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 그런가 그냥 여러모로 끄적이고 싶네

난 10대 초반은 몸 약해서 쳐 맞으면서 보냈는데 그게 참 영향을 많이 끼쳤거든

사실 난 연약하기도 했고 맹했는데 폭력 속에서 자라다 보니 말투나 성질머리가 존나 더러워졌어

동네 자체가 맹모삼천지교의 정 반대다 보니까 말이야

첨에는 매일 하루도 안 뺴고 개쳐맞았는데 그러고도 울기만 했었지

쉬는 시간이 되면 항상 숨었어 걸리면 쳐맞으니까

근데 어느날 정신이 훼까닥 돌아 버렸어

격투기도 시작하고 누가 건드리기면 찢어버릴 듯이 과잉 반응하고...아마 조증과 피해의식이 발현된 시점 같음 돌이켜 보면

그 이후에는 나 편하자고 거짓말도 서슴 없이 했고

시선과 대화를 받아들일 때도 피해의식 탓인지 왜곡해서 받아들였고

자기혐오도 지나칠 정도로 심해서 내가 나를 아껴주질 않았어

당연히 남을 아낄 줄도 몰랐어

못된 말로 많이도 상처 줬고

못된 행실로 많이도 떠나 보냈지

말이든 주먹이든 싸움도 많이 했고

술담배든 돈이든 미래를 위해 절제할 줄도 몰랐어

혹시라도 누가 나를 해칠까봐 칼도 항상 소지했고ㅋㅋ

아마 여친 아니었으면 지금쯤 교도소 내지는 유골함에 있었겠지

그래...여친 만나면서 많이 사람 됐지

일도 시작했고

공부도 시작했고

나쁜 버릇도 고치고

마음도 치유받은 것 같아

못 되어 쳐먹은 성질 탓에 여친 울리기도 많이 울렸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커

용한 사주팔자 아저씨가 '지금 만나는 애인 하루가 멀다 하고 울릴 운명이겠구만' 하고 말한 게 연애 초반이었는데 그 말이 맞았지

벌써 10년 바라보네ㅋㅋ

화장실에서 거울 보고 있자니까 참 여러모로 많이 변했다 싶어

멍 투성이 졷밥새기가 비췄던 게 어제 같은데, 아저씨 하나가 서 있지 뭐야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