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어릴 적부터 배에 가스가 많이 찼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차 응급실에 가서 호스로 빼낸 적도 있을 정도로 나한테는 일상과 같았다

나는 아침에는 괜찮은데 하루 중 생활을 할 수록 점점 배에 가스가 차고 배가 불러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학생 때는 야자 때 계속 배에 가스가 차서 화장실에 가서 가스를 빼내곤 했었고

친구들과 여행 가면 배에 가스가 너무 많이 찼지만 참는 것이 일상이 되었었다

다들 알겠지만 가스를 참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배는 저녁이 될 수록 불러오고, 직장 내에서는 가스와 대변이 뒤섞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면 변기에서 가스를 빼내야한다

(그냥 가스를 빼내려 하면 대변도 함께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방귀도 하루에 50번씩은 뀌었고 한번 한번이 뽁 하고 나오는게 아니라 정말 많은 양의 가스가 나왔었다

가스앤프리, 페퍼민트 오일, 유산균, 저포드맵식이 등 많은 방법을 강구해봤지만 나에겐 전혀 효과가 없었음

그러다가 얼마전에 이상한 점을 발견함

나는 평생 한번도 트림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임...

콜라를 마셔도 트림이 안나왔고 밥을 먹어도 명치쪽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 느낌을 자주 받았는데

다른 사람도 그러겠거니 하고 그냥 이게 문제인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었다

알고보니 트림을 못하는 것은 R-CPD라는 병이었다..

식도의 괄약근에는 상부식도괄약근과 하부식도괄약근이 있는데,

하부식도괄약근이 너무 헐렁하면 생기는 것이 역류성식도염이다

트림을 못하는 병인 R-CPD는 상부식도괄약근이 너무 쪼여져서 생기는 병이었다

정상인들은 이 괄약근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공기가 차면 이 괄약근이 알아서 이완돼면서 트림이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상부식도괄약근은 너무 강하게 수축하고 있어서 공기가 차도 트림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트림을 못하니 나는 평소에 목 근처에서 공기가 올라오는 소리가 종종 들리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맥주나 콜라와 같은 가스생성액체들은 피하고 있었다

트림으로 가스를 못빼내니까 내가 무의식적으로 흡입하는 모든 기체들과 위에서 소화되면서 나오는 공기들 등등은

모두 내 장으로 내려갔고 그러다보니 하루 중 저녁이 되면 복부는 팽만하고 가스로 빵빵하게 차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질환을 볼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상부식도괄약근에 보톡스를 맞는 시술을 받았다

결과는 너무 드라마틱했다... 트림도 할 수 있게 되었고 하루에 트림을 30번 이렇게 하곤한다

트림을 할 때 음식물 냄새가 난다는 것도 이번에 평생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다...

시술을 받고 나서 술자리를 갖는데 맥주를 2잔 3잔 마셔도 트림을 하면서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게 이렇게 행복한거구나 느꼈다

잦은 방귀와 복부팽만도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저녁쯤에는 항상 배가 튀어나와서 옷핏도 망가지곤 했는데

이제는 배도 홀쭉하고, 거의 12시간동안 방귀를 끼고싶다는 욕구가 없이 편한 배로 생활한 적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활을 평생 해왔던거구나.. 트림을 아예 못하니 지금까지 가스가 다 장으로 간거였구나

모든 퍼즐이 풀리는 시점이었다....

여기도 잦은 방귀와 복부팽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설사나 복통은 전혀 없었다. 있다면 복부팽만으로 인한 복통)

트림을 너무 안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길...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네이버 카페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네이버에 R-CPD 카페가 있으니

요즘 넘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