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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글] (기사)카카포 베이비붐

ㅇㅇ(14.33) 2019.05.11 23:35:18
조회 232 추천 3 댓글 1
														

이정모 | '청소년을 위한 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의 초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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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호키, 제인, 마기, 노라, 웬디, 벤, 빌, 조, 티와이, 위스카스…. 모든 새에게 이름이 붙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름이란 노랑부리저어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방울새 같은 종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에게 철수, 영희, 영수, 서윤이가 있는 것처럼 특정 종의 새 모든 개체에게 이름이 있다는 말이다.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렇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카카포(Kakapo)라는 새는 모든 개체에 이름이 붙어 있다. 이것은 두 가지를 알려 준다. 첫째, 새가 몇 마리 남아 있지 않다는 것과 둘째, 그 모든 새를 정확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 도대체 카카포가 어떤 새이기에 사람들이 지극 정성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카카포는 뉴질랜드에만 살고 있는 야행성 앵무새다. 카카포라는 이름 자체가 '밤 앵무새'라는 뜻이다. 카카포는 앵무새 주제에 날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타조나 에뮤처럼 덩치가 커다란 것도 아니다. 수컷은 2~4킬로그램, 암컷은 1~2.5킬로그램 정도이니 수컷은 기러기, 암컷은 닭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별로 크지도 않은 새가 날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 날개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뉴질랜드가 어떤 곳인가? 남태평양에 떠 있는 섬나라 아닌가? 여기까지 새가 헤엄쳐서 왔을 리는 없을 터. 뉴질랜드에 정착할 때까지만 해도 카카포는 날 수 있었을 것이다. 1억 년 전 지구의 남반구를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곤드와나 대륙이 갈라설 때 카카포의 조상 종은 각 지역 환경에 적응하면서 각기 다른 진화의 길에 들어섰다. 이 가운데 한 종이 약 5백만 년 전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강력한 날개가 있었다.

뉴질랜드는 별난 세계였다. 포유류 포식자가 없었다. 세 종의 박쥐와 가끔 해안가에 올라온 바다사자를 제외하고는 아예 포유류가 살지 않았다. 박쥐의 몸무게는 기껏해야 수십 그램에 불과하다. 게다가 뉴질랜드의 박쥐 가운데 두 종은 느릿느릿 걸어 다니면서 과일, 꽃가루, 거미를 잡아먹을 뿐이다. 아무리 느린 새라고 하더라도 육지에서는 굼벵이와 다를 게 없는 바다사자에게 잡혀 먹힐 리는 만무하다.

카카포는 힘들여 날 이유가 없었다. 날개와 꼬리가 점점 작아졌다. 날개가 짧아지니 가슴뼈와 날개근육도 줄었다. 날개는 나무를 탈 때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또 나무에서 떨어질 때 낙하산 역할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몸집은 점점 커졌다. 먹이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카카포는 초식동물이다. 식물이라면 무엇이든지 먹는다. 날카로운 부리로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맛있는 부분만 골라 먹을 수도 있다. 새답지 않게 몸에 지방을 쌓았다. 결국 날지 못하게 되었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만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수명도 길다. 90살까지 거뜬히 산다.

뉴질랜드 섬은 카카포에게 낙원이었다. 인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14세기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농사를 지었다. 그들이 마오리 족이다. 카카포는 살 곳이 줄었지만 마오리족만 피하면 그만이었다. 18세기에는 유럽인들이 뉴질랜드를 식민지 삼았다. 나무를 베고 양을 방목했다. 이때 개, 고양이 그리고 쥐와 족제비가 함께 들어왔다. 낙원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카카포는 발이 크고 다리가 튼튼해서 나무를 잘 타고 땅에서도 빨리 달린다. 그래봐야 개, 고양이, 족제비를 따돌리지는 못한다. 쥐는 알을 먹어 치웠다. 카카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행히 현대인은 역사를 되돌아보는 능력이 있다. 근대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도(Dodo)새가 대표적인 예다. 도도새는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모리셔스 섬에 살았다. 칠면조보다 조금 컸지만 날지 못했다. 카카포와 같은 이유로 그렇게 되었다. 도도새는 인간의 눈에 띈 지 단 100년 만에 멸종됐다. 현대인은 카카포가 도도새와 같은 길을 걷도록 가만두지 않기로 했다.

비교적 삶의 여유가 있는 뉴질랜드 사람들은 1890년부터 카카포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위기에 빠진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1980년대 들어서 뉴질랜드 정부가 '카카포 회복계획'을 세운 다음에야 카카포는 멸종위기에서 겨우 벗어날 길을 찾았다. (물론 아직 멸종위기종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카카포가 살아남을 것 같지 않자 뉴질랜드 정부는 모든 카카포를 포획해서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이름을 붙이고 관리했다.

현재는 포식자가 없는 네 개의 섬에 나뉘어 살고 있다. 한때 수십 마리까지 줄었던 카카포가 150마리까지 늘어났다. 생존 조건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암컷들이 예전보다 이른 나이에 짝짓기를 시작하고, 또 새끼들이 자라고 나면 곧장 새 둥지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섬의 수컷에서 얻은 정액을 다른 섬의 암컷에게 수정시켜 유전자 풀을 늘리고 각 둥지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포란과 양육과정을 감시하는 과학자들의 노력도 큰 기여를 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카카포 복원 계획이 큰 성과를 내면서 거의 90마리의 새끼가 알을 까고 태어났다. 베이비붐인 것이다.

하지만 좋은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끼 가운데 이미 여섯 마리는 죽었고 발육상태가 좋지 않은 새끼들은 둥지에서 꺼내 와야 했다. 과학자들은 나머지 새끼들에게 태어난 지 두 달이 되면 초소형 위치 추적기를 부착할 계획이다. 카카포가 다시 뉴질랜드의 흔한 새가 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올해 여름이 되면 그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포의 멸종과 회복 모두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사진 = 뉴질랜드 정부 '카카포 회복계획'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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