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음악의 본질을 우리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의 본질은 <시간 예술>이자 <청각 예술>이라는 것이다.
일단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들어봐야만 안다.
듣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하다.
나는 지금껏 클래식 음악에 관해,
<지적 허영심>에 빠져 있는 많은 환자들을 만나왔다.
그것은 음악을 전공했느냐 안 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음악적 지식이 풍성하냐 그렇지 않느냐와도 무관하다.
아무리 전공을 하면 무엇하고, 음악에 대해 학문적 지식이 있으면 무엇 하겠느냐.
전공하는 사람이 오히려 음악을 듣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봐 왔다.
일개 한낱 애호가인 나보다도 음악을 더 듣지 않는다.
전공자일수록 특정 장르만 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음악은 듣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가 전공하는 악기의 음악만 듣는 것이다.
전공생은 날더러 음악을 알지도 못하는 것이 하면서 혀를 끌끌 차고,
반대로 나 또한 전공생더러 너보단 내가 음악을 더 많이 사랑한다고 자부하게 된다.
웃지 못할 진풍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엉성한 부조리극이자, 촌극이자, 넌센스가 빚어지는 것이다.
그럼 클래식에 막 입문한 사람들은 사정이 좀 나을까?
아무 것도 모르니 순수하고 맑고 투명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내가 겪은 작은 결론이다.
상당히 피곤한 아이들이 이 부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생각 외로 <결핍된 교양>을 충족하고자 클래식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로서는 개풀 뜯어먹는 소리다. 나는 교양이 없다. 알지도 못한다.
클래식은 다만, 나에게 거대한 청각적 쾌감을 안겨줄 따름이다.
공연장에서 눈을 감고 있노라면 거대한 음의 파도가 나에게 밀려 오다.
나는 서퍼가 되어 넘실대는 음표의 바다 속에서 승천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음표가 내 몸에 부딪쳐 포말이 되어 사라질 때의 살아있는 느낌에 전율한다.
그 뿐이다.
그러나 클래식 입문충은 아직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
어찌 보면 그것은 당연하다. 이해가 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잘못 아니다.
그러나 클래식 입문충은 겸허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식에 집착한다.
서툰 표현이더라도 나를 일깨운 음악을 놓고 감동하면 끝나는 것을,
본인이 클래식에 대해 이만큼 안다는 것을 입에 침이 튀어라 자랑한다.
단적으로 얼마 전 클래식에 입문한 지인 아무개는
본인이 '클래식 명곡 100선'을 듣고 있다며 '클래식은 내 인생의 동반자'라 했다.
거기까진 좋다. 근데 본인이 작곡가들의 국적과 프로필을 조사했다면서, 설익은 정보를 과시한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음악이 최고이고, 독일 음악은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식의 뇌피셜을 늘어놓는다.
베토벤과 브람스가 왜 이렇게 위대한 작곡가로 불리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이 진짜로 좋아하는 음악의 곡목과 작곡가, 그 곡의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읊지를 못한다.
기괴하게 편협된 단편적인 지식의 감옥에 갇혀 클래식을 모독하고 있는 장면인 것이다.
따라서 클래식을 잘 알든 모르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알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들으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본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면 된다.
클래식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나를 미치게 하는 음악, 나를 떨리게 하는 음악,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음악을 만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면 된다. 단,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 안의 울림으로 풍성해지도록.
지식은 그 다음의 플러스 알파의 문제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흠결은 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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