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인가

어설프게나마 DNA와 자연선택의 개념을 배웠었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흔한 오해처럼 나도 진화가 어떤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있고 그 선두가 인간이라고 이해해버림

그 뒤로부터 심각해진거야.

“그럼 최종적인 목적지는 어떤 형태지...!? DNA는 지금까지 숨어있다 그때가 되면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인가..!”

존나 무섭더라. dna라는 새끼는 정체가 뭐길래 원하는게 뭐길래 이렇게 나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 스타크래프트의 젤나가가 이런 현실의 은유인가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코스모스의 도움이 굉장히 컸다),

사실 우리는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의미도 없이 발생한 아미노산 덩어리라는 초등학생 시절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 말았음.

더불어서 난 진심으로 성경같은걸 글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부러우면서도 안타깝더라... 그 사람들은 무슨일이 있어도 인정하기 싫은거야.

생명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우주라는 자연에서 일정 조건만 만족한다면 발생되는 현상이란 걸... 우리는 전혀 특별하지 않고 무한에 가까운 세월 아래 찰나만을 살다 죽고 언젠간 별의 티끌이 될 것이란걸...

나는 그래서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의 주장을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만큼은 할 수 있게됨.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생물임에도 정작 자연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깐 미치는거지. 그 사람들도 나름의 생존 방식이 있는거였어.

방에 있는 5억년 전, 손톱만한 삼엽충 화석을 바라보며 이만 잘 준비를 한다. 또 내일이 찾아온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