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디노 역식자의 편지 - 공룡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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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3

[일반] 디노디노 역식자의 편지앱에서 작성

곤뇽번역

2023.03.01 10:44:26

조회 585 추천 41 댓글 17

일단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너무나도 놀라웠고 긍정적인 반응이나 번역 관련 피드백을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디노디노라는 만화책을 십수년 내지 길면 20년간 알고 있었지만 우리같은 공룡 애호가들에겐 마치 크립티드같은 존재였잖아.

디노디노는 이제 와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하기 정말 상상 이상으로 힘든 책이라, 이제는 찾으려고 해도 못 찾을 가능성이 더 큰 물건이었음. 사람들이 그렇게 간절하게 이걸 보고 싶어하던 와중에 결국 목이 타들어가던 내가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붙어서 두 권 도합 5만원이나 되는 그 사생아같은 중고가를 보니까, 컴퓨터 앞에서 이걸 사 말아 하다가도 결국에는 피눈물 흘리면서 카드를 긁었어.

이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일마존에서 이 작가 공룡 만화책들 전부 구매함. 한술 더 떠서 결국에는 메루카리랑 스루가야같은 일본 중고 사이트들까지 돌아다니면서 겨우내 이 작가 원서들도 전부 구매해서 흡족해지려던 그 순간에...

만화책도 모든 권 다 모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선 3권만 정발본이 없다는 게 너무나도 불편하게 느껴지더라.

뭐 그러던 와중 만갤에서 다이노생이 올라온 걸 보니까 나도 공룡 만화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번역이라도 해 봐야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지가 생겼고.

내가 아니면 이 만화가 그냥 공룡 애호가들 사이에서 온갖 수식어를 달고 입소문만 타다가 묻혀버리는 건 좀 아쉽고, 비록 옳은 방법이라곤 할 수 없으나 최종적으론 내가 발벗고 핫산질을 하는 것 말고는 일반적으로 볼 방도가 없지?

디노디노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해주면서 만갤에서도 의외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니 이게 또 상당히 고무적이야.

정발본 책도 있지만 지금은 집에 없어서 내가 임의로 번역해가면서 작업해가지고 오역이나 의역이 있긴 하겠지만 스토리의 맥락에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은 없고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심심한 사과를 하고 싶고,

이게 아무래도 20년 전 만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에 새로운 화석들이 발견되고 놀라운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시대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3화부터는 이런 서술들은 임의로 고치려고 해. 역자의 말을 잔뜩 달아버리면 이게 역자의 공룡 이야기지 뭐 만화 번역이겠냐.

앞서 이야기했을 땐 다른 거 번역해볼까 고민도 했는데, 그래도 디노디노에는 사람들의 추억이 있잖아? 3권엔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있었을지 알고 싶고,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사람들도 잔뜩 있잖아. 그리고 1화만 끝낸 뒤 유기하는 건 사람새끼가 할 짓도 아니라서 차마 그런 나쁜 짓을 못 하겠어.

어제도 이야기했듯이 만갤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내가 봤고, 이거 역식하는 게 절대 헛된 게 아니었더라. 비록 공룡 애호가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공룡이라는 사람들의 마음 속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흐뭇하더라.

나쁜 소식이라면 당장 내일부터 바빠져서 번역 진행이 더뎌질 것 같지만, 4화랑 2권 분량은 정발본 번역을 보면서 작업할 예정임. 원래 주간지에 올라오는 만화들은 20페이지 남짓인데 디노디노는 한 화당 40페이지라서 사실상 두 화를 번역하는 셈이거든. 엉덩이 붙이고 역식만 죽어라 해도 한 화당 대략 대여섯시간 언저리 먹고 들어가니까 지치더라.

그러나 걱정하진 않았으면 하는 게, 내가 다른 사람들의 낮짝을 봐서라도 프로젝트를 유기할 일은 절대 없어. 단지 나도 백1수가 아닌 마당에 이제 뭘 해야 하니까 작업 속도가 좀 더뎌지는 거지, 물론 이 부분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스스로 뭔가를 계획해도 대부분 백지화되면서 뭐 대단한 걸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역식은 좀 다른 게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감히 어떻게 때려치겠냐. 물론 지금은 디노디노에 전념하고 싶기 때문에 다른 만화 역식은 이거 다 끝내고 생각해봐야겠다.

다시 한번 모두의 과분한 관심에 매우 감사하고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디노디노는 끝까지 끌고 간다. 난 이 만화 번역에 진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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