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사촌동생이 놀라왔기에 영화관에 갔다.
청소년권으로 표를 구하고 팝콘을 시켰다.
이후 영화관으로 향했는데 남자 알바생이 가로막으며 말했다.
"청소년증 가지고 있으신거 보여주셔야 해요."
나는 당황했다.
신분증도 아니고 청소년증을 누가 들고 다닌단 말인가.
더군다나 다른 영화관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코로나 이후에 규정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그랬더니 아니란다.
처음부터 규정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대충 하던거란다.
청불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이게 웬 말인가.(내가 구매한건 전체관람가였다.)
순간 짜증이 일었다.
알바생은 이어 사진으로라도 보여주라고 말했고,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으셨다.
일을 하고 계셨으니 받으셨어도 힘드셨을거다.
다행이 알바생이 융통성을 발휘하여 ㅡ아무래도 이미 팝콘까지 구매했기 때문에ㅡ 우리 중 두명의 신분증 그러니깐 사촌동생과 아랫집 동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주었다.
그러면서 원래는 사진으로 확인해선 안되고 실물 신분증을 들고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는 그저 '네'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 이것이 비합리적이라고 느꼈었다.
우리가 신분증 사진을 얻고자 부모님들께 전화를 돌리던 와중 왔던 어린 여자아이 둘은 신분증이 없었지만 옆에 있던 여자 알바생이 별말 없이 ㅡ"학생증 있니?", "없어?", "들어가렴"(아마 남자 알바생이 옆에서 우리에게 학생증을 요구했기에 때문에 물어본거 같다. 아니였으면 물어보지도 않고 보내주었겠지.)ㅡ 들여보내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어린애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앞에선 규정을 들먹이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융통성 다시 말해 특혜를 발휘하니 그것이 짜증을 심화시켰다.
그래서 나는 그 남자 알바생이 고지식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만약 여자 알바생만 있었다면 그냥 보내줬을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서 검색을 했다.(영화관에서는 앞선 헤프닝으로 상영 시간이 촉박했기에 때문에 못했었다.)
그랬더니 몇년단위로 질문과 답변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가장 상단에 뜨는 글은 알바생의 하소연.
대충 청소년들에게 학생증 좀 들고오라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척보기에도 화풀이용으로 글을 띠껍게 쓰긴 했으나 읽어보니 또 이해가 가지 않는건 아니였다.
하기야 알바생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규정을 잘 따르는건 나쁜게 아니다.
규정이 문제지.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규정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
결국 청소년권이 일반권보다 저렴하기에 확인을 한다는 것이니깐.
그런고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누구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소비자가 사전에 미리 고지 받지 못했다.(나만 그랬으면 모를까 나와 동행한 3명도 그리고 뒤이어 들어갔던 여자아이 2명도 몰랐다. 학교에서 영화관을 갔을때도 못들었고 나는 결제할때 보지 못했다. 아마 영화관이 잘될때는 사람이 많아 확인이 어려워서 대충했었고 지금은 영화관에 사람이 없으니 확인하는 것 같다. 최근에 나이를 속여 술을 먹는 청소년들이 문제되기도 했고.)
만약 계산대에서 청소년권을 결제할때 빨간 색의 굵은 폰트로 '청소년증이나 여권등 본인확인이 가능한 서류를 준비해주셔야 합니다.' 라는 문구를 삽입했다면 어땠을까?
알바생도 나도 서로 불필요한 오해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 이러한 사소한 아니, ㅡ소비자의 입장에선ㅡ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니.
만약 누구라도 신경써서 만들어 놨다면 알바생도 그것을 근거로 나에게 설명했을테고 나는 쉽게 납득하였을 것이다.(애초에 그 문구를 봤다면 일반권으로 샀을테니 이야기조차 필요하지 않았겠지.)
다만 나는 순간의 욱함에 알바생의 융퉁성에 대한 의례적인 감사인사조차 전하지 않은 것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저 "네네"를 반복했던건 내 나름의 분풀이였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보아도 내가 남자 알바생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변함이 없다.
하여간 서비스직엔 절대 종사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