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취공(惡取空악할 악, 가질 취, 빌 공)

공(空)을 깨닫지 못하고 머리로만 이해하려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해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불교에서 가장 금기시하고 가장 꺼려하는 것이 바로 이 악취공이다.

(2) 단멸공(斷滅空끊을 단, 꺼질 멸, 빌 공)

'이 생(生)은 단 한 번 뿐'이라고 잘못 믿어서, 한 번 깨달으면 됐지 더 이상 닦을 것도 없어서 이대로 영원한 낙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 것이다. 견성(見性)하면 성불(成佛)한 자라고 떠들면서 보림(保任. 깨달은 뒤에 더욱 갈고 닦는 수행)하지 않는 덜 된 수행의 무리들이 바로 이러한 견해에 떨어진 사람들이다.

(3) 무기공(無記空없을 무, 기억할 기, 빌 공)

공(空)에 집착해서 생각이 일어남을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지혜가 아닌, 아무 것도 없는 깜깜한 상태를 고수하는 것'이다.

무기공은 참선 중에 화두를 망각한 상태, 화두를 놓친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참선을 할 때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상태에서 화두를 분명하게 들고 있어야 하는데, 고요함에 매료돼 화두를 망각하고 몽롱한 상태가 된 것이다.

혜능(慧能. 선종의 제6대 조사)은 좌선을 한답시고 목석처럼 앉아 혼수상태에 빠져드는 형식적인 참선 수행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그는 무기공에 빠져드는 좌선 수행을 단호히 배격하면서 반야 지혜가 관통하는 일상생활을 강조했다.

(4) 완공(頑空완고할 완, 빌 공)
'일체는 모두 공한 것(一切皆空)'이라는 견해에 완고히 집착하여 '모든 것을 생명력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에서 '색즉시공'만 붙들고 있는 것이다.


(5) 편공(偏空치우칠 편, 빌 공)
공(空)에 치우친 것. 불교에서는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너무 강조하기 때문에 중생과 함께 하기가 어렵다. 즉, 일체 중생은 원래부터 무상이고 무아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치우치고 모자라는 인식은 편공(偏空)에 빠졌기 때문이다



(6) 석공(析空쪼갤 석, 빌 공)
이 몸을 분석하고 또 분석하고 계속 분석해서 파고 들어가면, 이 몸이 살이나 뼈였다가, 단백질이었다가,  세포였다가, 분자였다가 원자였다가, 쿼크(Quark), 렙톤(lepton), 힉스입자(Higgs boson)로까지 쪼개진다. 이런 '소립자,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공'이라고 하는 것을 석공이라 한다.

위에서 몇 가지 공견(空見)의 병폐를 살펴봤는데, 사람들은 살면서 한 가지 이상의 공견을 가지고 있다. 중생의 병이면서 또한 수행자의 병이기도 한 것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견고한 중생의 병을 치유해주기 위해서 팔만사천의 약방문을 설해주신 것이다.


'형상 있는 것(色색)'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나고, '형상 없는 것(空공)'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나야 비로소 중도의 이치, 곧 참 진리를 깨칠 수가 있다.


ㅡ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