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미미미누 떠서 생각나서 들어옴.

(편의상 음슴체 씀)
난 2018년 2월에 종업식 주간에 자퇴를 했고

아버지가 사업하시다 집안이 어려워지는 걸 보면서 정신적으로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다가, 자살충동이 들어서 부모님과 긴밀한 이야기 후에 자퇴를 했음. 나보다 3살 많은 언니도 집에 돈이 없어서 서울쪽 학교 합격을 해도 돈이 모자라니 부산의 국립대를 갔음
내가 장학제도가 있는 줄 알았다면 더 열심히 공부했겠지

나는 내신 2.1등급이라 1등급 친구들한테 열등감도 많이 느끼고

문과였기 때문에 직업 선택에도 매우 어려웠음. 원래는 교차지원으로 공대 가서 가족들 밥먹여살리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게 안 되더라
어쨌건 자퇴를 결심한 뒤 유예기간이 있었음 (방학 주간을 앞두고 있어서… 주변에서 뜯어말리기도 했고 선생님이 2월에 자퇴하자고 하셨음)

엄마한테 이제 공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족쇄가 풀린 기분이었고 그제서야 비로소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됨
나는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게 뭔지, 어디서 기쁨을 느끼는지 정말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해보는 것을 권함. 나는 자퇴가 내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던 거의 첫 번째였음
여행도 가보고 수업 시간에 수업 쌩까고 인강 들으려고 산 노트북으로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뭘할 수 있을지 정말 열심히 찾아봤음


자퇴를 계획하고 있는 자붕이들에게 조언해주자면

자퇴를 할 거면 해도 좋은데 어느 정도 계획을 하는 것이 좋음

충동적이라면 말리고 싶음. 세상엔 학력으로 제약을 받는 곳이 자붕이들의 생각보다 정말정말 많음. 나도 그 벽을 사회에서 많이 느꼈음. 그나마 다행히도 나는 학문 대신 경력이 더 중요한 시장이라 맨땅에 헤딩으로 뇌진탕 올 것처럼 정말 많이 부딪치고 아프기도 많이 아팠음. 그래도 세상에는 학력을 따지지 않고 정말 다양하고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걸 또 알게 되는 순간들도 많음…
친구들이랑 멀어지는 건 당연하고, 나도 지금 지내는 친구는 다 사회에서 일하다가 만난 사람들임.


나는 학교를 나온 당일부터 약 5년간의 이 격차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 살았던 것 같음. 그 중에 허투루 쓴 시간은 정말 없었음
취업 시장 얼어붙는 이 시기에 신입이 아니라 경력 수시채용에서 이득을 볼 수 있어서 내 과거의 선택 또한 이득이라 생각하고

성과 중심이라는 눈에 띈 덕분에, 제안 받아서 처우도 파격적으로 인상된 미국 회사로 이직함.


나는 매우 소수 케이스라 생각하지만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자붕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