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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천일야화 (0)

쑥쑥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9 23:44:28
조회 318 추천 5 댓글 1
														

0. 잠들지 못하는 밤에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로제마인."


밤이 깊은 방. 나의 방에 로제마인이 찾아왔다. 손에는 두꺼운 책을 한 권 들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온 시종을 보니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아, 그...그게 있잖아요...저..."


"책을 읽게 해 달라는 부탁은 안됩니다. 로제마인님. 전에도 밤을 꼬박 새셨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볼을 부풀리는 것을 보니 아직 정신이 육체의 성장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평생 이런 성격이려나.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로제마인의 볼을 꼬집는다. 이전과 달리 손맛이 좋지 않지만 잔뜩 화난 스밀과 같은 표정을 짓는 로제마인의 얼굴을 보는 것 또한 즐겁다. 만족할 만큼 잔뜩 주무르고 나자 양 손으로 뺨을 가리며 눈을 흘기는 모습이 또 재밌다.


"한 영지의 아우브가 되어서 감정을 그렇게 쉽게 드러내다니."


"페르디난드님 앞에서만 이러는 걸요!"


평민 출신인 그녀는 쉽게 감정을 드러냈었다. 한 때는 에렌페스트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상급 귀족이 모두 달라 붙어 그녀를 교육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기준으로 안심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선 얼굴 표정을 데구르르 굴리고는 했다. 질베스타에게 이 모습을 본다면 아마 웃겨 죽으려고 할 것이다. 로제마인은 종종, 아니 빈번하게 엉뚱한 일을 벌이고는 했다. 방해물을 모두 제거한 지금에서는 마수와 마목을 연구하는데 있어 든든한 조력자지만.


문득 창 밖을 보니 천둥이 치고 있었다. 봄이 올 시기인가. 로제마인은 유독 천둥이 치는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곤 했다. 란체나베와의 전투를 눈 앞에서 모두 목격한 탓일까, 그녀의 기억이 사라지고 되돌아 왔지만 여전히 불안에 떨 때가 있었다.


"슈라트라움의 축복이 부족한가 보군. 자, 이쪽으로 와라. 축복을 걸어줄 테니."


사실은 신의 축복 따위 걸어주고 싶지 않았지만 로제마인이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더 큰 사고를 친다는 것을 안 이상 그녀를 재워야 했다. 이미 에렌페스트에서 벌인 일을 더욱 크게 하고 있고 영주의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나와 유스톡스가 업무를 도와준다고 해도 과로였다.


"그게 아니라...! 페르디난드님에게 책을 읽어 드리려고 왔어요...그, 한 번도 책을 읽어준 적이 없나 해서..."


기세 좋게 시작한 처음과 다르게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책을 함께 읽는 다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다. 심지어 로제마인이 읽어주는 책이라니. 좋은건지 나쁜건지 팔이 간지러웠다.


"책을 이미 충분히...아니 충분히라는 말은 없겠군. 같이 읽는다는 건 또 뭐지?"


"전에, 그러니까 지인짜 전에 아버지에게 칭찬받았다는 얘기를 했을 때, 이렇게 책을 읽어주면 가족이 하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여기 앉고, 페르디난드님이 여기."


자신의 허벅지를 탁탁 치면서 앉으라 재촉하는 로제마인을 보며 실소가 나왔다. 그런가. 몇 안되는 어린 날의 좋은 추억을 함께 기억해주고 있었구나. 문득 마인의 집으로 찾아 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그들을 보며 정말 부러웠는데. 이제는 그리웠다. 그리운 건가.


"거기에 내가 앉으면 네가 짓눌려 버리겠군. 안 그래도 작은데."


"페르디난드님 또! 어딜 봐서 꼬맹이라는 거에요!"


"꼬맹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그 말이 그 말...꺅!"


나는 로제마인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가져다 댔다. 시종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기분이다. 얼굴을 들어 로제마인을 쳐다보니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페, 페, 페르디난드님 이게 무슨!"


"가족끼리는 서로 좋아하는 걸 한다고 들었다. 책을 읽어주는 건 네가 좋아하는 거 아닌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지."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자, 어서.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든다."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에 반응했는지 로제마인은 얼굴이 새빨간 와중에도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낭랑하게 책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뜻하고, 청량하고, 감싸는 목소리.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

다른 거 쓰다보니 페르마인이 꽁냥대는 게 너무 쓰고 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천일야화니까 책 위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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