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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미리보는 프로그램북 - 브루크너 8번 (1)

Bruckn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4 18:13:28
조회 501 추천 20 댓글 0
														

# 본 글은 이전에 제가 게재했던 가이드북이 되고 싶은 글(링크)을 일부 수정하고 요약한 글임을 미리 알립니다.

# 이 글은 모바일로 읽기에는 다소 난잡할 수 있고 넓은 화면으로 읽을 때 가독성이 상대적으로 더 낫기에 모바일보단 넓은 화면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과 음악적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글이기에 어디까지나 여러분들이 이 곡과 친해지는 용도로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글쓴이 본인은 음악을 잘 들을 줄 모르는 음알못임을 사전에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Ⅰ. 개관


교향곡 8번 작곡 과정과 초연


초판본 작곡과정과 개정


브루크너는 이 교향곡 8번의 초판본 작곡을 1884년에 시작하여 1887년에 완성하였습니다. 9번 교향곡을 작곡하던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른 달랐습니다. 8번 이전에 작곡한 교향곡 7번과 종교음악 <Te Deum>의 초연이, 비록 준비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연주되었고 이후 독일 전역을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연주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빈 대학교 선배 교수였던 헬메스베르커의 의뢰로 작곡된 현악 5중주 F major 역시도 독일 각지에서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1884년은 브루크너가 60세인 해인 점을 고려해보면 브루크너가 작곡가로서의 국제적인 명망을 얻기까지는 실로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브루크너는 이 당시 빈 대학교와 빈 음악원에 모두 출강하며 수업을 하고 있었던 터라 교향곡 작곡을 위해서는 방학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학기 중에도 틈틈이 작곡을 한 기록은 있지만 대부분의 작곡은 방학 내지 휴가 기간에 이루어졌고, 이 때문에 완성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8번 교향곡 작곡과 관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있는데, 그는 뮌헨 궁정악단의 지휘자 헤르만 레비입니다. 브루크너는 교향곡 7번의 뮌헨 초연을 지휘하였던 레비에게 “음악적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돈독한 관계에 있었습니다. 심지어 교향곡 7번의 초연을 담당했던 레비는 바이에른의 아밀리에 왕비에게 편지를 보내어 브루크너가 훈장과 연간 300플로린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프란츠 요제프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청원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황제에게 보낸 왕비의 청원은 받아들여져 브루크너는 이전보다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늘 총보와 파트보를 출간하는 비용에 대해 문제를 겪었던 브루크너는 황제의 배려로 출판 비용도 황제가 부담한다는 약속을 받았고, 기쁜 마음으로 8번 교향곡을 완성하여 레비에게 완성되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1887년 11월 혹은 12월 중에 연주될 수 있을 것이라는 레비의 의 응답을 받고 교향곡 8번에 대한 스코어를 뮌헨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 교향곡 8번 초판본의 완성은 이전에 겪었던 어떤 시련보다도 더 큰 시련을 브루크너에게 안겼습니다.


헤르만 레비는 교향곡 8번의 리허설을 진행하다가 아래와 같은 편지를 브루크너의 제자인 요제프 샬크에게 보냈습니다.


나는 브루크너 교수의 8번 교향곡을 며칠동안 살펴보았으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내가 어리석거나 너무 나이가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오케스트레이션은 불가능한 것이며, 훌륭한 7번과는 너무나도 다르고 거의 기계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1악장 발전부는 이해할 수 없으며 마지막 악장에서 스코어를 덮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략)


요제프 살크는 레비에게 조언의 뜻을 담은 답장을 보내었고 레비는 직접 브루크너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난 8일 동안 이미 나는 이 긴 편지를 당신에게 쓰는 데 할애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적당한 단어를 찾는 데에 내 인생에서 이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다. (중략)그래서 지금의 교향곡 형태로는 연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냥 이 곡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이 교향곡의 테마가 장엄하고 직접적인 것 만큼이나 내가 보기엔 이 곡의 결과물 또한 애매합니다. 실로, 나는 이 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교향곡 8번의 연주는 당신을 생각했을 때 내가 맡아선 안 됩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며칠 동안에 악보를 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이 작품과는 더 이상 친숙해질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 곡을 연주하겠다는 나의 약속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십쇼. 나는 명백히 이를 형편없이 연주할 것이니 제발 11월에 있을 교향곡 4번을 연주하도록 해주십쇼. 나에게 무엇이 되었든 답장을 부탁합니다. 용기를 잃지 말아주십쇼. 당신의 작품에 새로운 관점을 취해 보고 당신의 친구인 샬크와 이야기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개작을 하는 것이 무언가를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나를 좋게 생각해십쇼. 나를 아주 나쁘게 생각해도 난 상관없습니다만 당신을 향한 내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변했다거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쇼.


물론 레비는 브루크너에게 이런 개정의 요구를 자주 해왔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교향곡 1번의 린츠 개정판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너무 고치지 말라고까지 조언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비의 편지를 받아든 브루크너는 깊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브루크너의 제자 요제프 샬크는 헤르만 레비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당연히도 브루크너 교수님의 감정을 매우 심하게 상하게 했습니다. 그는 영원히 불행할 것이라 느끼고 어떤 위로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반응이 물론 예측된 바이고 그를 쓰디 쓴 절망 가운데서 교수님을 건져낸 가장 예의 바른 방법이었습니다. 소망하기를 브루크너가 곧 안정을 찾을 것이고 당신의 조언에 따라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입니다. 지금은 확실히 작업에 착수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지금 브루크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고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브루크너 교수님은 천부적인 힘을 발휘하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곧 돌아올 것입니다. 분명 스스로를 진정시키고야 말 것입니다. (후략)


그리고 레비의 편지로부터 받은 충격은 8번 교향곡의 개정을 촉발 시켰을 뿐 아니라 1, 3, 4번 교향곡의 개정으로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1,3,4번의 개정작업과 동시에 진행되었던 터라 교향곡 8번에 대한 개정 작업 역시도 초판본이 완성된 1887년으로부터 3년이 더 흐른 1890년에야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초연


개정된 교향곡 8번의 초연은 지난했던 교향곡 8번의 작곡 및 개정 과정과 마찬가지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먼저 개정된 교향곡 8번을 초연하기로 약속을 했던 헤르만 레비는 후두염으로 인해 병환을 앓고 있었고 뮌헨에서의 초연은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헤르만 레비는 만하임에 있던 펠릭스 바인가르트너라는 젊은 지휘자를 추천하였고 브루크너는 만하임에서의 초연을 약속 받았습니다.


그러나 바인가르트너는 만하임의 오케스트라의 편성에서 제1바이올린 주자는 8명으로 적고, 또한 바그너 튜바를 연주할만한 연주자를 찾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8번 교향곡의 초연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후 바인가르트너는 브루크너에게 또 다른 편지를 보내어 자신이 베를린에 지휘자로 초청이 되었고 또 바쁜 일정으로 이 어려운 곡에 대한 충분한 리허설을 갖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초연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리고 1892년, 브루크너는 요제프 프란츠 황제에게 헌정한 대가로 교향곡 8번의 총보와 파트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판 출판을 위한 1,500 플로린을 지급 받았습니다.


교향곡 8번의 초연은 빈에서 한스 리히터의 지휘와 빈 필하모닉의 연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초연은 1892년 12월 18일 열렸고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휴고 볼프, 지크프리트 바그너(바그너의 아들)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교향곡의 헌정자인 요제프 황제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왕세자비 스테파니와 발레리 공주를 대신 보냈습니다.


교향곡 8번의 초연은 성공적이었습니다만 여전히 브람스파의 거두인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는 “바그너의 극적인 스타일을 교향곡에 도입한 것일 뿐 전체적으로 이상하고 역겹기까지 하다.”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슬리크를 제외한 빈의 비평가들은 이 교향곡에 대해 대체로 찬사를 보냈습니다. “현대음악의 절정”, “교향곡 발전의 새로운 지평”, “모든 브루크너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 등의 평론이 이어졌습니다. 초연 실황의 생동감을 전하는 어떤 편지에서는 “악장이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지고, 특히 아다지오 악장(3악장)에서는 그 절정에 이르렀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곡이 가진 연주의 난이도로 인해 브루크너 여생 동안 두 번 더 연주되는데 그쳤고 미국 초연은 1909년에, 영국 런던에서의 초연은 1929년에 성사되었습니다.


교향곡 8번의 주요 특징


브루크너는 7번 교향곡의 인기를 통해 뭔가 깨달은 점이 있었나 봅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을 00번부터 나열하고 보았을 때 음악 스타일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몇 군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지점이 6번에서 7번 넘어갈 때입니다. 3,4,5,6번이 비슷한 구석이 있고 6번과 7번 사이가 스타일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며 또 8번에서 9번 넘어갈 때 스타일이 변했다고 느껴집니다. 6번에서 7번 넘어갈 때 가장 큰 변화는 브루크너가 특히 1,4악장의 전개부에서 자주 사용했던 대위구들을 확 줄이고, 훨씬 음악이 더 명료하게 들릴 수 있도록 그 골격만을 남기는 듯한 말쑥함이 돋보입니다. 푸가마냥 대위적인 부분들이 여러 군데에 있다보면 음악이 보다 복잡하게 들리고 듣는 입장에서 난이도가 좀 올라가는 편입니다. 7번에서부터는 이런 대위적인 부분들을 가급적 줄이고 설사 쓴다 하더라도 좀 더 무엇이 음악의 주인공인지 부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 8번은 브루크너 특유의 기법이 잘 녹아든 곡입니다. 비록 8번의 초판에서는 여전히 5,6번 스타일의 복잡한 대위적인 스타일이 드러나 있지만, 개정을 거치면서 복잡한 대위구들은 과감히 삭제시키고 각 악절마다의 고유한 캐릭터가 잘 부각될 수 있도록 음악을 정돈 시켰습니다. 브루크너 특유의 트레몰로로 시작하는 브루크너 오프닝, 휴지(Generalpause), 시퀀스(Sequence, 같은 음형으로 반복되며 진행), 리듬(2박자와 세딧단 음표가 결합된 음형), 노래하는 악절(Gesangperiode 1,3,4악장의 2주제)의 모든 트레이드마크가 전부 동원되면서도 각각의 장치가 충분히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이 8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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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음표 2개와 세딧단음표로 구성된 브루크너 리듬>


브루크너 오프닝을 통해서는 중음역대에서의 스산하면서 뭔가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곡 중간 중간 등장하는 휴지는 악절을 확실히 구분 짓고자 할 때 쓰이며 특별히 금관악기의 장엄한 코랄 끝에 마치 그 장대한 외침을 홀의 잔향으로 남기는 듯한 표현으로도 쓰입니다. Gesangperide, 노래하는 악절이라는 이 용어는 주로 소나타 형식의 1,4악장 2주제를 두고 브루크너가 썼던 용어인데, 이 2주제의 우아한 노래가 1,3주제의 강대한 표현과 대비되며 그 느낌을 잘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브루크너 시퀀스 역시도 전 악장에서 두루 쓰이면서 음악 내적인 에너지를 응축시켜 클라이막스로 전달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브루크너 리듬은 2박+3박의 음형으로 1악장 클라이막스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해내는 용도로서 사용됩니다. 이렇듯 그동안 쌓아온 자신만의 무기들을 7번의 성공을 통해서 청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은 듯한 브루크너는 자신의 모든 교향곡 중 가장 긴 이 8번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원숙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의 그 어떤 교향곡 보다도 각 악장의 개성과 각 악장 사이를 이어주는 통일성 모두 뛰어난 편입니다. 1악장의 음울함, 스케르초의 춤곡 스타일의 3박자 리듬감에 대비되는 오스트리아 시골 풍경을 보는 듯한 전원적인 트리오가 공존하는 2악장,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사운드로 가득 채워진 숭고미의 3악장, 금관과 현악의 음색적 대비를 통해 형성한 긴장감과 악곡의 모든 결론이 담긴 4악장. 악장마다의 개성이 이전의 교향곡보다 뚜렷해져 긴 곡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교향곡입니다.


특히나 이 곡은 어딘가 닮아 있는 듯한 형태의 테마를 통해서 악장 전체를 이어주는 통일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1악장 1주제의 붓점 리듬의 테마와, 4악장 1주제의 붓점 리듬의 테마가 분위기에서나 그 형태 측면에서 닮아 있으며, 2악장 트리오의 메인테마와 3악장 B테마의 메인테마, 4악장 2주제의 테마가 서로 닮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악장 3주제와 3악장 3주제가 서로 비슷한 음형을 취하고 있어 이런 테마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을 통해 교향곡 전체가 강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주요한 특징으로는 2,3악장의 위치가 도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스케르초 악장이 3악장에 위치해 있고, 느린 아다지오 악장이 2악장으로 위치한 것이 일반적인 교향곡의 모습이나, 브루크너는 느린 악장을 3악장으로 두고, 스케르초 악장을 2악장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상대적으로 분량도 짧고 전체적인 악곡의 전개 면에서 서론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1,2악장의 전반부와 교향곡의 구심점을 담당하는 3악장, 그리고 교향곡의 총결산 역할을 하는 4악장, 이 두 악장이 교향곡의 후반부를 담당하여 마치 1,2부로 나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교향곡에서 브루크너는 특이하게 메트로놈 표기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브루크너는 메트로놈 표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나, 이 교향곡의 4악장에서 메트로놈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4악장 인트로 부분에서는 2분음표 = 69, 2주제에서는 2분음표 = 60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휘자들은 이런 메트로놈 표기를 지켜서 연주하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표기대로 연주하게 되면 얼마만큼 느려지게 되냐면 첼리비다케의 템포만큼이나 느리게 연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첼리비다케의 그 느린 템포가 브루크너의 의도를 구현했다라고 볼 순 있으나, 대체로 이보다 빠른 템포를 청중들도 선호하고 또 지휘자들도 대체로 표기보다 빠르게 해석해왔기에, 이런 브루크너의 메트로놈 템포 표기는 지켜지지는 않는 편입니다.


악기 편성


이 교향곡은 3관 편성입니다. 호른(8대), 튜바(1대)를 제외한 모든 관악기들이 3대씩 편성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3번 바순 주자는 콘트라 바순을 겸함.) 호른은 총 8대가 편성되어 있고, 또 호른의 5,6,7,8번 주자들은 각각 테너 바그너 튜바 2대, 베이스 바그너 튜바 2대를 호른과 번갈아가며 연주해야 합니다. 7번 교향곡의 바그너 튜바 운용과 조금은 다른 점은 8번에서는 이 5,6,7,8번 주자들이 호른도 불다가 중간에 바그너 튜바로 바꿔서 연주하는 식으로 악곡 중간에서도 바꿔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관악기 편성이 거대한 만큼이나 현악 5부도 많은 인원들이 요구되는 편입니다. 바이올린은 5풀트(풀트 당 2명의 주자) 정도가 요구되는 고전파 교향곡 편성보다도 2~4풀트 정도 더 요구되는 편이며, 보통 비올라, 첼로는 5풀트 정도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6풀트로 좀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됩니다. 중저음현을 보강한 케이스로 하이팅크 80세 기념 RCO 실황, 첼리비다케 뮌헨 필 산토리홀 실황에서 증편된 인원의 현악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브루크너 교향곡 최초이자 유일한 경우로 하프가 편성되어 있습니다. 가능한 3대를 써달라는 브루크너의 요구가 있긴 하나 일반적으로는 하프 2대 정도가 쓰이는 편이고, 2,3악장에서 하프의 우아한 아르페지오로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타악기 군으로 눈을 돌리면 팀파니, 심벌즈, 트라이앵글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 곡에서 팀파니는 정말 다양한 용도로 온갖 악절에서 열일하지만 트라이앵글과 심벌즈는 이 긴 연주 중에서 꿀빨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트라이앵글과 심벌즈는 3악장 클라이막스에서 단 2번… 연주하면 자신의 소임을 다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교향곡 8번은 장대한 길이 만큼이나 대단히 큰 편성이 필요한 곡이고, 그리고 실로 큰 규모로 인한 연주 효과 역시 대단히 뛰어납니다. 튜티에서의 호른 8대와 트럼본 3대를 위시로 한 총주의 웅장함은 브루크너 곡이 가지는 특유의 음악 내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여 주고 마치 건물 자체를 공명통으로 쓰는 장엄한 오르간 곡을 듣는 듯한 울림을 선사해줍니다.


Ⅱ. 교향곡 8번의 구조 및 감상


1악장 Allegro moderato(적당히 빠르게) - Death

- 앞으로 나올 악장 옆에 붙인 별칭(i.e. Death, Conversion ...)은 브루크너가 붙인 별칭이 아닌 제가 설명을 위하여 임의로 붙인 것입니다.





앞의 빨간색 타임라인은 첼리비다케 뮌헨필의 것이고 뒤의 파란색 타임라인은 귄터 반트 NDR 영상의 것입니다.


제시부

1주제 (1:26 / 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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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1주제 인트로>


2주제 (4:01 /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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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2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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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제의 원형과 이를 전위시킨 형태>


3주제 (6:16 /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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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부

Part 1 (7:36 / 5:02) 1주제의 꼬리 모티브를 바탕으로 저음현과 목관악기 사이의 대화

Part 2 (8:07 / 5:36) 1주제의 음 길이를 2배 확장한 형태로 긍정적이면서 밝은 느낌의 1주제의 변주

Part 3 (10:21 / 7:26) 2주제를 전위시킨 형태와 1주제의 머리 부분 리듬을 활용하여 브루크너 시퀀스 형성

Part 4 & 재현부 1주제 part 1 (11:45 / 8:27) 2주제의 전위형과 1주제의 음 길이를 2배 확대시킨 형태를 병치. (전개부의 클라이막스 역할과 1주제 재현부의 역할을 겸함)


재현부

1주제 part 2 (14:14 / 10:36) 클라이막스 이후 1주제 모티브의 원형과 꼬리 부분을 두고 제시부에서처럼 리듬을 조금씩 브루크너 리듬으로 변형해 나감.

2주제 (15:41 / 11:58)

3주제 (17:20 / 13:27)


Coda (19:18 / 15:14)


형식적인 면에서 이 1악장은 전형적인 3주제의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강대한 느낌의 1주제, 브루크너가 노래하는 선율(Gesangperiode)라 불렀던 2주제, 규칙적인 맥박을 지닌 3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각 주제마다의 개성과 차별점이 뚜렷한 편입니다. 전개부가 다소 짧은 편이긴 해도 제시부의 테마를 소재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고, 특히 전개부가 진행될 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며 자연스러운 브루크너 시퀀스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재현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현부에서는 마찬가지로 1,2,3주제들이 약간은 변형된 형태로 등장하긴 해도 제시부에서 나타난 각 주제의 고유한 특징은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악장의 종지부인 코다는 브루크너가 쓴 모든 1악장의 코다 중 가장 독특한 것으로, 악장의 중심조성의 으뜸화음(Cm)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요하게 마무리됩니다.


1악장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그건 바로 ‘죽음(death)’일 겁니다. 브루크너는 9번 교향곡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교향곡을 작곡하고 개정할 당시에도 건강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기도 했고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건강상태가 나빠졌거든요. 그래서인지 이 1악장은 브루크너 교향곡 중에서도 대단히 어두운 편입니다.


이 악장의 ‘죽음’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냐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대단히 음산하며 공포스럽기까지 한 1주제가 그 중 하나입니다. 호른의 더블링을 곁들인 바이올린의 F음의 트레몰로는 바이올린이 연주할 수 있는 음역대 중 다소 낮은 음에 속해 그 시작에서부터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해줍니다. 또한 그 전까지는 곡의 개시와 더불어 중심조성의 으뜸화음(이 곡은 C단조)을 직접적으로 제시해온 데에 반해, 8번은 C단조의 정체성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화성적으로 이곳저곳을 방황합니다. 그렇다보니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불안감 마저 들게 합니다. 그리고 사그러드는 듯 하더니 금관악기의 무시무시한 음압에 의해 분위기가 바뀌며 인트로에서 부터 대단히 어두우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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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제 재현부의 축약보. 오케스트라의 고음부가 2주제의 확장된 전위형을 연주하고 있는 도중에, 저음부는 음의 길이를 2배만큼 늘인 1주제를 연주, 호른으로부터 뒤 따라 등장하는 죽음의 선언 패시지>


또 다른 이유는 1악장의 말미에 등장하는 2번의 클라이막스 때문입니다. 첫 클라이막스는 전개부와 재현부를 결합시켜 둔 1주제와 2주제의 힘겨루기를 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3주제에 의해서 형성된 장엄한 분위기의 총주입니다. 곡의 말미에 있는 두 번의 클라이막스의 분위기가 금관악기 15대에 의해 형성된 압도적인 사운드와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이 악장이 가진 어두운 에너지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두 번의 클라이막스가 어떻게 끝나는지도 관찰해보면 브루크너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읽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클라이막스가 끝나는 시점에 모든 사운드가 일제히 끝나고 플룻과 저음현만 남습니다. 그리고 플룻은 밝고 긍정적인 느낌이었던 2주제의 리듬을 연주하고, 저음현은 그 어두운 음색으로 1주제의 모티브를 연주하죠.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 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와 같은 빈 공간에서 플룻과 저음현은 묘한 동거가 이어지는 듯하다 트럼펫에 의해 1주제의 리듬이 울려 퍼집니다. 그러고선 마치 이 1주제와 2주제의 전쟁 끝에 1주제가 승리하였다는 듯이 현악기 전체에서 이 1주제의 동기만이 남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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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가 말한 '죽음의 선언' 패시지, 3대의 호른과 3대의 트럼펫이 연주>


두 번째 클라이막스인 3주제의 리듬에 의해 형성된 시퀀스 끝에는 너무나도 어둡고 마치 모든 악기가 공포에 빠져든 듯한 혼란만이 남아 있습니다. 팀파니의 강렬한 롤과 불협화음 가운데 그 중심에는 3대의 트럼펫과 3대의 호른에 의한 1주제의 강렬한 리듬이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돈이 쉴 새 없이 이어지다가 그 정점을 찍고 멈추는데, 그 혼란 속에서 중심축이던 호른과 트럼펫만이 1주제의 리듬만이 연주되며 결국 그 1주제의 강대함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루크너는 이 호른, 트럼펫의 리듬을 두고 ‘죽음의 예고’라 불렀습니다.


이어지는 1악장의 코다는 전술했듯이 브루크너 교향곡의 모든 1악장 중 가장 독특한 코다입니다. 그 이유는 브루크너의 모든 1악장 종결부는 늘 거대한 튜티로 끝나는데 반해 이 악장은 유일하게 피아니시시모로 작아지며 끝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호른, 트럼펫의 죽음의 예고 팡파레 끝에는 팀파니의 공허한 롤만이 남아 있다가 다시 등장한 1주제의 리듬과 더불어 죽어가는 듯한 비통함을 표출해내고 있습니다. 1주제의 리듬이 점차 짧아지고 디미뉴엔도 되면서 1악장은 고요히 종지를 맺습니다. 브루크너는 금관의 ‘죽음의 예고’패시지에 이어 이 코다를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와중에 시계가 끊임 없이 똑딱이는 것’이라 설명하며 이 코다 역시도 죽음이라는 표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2악장 - Conversion


스케르초 Allegro moderato (적당히 빠르게)

A (21:32 /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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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네모박스가 브루크너가 말한 '독일인 미헬' 모티브>


B (23:09 / 18:37)

A’ (24:50 / 20:25)


트리오 Langsam (느리게)

C (26:47 /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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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9:12 / 24:29)

C’ (30:21 / 25:29)


스케르초 Reprise(앞의 스케르초 부분과 동일) (32:21 / 27:02)


브루크너의 전형적인 스케르초 악장으로 스케르초 - 트리오 - 스케르초(반복)의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루크너의 대부분의 스케르초 악장이 그러하듯이 스케르초 부분과 트리오 부분은 서로 극명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 8번 교향곡에서는 그러한 대비가 더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뭔가 바그너의 발퀴레 서곡의 현악 반주를 느리게 한 것 같은 기묘함으로 시작하고 브루크너가 ‘독일인 미헬’이라는 별칭을 붙인 비올라, 첼로의 동기를 주축으로 스케르초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7번 교향곡 3악장에서와 같이 이 두 동기를 주요한 소재로 삼아 고집스럽게 발전시켜 나가 스케르초의 큰 클라이막스를 이루어 냅니다. 그래서 이 클라이맥스를 듣다 보면 크고 거대한 무언가가 천천히 우직하게 나아가는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비행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함선이 출발하는 느낌도 드는 등 여러모로 팀파니와 트럼펫, 그리고 트럼본이 주인공이 되어 색다른 것을 창조해내고 있습니다.


트리오는 이런 크고 거친 스케르초 부분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데, 이 트리오에서는 마치 한가한 오스트리아의 어느 시골 같이 한가하고 소박한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트리오에는 앞서 “독일인 미헬의 초상”에서 이어 “독일인 미헬의 꿈”이라는 프로그램 노트를 브루크너가 적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대단히 현악기로부터 풍부한 사운드와 더불어 브루크너 교향곡 중 최초로 하프가 사용된 악장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하프와 호른의 듀엣을 통해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켜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교향곡 악장 양식과는 다르게 스케르초가 2악장에 위치해 있는데, 이 스케르초는 악장 구성면에서 1악장과 3악장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악장이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앞으로 등장할 3악장에서는 경건하면서 숭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이 2악장은 스케르초 부분을 통해 1악장의 분위기를 이으면서도 트리오에서는 3악장과의 연결성을 강화시켜 줍니다.


3악장 Feierlich langsam; doch nicht schleppend (장엄하며 느리게, 그러나 끌지 않도록) - Sublime


A (38:25 / 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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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 리듬에 근거한 저음현의 반주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A부분 1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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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네모 박스 안의 음형이 장엄한 하행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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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에서 두고두고 쓰이게 되는 상행음형>


B (43:51 / 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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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tta (47:35 / 42:20) langsam(느리게)


A’ (48:45 / 43:22) a tempo (wie anfangs) (원래 템포로(처음 속도로))

B’ (53:23 / 46:55)

Codetta’ (56:12 / 49:30)


A’’ (58:00 / 50:40)

(B’’) (1:05:18 / 57:32)

Coda (1:05:50 / 58:07)


저는 이 악장에 대한 감상을 적으면서 저의 부족한 글로 이 악장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것과 저의 부족한 지식을 탓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로 제가 쓴 어떤 표현보다도 직접 감상하는 것이 이 곡의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며, 혹여 저의 부족한 감상으로 인해 여러분들의 온전한 감상이 방해 받을까 늘 두렵습니다. 그러니 특히 이 악장은 물론 제 감상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에 대한 실마리를 잡으시면 참 좋겠지만, 이런 감상보다도 여러분들이 직접 듣고 느끼는 감상이 더 훌륭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단언컨대 모든 교향곡의 느린 악장 중 가장 아름다운 악장. 누군가 브루크너가 왜 가장 훌륭한 느린 악장 작곡가냐고 물어본다면 이 악장을 보게 하라. 실로 교향곡 역사상 이보다도 아름다운 느린 악장이 있을까요? 8번 교향곡의 전체적인 전개 속에서 이 교향곡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교향곡의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악장입니다. 혹자는 브루크너의 아다지오 악장을 두고 ‘브루크너라는 이름이 붙은 성당의, 가장 거룩한 제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브루크너는 자신의 교향곡에서 소나타 형식에서 발원한 듯한 ABABA의 5부 형식을 대부분 사용해 왔는데, 이 악장은 반복되며 악상이 발전해 나가는 기법의 원숙함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3~4개 정도의 모티브로 묶인 AB 주제 그룹은 첫 부분에서는 소나타 형식의 제시부 역할을, 두 번째 반복에서는 전개부 역할을, 그리고 마지막 A’’에서는 악장의 재현부 및 절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나타 형식이라고 하기엔 발전부 부분이 제시부의 동기를 발전적으로 재구성하기보다 제시부를 그대로 반복하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기 때문에 온전한 소나타 형식으로 보기는 힘들고 ABABA라는, 두 주제군이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론도 형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악장 각 AB의 주제군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살피다보면 이 곡이 가진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A주제군과 B주제군은 서로 향하고자 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A주제군의 분위기와 여러 동기들을 따로 떼어 살펴보면 마치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A주제군에서 슬픔에 잠긴 듯한 선율을 연주하다가도 갑자기 상승해 올라가는 모습 (40:13 / 35:20), 가라앉은 줄 알았더니만 다시 또 상승해 올라가서 하프의 응답을 듣는 모습 (40:36 / 35:38) 등 마치 이 A주제군의 주인공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듯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B주제군은 마치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듯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B주제군의 주요 선율들의 모습도 대부분이 낮은 음을 향하는 형태이거나 하행 스케일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의 정체성은 이 B주제군 끝에 있는, 마치 쏟아져 내리는 빛 가운데에 있는 느낌의 호른의 코랄로 그 분위기를 더욱 강화 시켜 줍니다. 그래서 이런 음악 내적인 요소들로 인해 적어도 A주제군보다는 위치적으로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며, 아마도 그 공간은 티 없이 맑고 신성한 천상과도 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늘 AB의 한 묶음 뒤에는 경과적인 코데타가 따라 붙습니다. 그리고 이 짧은 코데타에서는 A주제군과 B주제군의 모티브를 각각 하나씩 따와서 마치 이 두 주제군이 서로 만나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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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반복 후에 등장하는 첫 코데타>


숭고함이라는 이 악장의 강의 상류(첫 A,B 주제군)에서는 이 악장 내에서 전개될 여러 모티브의 원형를 제시하는 역할에 충실합니다. 아주 여리게 시작하는 pp에서부터 ff에 이르기까지 다이나믹 레인지가 다소 극단적인 면은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전개될 여러 겹의 클라이막스보다는 작고 내밀한 느낌입니다.


두 주제군의 모티브가 대화하는 코데타를 거쳐 AB가 다시 반복되는 이 악장의 중류에는 A주제군에 장엄한 하행음형을 소재로 하여 만드는 브루크너 시퀀스와 클라이막스가 새로 등장합니다. B 주제군에는 마치 천상에 있는 듯한 B주제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강화시켜 주는 저음현과 호른의 반복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높고 신성한 어딘가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는 듯한 A주제군의 특성과 그리고 A주제군의 목적, 목표와 같은, 대단히 높고 경건한 B주제군의 특성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2번째 반복이 끝난 후 코데타에서는 앞선 코데타에서의 AB 주제군과의 대화가 더욱 깊어지고 각 주제군의 테마의 길이가 길어집니다. 그래서 첫 코데타보다는 이 2번째 코데타에서 A,B주제군의 만남이 그 전보다 훨씬 친밀해 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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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부분이 끝난 후의 코데타. 초록색 음영이 B파트의 모티브, 노란색 음영이 A파트의 모티브>


A’’에서는 그 거룩한 물줄기가 넓고 깊은 하류와도 같습니다. 부드럽고 잔잔한 물결과 같은 비올라의 16분음표 반주와 앞서 등장했던 3+2 첼로의 복합 리듬 반주 위에 A주제군의 테마가 조용하게 제시되며 이 위로 장엄한 하행음형이 대위적으로 진행되어 점점 음악이 거대해지고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장대한 크레센도 끝에는 첫 A 주제군에 있었던 클라이막스가 다시 등장합니다. (1:00:41 / 53:09)


이 A’’부분은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길고 긴 크레센도 끝에 클라이막스를 맺고 또 다른 잔잔한 물결이 제시되는 과정을 2번 더 반복합니다. 그래서 깊고 험준한 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여러 겹의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치는 듯한 막대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흐름을 따라가다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이 동반된 최후의 클라이막스 (1:03:19 / 55:35)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양감과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오른 듯한 성취감이 듣는 이를 압도하는 느낌마저 들며 이 악장이 내재한 숭고미의 극치를 이룹니다. 마치 끝없이 높은 곳을 바라보던 A주제군의 주인공은 이 A’’에서 자신이 지향하던 그 높고 거룩한 무언가를 이뤘거나 만난 느낌이랄까요? 여러모로 음악 내적으로 형성되는 충만한 에너지에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이 악장의 마지막 부분 코다는 A,B주제군의 모티브의 길고도 편안한 느낌의 대화입니다. 중음역대의 현악기들이 인트로에서 연주했던 반주가 코다에 다시 등장하는데 이 반주는 마치 드넓은 바다의 잔잔한 물결과도 같습니다. 이 위로 풍부하면서도 찬란한 호른의 음색이 지속음을 통해 두 음색이 절묘하게 결합되는데, 이 분위기가 마치 바다 위로 해가 저무는 듯한 석양을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평온한 분위기 위에 호른이 연주하는 A주제군 모티브와 클라리넷, 바이올린의 B주제군의 하행 모티브를 서로 교차하며 연주하면서 대화해 나가고 이 악장의 중심조성의 으뜸화음인 Db 장3화음 위에서 서로 편안한 느낌으로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점차 디미뉴엔도되며 이 악장은 고요하게 종지를 맺습니다.


제가 느꼈던 여러 감상과 해석을 짧고 연결성 있게 표현하려고 해도 부족해 보입니다. 그냥 이 악장은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무한한 감동과 편안함, 안정감을 주는 악장이기도 하고, 그 작디 작은 반음의 모션에서 거대하고 장엄한 절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도 무수히 많은 영감을 주는 악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악장은 모르더라도 이 악장만큼은 꼭 많은 분들께서 감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저와 같은 감동과 전율을 여러분들께서도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지는 글 : 미리보는 프로그램북 - 브루크너 8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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