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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문갤문학] 그해, 여름, 불꽃축제 - 2모바일에서 작성

창백한푸른점(106.101) 2023.07.30 10:13:45
조회 143 추천 7 댓글 3
														
1화:

https://m.dcinside.com/board/dokidokilc/226364?page=2

 





복도는 소리로 가득했다. 서로 팔짱을 끼고 잡담하는 소리, 장난을 치며 폭소하는 소리, 교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내는 불협화음에 눈 앞이 핑 돌았다. 나는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화장실은 고요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처럼.


수도꼭지를 돌려 수돗물로 입 안을 채웠다. 철 같은 맛. 수돗물 맛이 원래 이랬던가? 아마 이런 맛은 아니었던 것같은데.


점점 따가워지는 입천장은 내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머금은 물을 뱉어내니 아니나 다를까, 세면대가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다친 거지? 나는 거울을 향해 입을 벌렸다.


다행히 피가 철철 흐르는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지만 입천장이 심하게 헐어있는 것이, 상당히 섬뜩한 광경이었다.


불과 십 분전 내 입에는 매미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살려고 발악하는 매미의 몸부림과 결국 그것을 씹게 되었을 때의 그 느낌은... 그 장면을 떠올리니 속이 부글거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아서 입을 틀어막지 않을 수 없었다.


"...그치만 사요리는 토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몸에서 생선 썩는 내가 나는 촌년인걸요?"


잠깐, 이 목소리는 뭐지? 순간 귀신이라도 본 듯 등골이 오싹해지며 불현듯 어떤 희미한 형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눈동자였다. 마치 독사와 닮아있는 차갑고 잔인한 눈동자가 보였다. 유리! 떠올랐다, 그 눈동자는 틀림없이 유리의 것이었다.


"자, 보세요. 아름답지 않나요?"


고통스러운 목소리는 내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고 다시 한번 속삭였다. 손바닥으로 귀를 막아보고, 두 눈도 질끈 감아보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입 벌리세요."


그만...


"씹으세요."


"제발 그만해!"


괴로움은 끝내 괴성이 되어 목구멍으로 터져 나왔다. 그러자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고통도, 눈동자도, 유리의 목소리도 전부 자취를 감추고 헐떡이는 숨소리와 정적만이 공간을 메웠다.


이윽고 쇠를 긁는듯한 기계음이 초를 치고, 어디선가 높은 음의 시끄러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천장에 붙어있는 스피커가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발걸음들이 어수선하게 땅을 울리며 제 길을 찾아가는 소리가 문 틈새로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거울 속에는 눈물방울이 고여있는 멍한 눈동자가 있었다.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서 정신을 차리고 교실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입을 두어 번 더 헹구고나서 두 손 가득 물을 모아 얼굴에 남아있는 폭행의 증거들을 씻어내었다.


그럼에도 충혈된 두 눈과 소매의 얼룩은 선명히 남아 있었지만, 누군가가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수상히 여기지 않는 이상은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래, 알아채지 못하겠지.


...알아채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나는 문을 열고 화장실을 나섰다.

***

"그래서 별기군과의 차별 대우와 더불어 지급받은 겨와 모래 섞인 쌀에 분개한 구식 군인들은..."


나는 두 팔을 포개고 턱을 괴었다. 약간 서늘하고도 눅눅한. 찐득한 여름내음을 풍기는 바람이 콧등을 스쳐갔다. 바람이 불어온 파란 하늘에는 부지런히 헤엄치는 작고 흰 구름조각들이 보였다.


선생님이 앞에서 뭐라고 떠들든 내겐 소 귀에 경 읽기와 다름이 없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자취방까지 얻어 가면서 이 학교에 온 이상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나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초인이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어쩌면 내가 문붕이를 따라 이 학교로 진학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물론 문붕이를 탓하는건 아니다. 문붕이가 내게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난 그냥, 그냥 문붕이가 좋아서. 문붕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거냐니,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이미 알지 않나? 다른 애먼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어. 모니카. 모니카만 없었다면 내가 이 지경이 되진 않았겠지. 모니카 그 씨발년이 모든걸 망친거라고!


처음 전학을 오고나서 처음 사귄 친구는 나츠키였다. 항상 발랄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그렇게 나츠키 그리고 문붕이, 그 둘과 다니기 한달 즈음 됐을까, 그 년, 모니카가 내게 다가왔다.


교내에서 인기가 엄청나다는 소문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나츠키 말고도 새 친구들이 생긴다니 어찌 되었든 좋은 일이었다.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귐으로써 이 학교에 점점 녹아든다면 결국엔 문붕이와도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있을테니까.


모니카는 내게 애교를 부리며 문붕이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겠지. 그래, 그때까지는 모니카는 내게 한없이 친절했다.


이상하리만치 친절한 모니카의 질문 공세에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거짓 없이 모두 답해주었었다. 내가 어릴적 부터 같은 고향에서 자라난 소꿉친구 라는 것 부터 시작해서 문붕이의 가정환경 까지도.


그렇게 이어진 질문은 어느새 문붕이를 소개 해달라는 부탁으로 매듭지어졌고 나는 끝내 그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하고 말았다. 모니카가 두려웠지만 그렇다 해도 문붕이만큼은 내어줄 수 없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모니카는 본색을 드러내었다. 모니카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 모니카에게 있어서 시골에서 올라온 나 같은 찐따 하나 괴롭히는 것 쯤은 일도 아니었겠지.


모니카는 이유가 있다면 나를 괴롭혔고, 이유가 없어도 이유를 만들어내 나를 따돌렸다.


나중에는 혼자 즐기기에 너무 아깝다고 느낀 것인지 유리 같은 인간쓰레기 양아치들까지 꼬드겨 나를 못살게 굴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지옥의 나날들이었다. 멍 자국은 보이지 않는 곳에 꾸준히 갱신되었고, 오늘은 씨발, 매미도 쳐먹었다.


폭행과 괴롭힘으로부터 도망쳐도 봤지만 자취방마저도 모니카와 그 양아치들에게 침범당했다. 내가 숨을수 있는 구멍은 적어도 이 세상엔 없는 것같았다.


끝 없이 추락하는 듯한 절망적인 기분과 함께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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