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악장 Feierlich, nicht schnell (장엄하게, 빠르지 않게) - Opposition and Salvation
제시부
1주제 (1:10:22 / 1:02:35)
<브루크너는 이 1악장 1주제를 두고 "알렉산더 3세와 독일의 빌헬름 1세가 우리의 황제인 프란츠 요세프 1세와 만난 시기입니다. 현악기 군은 코사크(Cossack)족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 브라스는 전투적인 음악, 트럼펫은 그들의 만남의 팡파르를 말합니다."라는 프로그램 노트를 쓴 바 있습니다.>
2주제 (1:12:14 / 1:04:15)
3주제 (1:15:37 / 1:07:11)
<4악장의 장엄한 하행 음형>
Codetta (1:19:04 / 1:10:19) 1주제의 붓점리듬, 3주제의 장엄한 하행음형, 1주제 원형이 차례로 제시됨.
발전부
Part 1 (1:20:30 / 1:11:48) 3주제의 장엄한 하행음형 전위형과 원형을 병치. 현악 - 목관 - 금관 순으로 마치 오르간의 건반을 바꾸어 연주하듯 전개. 이후 장엄한 하행음형을 반주로 하고 2주제를 변형시킨 듯한 현악의 앙상블로 이어지다 비명과도 같은 절정에 이른 후 하강.
Part 2 (1:22:15 / 1:12:56) 3주제의 특징인 규칙적인 리듬이 다시 등장하면서 이를 토대로 part 3으로 넘어가는 경과구를 형성.
Part 3 (1:22:55 / 1:13:28) 3주제의 규칙적인 리듬 반주 위에 1주제의 출현.
Part 4 (1:24:33 / 1:14:45) 1주제를 두고 푸가토를 형성. 결국 트리스탄 코드를 통해 비극적인 분위기의 절정을 맺고 휴지.
Part 5 (1:25:47 / 1:15:56) 1주제를 머리 부분과 붓점 부분으로 나누어 이를 두고 대위적으로 전개. 붓점 리듬만을 가지고 브루크너 시퀀스가 전개되며 1주제의 재현을 위한 준비
재현부
1주제 (1:27:11 / 1:17:11)
2주제 (1:30:17 / 1:19:57)
3주제 (1:32:15 / 1:22:13)
Coda (1:36:12 / 1:24:59)
이 4악장은 브루크너가 썼던 모든 4악장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복잡한 악장입니다.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악장 중에 이토록 전개부가 복잡한 경우는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모티브 중심으로 악장 전체를 이끌어 가기에 어떤 부분에서 어떤 소재가 쓰였는지 구별하기는 쉬운 편이지만, 전개부가 꽤 많은 분량으로 확대되어서 3,4악장의 비중이 대단히 커졌습니다. 그러나 이 8번의 4악장은 브루크너의 5번 교향곡 4악장 만큼이나 이 악곡 전체에서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1악장에서 던진 죽음에 관한 질문을 2,3악장을 거쳐 4악장에서 해소하는 역할이기도 하고 각 악장의 소재와 분위기를 한꺼번에 갈무리하는 역할을 하는 악장입니다.
브루크너는 이 4악장에서 역시 마치 각각의 악기를 한 데 묶어 마치 오르간에서 스탑을 조절해 음색을 변화하는 것 같은 관현악법을 보여주기도 하고(1:20:30 / 1:11:48) 각각의 악기에 어떤 선율과 역할을 맡겨야 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도 잘 드러납니다. 특별히 좀 크게 보자면 현악기군,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으로 나뉘어 각각의 역할이 꽤나 뚜렷하게 나타나죠. 그 중에서도 현악기와 금관악기는 사실상 이 악장의 두 주인공으로 봐도 될 정도로 그 역할과 비중이 큽니다.
그러나 이 악장에서는 꽤나 수상할 정도로 목관악기의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물론 브루크너 교향곡에서의 목관의 위상은 다른 작곡가에 비해서 다소 낮은 편이지만 목관이 이 악장의 메인 테마나 모티브를 연주하는 부분은 정말 찾아보기 힘듭니다. 목관이 음악의 주인공이 되는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현악기와 금관의 중간자적인 위치해 있습니다. 현악에서 금관으로 그 주인공을 넘기기 위해 브루크너 시퀀스 부분에서나, 마치 오르가니스트가 건반을 바꿔가면서 음색을 다양하게 연주하는 느낌으로 현악기군 - 목관악기군 - 금관악기군의 형태로 넘어가는 부분, 마지막으로 금관이 표현하기 어려운 여린 부분을 표현하는 등 그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고 부수적입니다. 마치 의도적으로 현악기와 금관의 음색의 대조점을 강조하기 위해 목관의 역할을 제약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4악장은 현악 vs 금관의 음색적 대비가 대단히 뚜렷한 악장입니다. 금관이 주인공이 되는 6부분에서의 총주는 그 거침없는 포효를 보여주면서 브루크너 특유의 웅장함을 보여주고, 현악기가 주인공이 되는 그 외의 부분에서는 여리면서도 실내악을 듣는 듯한 다성음악적인 면모와 높은 음역대에서의 애절함, 유니즌으로 연주할 때의 긴밀한 응집력 같은 것들을 표현해줍니다. 그래서 장대한 길이의 4악장을 듣다 보면 현악기 vs 금관의 치열한 대결구도를 소재로 하는 대하드라마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금관이 튜티로 등장하는 부분은 어김 없이 누구를 짓누르거나 혹은 그 사운드에 벌벌 떨어야 할 것 같은 공포와 웅장함으로 장식되어 있고 반면에 현악기가 주도하는 악절의 대부분은 그 끝에 가서 비극적인 울림으로 끝나거나, 혹은 금관악기의 포효에 잡아먹히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4악장을 듣다 보면 현악기의 선율과 음색에 어딘가 마음이 가게 됩니다. 금관악기가 등장하는 부분은 마치 악한 세력이 등장하는 것 같고, 현악기들이 그 악하고 강대한 세력에 대항하는 여린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현악기들이 결의에 찬 듯이 단결해보기도 하고, 하늘 모르고 치솟아 올라가 보기도 하지만, 그 결말은 처절한 비명이거나, 금관의 과시적인 사운드이죠. 그렇기에 과연 현악기들은 이 4악장에서 언제쯤 금관의 포효를 이겨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곡이 진행되면 될수록 금관악기가 주인공이 되는 악절에서는 더더욱 커지고 금관악기의 표현력은 훨씬 다양해지는 반면, 현악기 위주의 악절은 곡이 진행되면 될 수록 더욱 처절해지며 가련해지기까지 하는 표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루크너는 이런 현악 vs 금관으로 표현된 선 vs 악이라는 질문과 1악장에서 던진 죽음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악장의 맨 마지막인 코다에서 제시하는 듯 합니다.
코다가 시작되기 직전인 3주제의 재현부에서는 1악장의 1주제가 현악기의 혼란스러운 반주 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장엄하고 웅장한 금관의 포효로 재현됩니다. 이런 금관의 포효 끝에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현악기의 하행음형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현악기로 표현된 어떤 선한 존재가 금관으로 표현된 악한 존재에 의해 마침내 장악 당하고 만 듯한 깊고 진한 지속음과 팀파니의 고요한 울림만을 남겨두고 사그러듭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4악장의 코다. 이 코다의 시작은 1악장의 중심조성인 C단조로 대단히 비극적으로 시작합니다. 여전히 현악기 곁에는 호른이 마치 노예가 된 듯한 현악기를 감시하기라도 하듯 1주제의 모티브로 음산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현악기들은 누군가에게 이끌리듯이 올라가고, 그리고 그 끝에는 다시 등장한 4악장 1주제의 포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포효 끝에 목관의 앙상블이 등장하는데, 뭔가 분위기 변화가 일어날 듯한 묘한 느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목관의 선율을 트럼펫이 이어 받고 난 후, 갑자기 다시 등장한 금관악기가 주인공인 튜티, 분명 선율 자체는 악한 존재일 것만 같은 1주제의 선율이지만, 이 튜티에서 느껴지는 것은 뭔가 변해가는 듯,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를 반기듯 울리는 호른의 두터운 사운드에 이어 대단히 느닷없는 어떤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 펼쳐집니다.
(1:38:32 / 1:27:02) 그 순간은 바로 이 교향곡에서의 최종적인 조옮김이자 이 교향곡이 지향하고자 했던 그 지점. 바로 다장조의 종지입니다. 모든 악기가 일순간 같은 리듬을 타고 다장조 종지에 이르게 되는데, 교향곡 역사상 이보다 더한 쾌감과 마치 드넓고 찬란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부분은 없을 것입니다. 전조의 끝에는 다장조의 으뜸화음인 C major로 곡이 끝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C major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넓은 공간감과 함께 이 곳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브루크너는 이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전조와 모든 것이 갑자기 해결된 듯한 배경 가운데에 1,2,3,4악장의 중심주제를 병렬적으로 배치시켜 두었습니다. 1악장의 1주제, 2악장의 스케르초 주선율, 3악장 A파트의 주선율, 4악장의 1주제가 모두 다장조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타고 각자의 자리에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를 다 본 끝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으로 악곡의 최종적인 종지의 자리에 브루크너는 각 악장의 주인공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황홀한 전경이 오랜 시간 이어지다 1악장 1주제의 C minor 코드로 구성되었던 미b-레-도의 암울한 분위기의 모티브가 C major 코드로 구성된 미-레-도의 밝고 장엄한 모티브로 변화하여 등장하며 장대한 곡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노란색 음영이 1악장 1주제, 초록색 음영이 2악장 스케르초 '독일인 미헬'의 모티브, 파란색 음영은 3악장 A파트 첫 주제, 분홍색 음영은 4악장 1주제>
유럽과 영미권의 음악학자들은 이 부분을 두고 “구원(Salvation)”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전통적인 영웅담이나 전승처럼 주인공이 각고의 노력 끝에 무언가를 성취하는 그런 느낌의 스토리가 아니라 마치 전능한 누군가가 이 8번 교향곡의 주인공에게 밝고 긍정적인 것을 당연하듯이 선물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루크너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과, 천주교에서 구원이란 신도 누구(1,2,3,4악장 중심테마)에게나 주어진 선물과 같은 것이라는 교리를 엮어서 생각해보면 이 코다에는 “구원”이라는 문구가 참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구원’이라하는 종교적 개념을 떠나서라도 이 4악장의 흐름을 따라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코다에서 마치 최종적인 승리를 이룬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Ⅲ. 결언
끝으로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가 개정한 1890년도 원본을 두고 브루크너 협회 공인 편집자인 하스가 만든 판본이냐, 그 후임인 노바크가 만든 판본이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총 6 부분에서 주요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멜로디 라인이 완전히 다르거나, 악절 삽입에 대한 여부 등의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6부분 말고도 미묘하게 오케스트레이션이 다르거나 약간씩 음정이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차이점을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므로 이전에 제가 써둔, 이 판본 차이에 대한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저에게 있어서 이 교향곡은 좋아하는 곡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그런 교향곡입니다. 브루크너라는 작곡가에 푹 빠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며, 과연 이 작곡가는 어떤 생각을 했기에 이런 곡을 썼을까? 라는 궁금증을 품게 만들고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곡입니다. 늘 듣다 보면 수없이 많은 감상과 영감을 얻게 만드는 곡이지만 차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도 하고, 또 저 말고도 다른 분들이 보고 공감하게 만들려면 나름의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의 모든 생각들을 적어두진 못했습니다. 저의 부족한 감상과 설명을 적어두긴 했습니다만 바라건대 이 곡과 더욱 친밀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이 곡이 주는 무수히 많은 영감과 감동을 여러분도 같이 체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5월 17일, 금요일 19:30)에는 아트센터 인천에서 인천시향의 연주로 이 어렵고 장대한 교향곡 8번이 연주된다고 합니다. 물론 잔여석 현황을 보니 1층 주요 좌석이 다 나간 상태라 2,3층 좌석을 예매해야 하긴 하지만 아마도 2,3층의 음향 역시도 충분히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비록 제가 인천시향의 관계자는 아니지만, 늘 앨범으로 듣는 브루크너와 실황에서의 브루크너는 다르다는 사실 하나와 아트센터 인천의 훌륭한 음향이라는 사실 하나로 브루크너와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실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 편은 브루크너 현악 5중주 F major가 되지 않을까 싶네용! 언제 올릴지는 아직 정하진 않았습니다.
길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 참고문헌
a. 브루크너 교향곡 8번 영문/독문 위키피디아
b. Benjamin M. Korstvedt <Anton Bruckner : Symphony No.8> ISBN0521632269(Paperbook)
c. 네이버 블로그 『클래식을 변호하다』, 브루크너 교향곡 8번 (1) – (4)
d. Tom Service, <Symphony guide : Bruckner’s Eighth>, The Guardian.
e. 현동혁 저 안톤 브루크너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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