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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햇살앱에서 작성

X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03 03:12:25
조회 382 추천 11 댓글 5
														

그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놀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지만 나는 반장이다. ——아니, 반장이었다.





 나는 학급 일지를 적어서 제출해야만 했고, 덕분에 꽤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날 내가 학교에 남아 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들이 친구들을 잡아먹으면서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그런 역겨운 세상이 도래했으니까.





 밖에 있는 사람은 다 죽었을까. 아마 그렇겠지. 만약 살아있었다면 진작에 구조대가 왔을 테니까.





 …어쩌면 이곳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초등학교라 오지 않는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와 다른 친구들은 2층 교실에 숨어 있다. 괴물들이 우리를 보지 못하도록 커튼으로 모든 창문을 막고, 조잡하게나마 바리케이드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는 생물이고,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식량이 필요하니까.





 그러나 우리에게 식량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조그마한 비스킷 세 개와 생수 두 병, 그리고 굶주린 6명의 초등학생들뿐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모두가 감정적으로 변했고, 결국 우리는 틈만 나면 싸우게 됐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먹은 게 없으니 모두들 지쳐 싸울 기력도 없어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곧 죽는다.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그런 초조함이 마음속을 헤집어놓으며 안그래도 예민한 정신을 자꾸만 괴롭혔다.





 그래도 우리는 참고 버텼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구조대가 올 거라는 허황된 믿음을 가진 채로, 마음에 희망을 품었다.





 그로부터 3일 후, 우리의 믿음은 한계를 맞이했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은 리더 격인 남자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도 처음에는 거부감을 표했지만, 이내 수긍하고 작전을 받아들였다.





 희생양으로 선택된 건 금발로 염색을 한 일진 아이였다.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비호감으로 유명했으니, 어쩌면 그가 선택받는 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도 처음에는 저항했다. 죽고 싶지 않다고, 너희들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면서 마구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아무리 저항해 봤자 5대1이다. 결국 그는 우리에게 제압당했고, 눈물을 흘리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 후, 우리는 그를 구조 요청이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서 밖으로 내쫓았다.





 그는 분명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는 살아남지 못 했다.





 그는 운동장에 있던 괴물들에게 뜯어먹혔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울부짖으며 비참하게 죽었다.





 내가 우리가, 그를 죽였다.





 살아남은 우리는 계속 기도만 했다. 누군가가 그의 목에 걸린 팻말을 보고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식량도 바닥났다. 물도 다 마셨다.





 희망은, 진작에 사라졌다.





 우리는 굶주렸다. 나도 굶주렸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나는 한계였다.





 먹을 게 필요했다. 목숨을 연장하기 위한 음식이 필요했다.





 수분이 필요했다. 영양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곧 깨달았다.





 수분도, 단백질도, 내 주변에 널려있다는 사실을.





 고기와 피가. 지칠 대로 지친 사냥감이. 영양분과 수분이. 죽어도 싼 살인자들이





  그 후, 나는 건강해졌다.





 배는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다.





 의외로 인간의 두개골 안에는 많은 물이 들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름은 분명 뇌척수액이라고 했던가. 뭐, 사실 아무래도 좋다.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은 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야 아직 신선한 고기는 남아 있으니까.





 딱 한 명, 잡아먹기 위한 고기를 산 채로 남겨 두었다. 당장 죽여버리명 썩어서 못 먹게 될 테니, 어쩔 수 없다.





 그 암컷 고기는 내게 말했다. 미안하다고, 살려달라고, 그렇게 울부짖었다.





 웃음이 나왔다. 실소가 끝도 없이 터져나왔다. 참을 수 없이 우스워서 어쩔 도리가 없다.





 그 일진 아이가 살려달라고 외칠 때는 무시하던 놈이, 지금은 그와 같은 대사를 내뱉고 있다. 이 얼마나 역겹고 추악한 생물인가.





 아이식량은 죽어 마땅하다.





 그러니까 난 나쁘지 않다. 죽어야 할 놈들을 죽였을 뿐이니까.





 나는 나쁘지 않다.





 나는, 나쁘지 않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분명 앞으로도 쭉.





 그러니까 괜찮다.



 

나는 괜찮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으라고죽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죽였어내가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해난죽어야만해

 






 

오랜만에 창문을 열었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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