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에는 장자상속이 없고 장자상속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보이는 제도라고 쓴 글을 방금 장갤에서 봤는데

내 생각엔 글쓴이가 둘 중 하나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음

특정 시대의 특정 국가의 특정 문화와 관습을 중세사 보편적 관례라고 착각하고 있거나

중세시대가 유럽의 아주 극히 일부라 한 세기에 국한되고 대략 8~900년대가 넘어서면 중세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일단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중세인지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플라비오가 처음 중세를 정의했던 것처럼 중세란 로마 몰락(476년)을 기점으로 시작해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1492년을 중세의 끝이라고 보는데

이 시기를 전부 합친다면 대략 천 년이라는 긴 시간이 통째로 중세인 셈임

천년의 긴 시기동안 관습과 문화에 변화가 없었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고

중세를 공유하고 있는 유럽왕국들의 수가 적은 것도 아님

요컨데 국가적, 시대적, 문화적, 종교적인 다양한 이유로 그때 그때 풍습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어느 한 지점을 잡고 중세는 무조건 이랬다! 라고 하기가 어렵다는 말임

특히 미시사 부분으로 파고들어본 적 있었던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거임

어떤 장붕이가 중세유럽엔 장자상속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론 11세기부터 중세 유럽인들 사이에선 장자상속이 이런저런 이유로 꽤 빠르게 퍼졌음 (물론 소설이나 만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장자 혼자서 독식할 수 있었던 구조는 아님)

13세기 이후로는 장자상속이 보편화 됐고 (물론 이것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음)

또 상속권이 무조건적으로 해당 지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봉신관계에 있는 영주가 상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상속자를 지정하거나

종종 몰수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상속제 자체가 완벽하게 이랬을 것이다라고 보기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움

중세는 정말 긴 시간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 시대를 한 컷만 잘라서

중세니까 무조건 이랬어~ 라고 하는 건 지양 해야하지 않나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