 하나입니다.

카를로스의 유언을 씹고 스페인 왕위 계승을 방해한건 오스트리아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