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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혼의노래 17 / 3장 비탄과 슬픔의 생

ㅇㅇ(221.143) 2018.10.15 17:43:22
조회 287 추천 8 댓글 2
														

5. 비탄과 슬픔의 생


대마초 사건이 터졌다.


벼락이자 무서운 철퇴도 아니였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것은 벼락도 아니고 철퇴도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한 회오리바람인지도 몰랐다.


아름다운 양귀비의 덜 익은 열매 껍질을

칼날로 베었을 때, 거기서 흘러나오는

진을 말려서 얻는 고무 모양의 물질을 가리켜 아편이라고 한다.


세칭 마약이다.


이 마약 속에는 모르핀을 비롯하여 30여 가지 이상의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진통제차 진정제로 쓰이는

좋은 약이 되지만, 되풀이 사용하면 습관성이 강한 중독을 일으킨다.


그래서 마약법이 제정되어 이의 습관성을 단속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되면 일종의 환각 현상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뜻밖의 범죄를 저지른다는게 전문의들의 진단이다.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마약이 그렇게 심각한 사회의 암적 존재라는 것을

안 것은 내가 대마초사건에 연루되어 가요활동이 중지된 뒤였다.


물론 대마초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막연한 죄의식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의 무서운 해독을 알고 난 다음의

그 놀라운 충격을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마약 주사를 맞아 본 적은 없었지만, 담배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피워 본 대마초고 마약은 마약인 것이다.


그렇다.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숨기겠는가.

나는 다만 동료 연예인들이 그렇듯이

가벼운 호기심으로 가끔 대마초를 피워 보았을 따름이었다.


한편으로 (돌아와요부산항에)가 크게 히트됨으로써 위문공연이다

방송국이다 클럽이다 자선이다 정신없이 출연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극도로 쇠약해져 더 이상 견뎌나갈 재간이

없을 때 슬그머니 대마초의 힘을 빌어보려고 했던 계산도 없지는 않았다.


그저 그 정도였을 뿐 상습범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쨌든 대마초에 손을 대었다는

사실이 분명한 이상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여기서 일일이 그 이름을 들먹거릴 필요는 없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일선 연예인들이

대마초사건에 관련되어 처벌을 받았다.


처벌은 가혹했다.


벌금형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송 출연이 금지된 것이다.

말하자면 무대를 잃어버린 셈이었다.


처벌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떠돌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방송 출연은 못해도 생계 유지를 위한 밤업소의 활동은 허용되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돼지처럼 먹고 살아가지 않는 이상은

지금보다 높은 이상을 꿈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부단히

투쟁하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의 생리다.


무대를 잃어버린 가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 있는가?


무서운 절망감이 엄습했다.


어렵게 어렵게 겨우 딛고 올라선 정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셈이었다.


비탄과 슬픔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다.

거의 매일 술로써 울분을 달래었다.


나의 인생, 나의 꿈, 이런 모든 것들이

거추장스러워 쉬고 있는 내 작은 육신마저 증오스러웠다.


어디로든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잠적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수없이 일어났다.

실제로 활동이 중지된 연예인 가운데는 해외로 나가버린 사람도 없지 않았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누나가 나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이민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마음만 정하면 얼마든지 떠날 수 도 있는 조건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싫었다.

조국을 등지고 어디를 간단 말인가.


내가 태어난 곳, 내가 자란 땅, 나의 꿈이

미처 익지 못한 조국을 떠난다는 생각은 꿈에서조차도 싫었다.


죽어도 조국에서 죽고, 살아도 조국에서 살고 싶었다.


갈등과 방황과 절망의 나날은 쉴새 없이 흘러갔다.


대마초와 관계없는 가수들이 마치 지정곡 콩쿨대회라도

벌이듯이 너도 가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러댔다.


그것은 마치 나의 살과 뼈를 에이는 듯한 아픔을 주었다.

철없는 질투심이었을까?


그러나 질투심이란 따지고 보면 자기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자신만만한 사람은 남의 일에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 법이다.


학문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은 큰 회사의 사장이

자가용 차에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조금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일수록 질투심이 강하다.

명문집 사람들이 새로 출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은 서로의 입장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가까운 친척이나 동료,

또는 같이 자라난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출세를 하면 시기하기 쉽다.


왜냐 하면 그것 역시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은 열등감 때문이다.


질투가 심하면 공연히 남의 허물이나 잘못을 캐내기 쉽다.

이러한 사람은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자연히 불쾌감을 주게 된다.


질투심을 없애려면 내것과 남의것을 비교하지 않는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친구가 일확 천금으로 부자가 되든,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든, 그는 그고 나는 나로서 자기의 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질투심은 누워서 침 뱉기 식으로 결국은 자기 자신을 불행하게 할 따름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도 수시로 흔들리는

나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할 일이 시급했다.


내가 대마초만 가까이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따위의 후회조차도 나는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란 잘못에 대한 반성과는 다르다.


이렇게 되지 않고도 무마되는 방법은 없었을까.

조금만 주의를 했더라면, 따위의 후회를

해봐야 일은 이미 끝나버린 뒤인 것이다.


차라리 '죄 없는 자 있으면 돌을 던져라'가 참다운 위로였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가방 하나만을 들고 서울을 떠났다.

정처 없는 방랑이었다.


이름난 명승고적을 찾았고, 산과 강을 따라 걸었다.

가방 속에는 간단한 일용품외에 독일 작가

헤세의「데미안」과 일기장이 들어 있었다.


이 일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할까?


혼자 걷고 또 걸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배회했다.


그러나 아무 곳에서도 해답은 없었다.


내 삶은 어느 누구의 도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건져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뿐이었다.


세상에는 과거의 행위때문에 후회하면서

하루하루를 무가치하게 보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작 해야 할 일을 잊고 있다면,

아무리 과거를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명한 사람은 나쁜 과거를 거울삼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새로이 출발한다. 그것이 바로 최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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