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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아내가 크기차별주의자 입니다

문송이(39.119) 2020.06.14 20:29:22
조회 3448 추천 36 댓글 5
														

2030년 지구는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식량부족, 자원 낭비, 인구 과포화로 인해 인류가 멸종 할 수도 있다는 시물레이션 결과가 나오자 인류는 그제야 모두의 기술력을 합쳐 축소화라는 엄청난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고, 소인이 된다면 세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각 나라의 정부들은 이를 권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해지자 소인이 되면 세금을 60% 감면시켜 주었고 2033년인 지금은 소인이 되지 않고 평범한 크기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40%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정책이 생겼다.

그 덕에 한국 인구의 70%가 축소되어 소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강형구는 그중에서도 30% 평범한 크기로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회사원이다.

나는 오늘이야말로 아내를 설득시켜 소인화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는 세금폭탄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반갑게 인사했다.


“갔다 왔어”


“왔어요? 피곤하실 텐데 오뎅탕 끓여놨어요. 같이 먹어요”


이토록 천사같이 친절한 사람은 바로 내 아내 김현정이다.


“뭘 또 이런 걸 준비했어~”


말은 그래도 입가에는 맛있겠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현정이는 지금은 가정주부이지만 1년 전 까지는 모델을 하고 있었다.

2032년에 인구의 50%가 소인이 되자 대부분의 문화가 소인 위주로 활동이 바뀌면서 예술업계는 대다수가 작아지거나 작아지지 않은 사람들은 은퇴를 면치 못했다.

현정이도 그런 케이스였다. 모델 출신이다 보니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비율이 장난 아니었다.

180cm인 나도 키가 큰 편에 속했지만 현정이 역시 178cm나 되는 여자치곤 큰 편이었다.


현정이는 내가 먹는 걸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맛있어요? 아무도 안 뺏어 먹으니 천천히 먹어요”


“아 미안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때 개미 한 마리가 탁자를 기어 다녔다. 현정이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심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개미 같은 게 기분 나쁘게 왜 내 앞에서 얼쩡거려? 죽어버려라”


하고는 개미를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평소에도 자주 있던 일이라 다시 오뎅탕을 먹는 데 집중했다.

현정이는 사귈 때부터 벌레를 극도로 싫어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징그럽다기보단 작은 것들이 자기 아래에서 빌빌 기어 다니는 게 별로라고 했었나 조금 이상한 이유였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완벽한 여자였기 때문에 신경 쓰질 않았다.


나는 오뎅탕에 집중하다 오늘 말하기로 한 걸 까먹을 뻔했다.


“저기 현정아 내가 긴히 할 말이 있는데”


“뭔데요?”


“우리 축소화해서 살면 안 될까?”


현정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마저도 내가 있어서 어떻게든 억누르는 거 같았다.


“그 소리는 안 하기로 했잖아요”


“하지만 세금이 너무 부담된단 말이야”


“저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세금 더 내서 평범한 크기로 살고 싶어요”


“그러지 말고 응?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작아져서 잘 지내고 계시잖아. 뭐가문제야?”


“그딴 벌레 같은 크기로 비참하게 사느니 죽는 게 나아요”


현정이는 말을 뱉고선 아차 싶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물쭈물하는 게 눈에 보인다.

왜냐하면 방금 현정이의 발언에 나는 크게 분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부모님이 벌레처럼 비참하게 산다는 거야?”


“아니... 전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냐! 왜 이러는 건데? 크기가 그렇게 중요해?”


“죄송해요...”


“됐어! 이딴 식으로 사는 것도 지긋지긋하니까, 난 먼저 소인이 돼서 기다리고 있을게. 따라오든지! 이혼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어?”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홧김에 뱉은 말이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정이가 안 따라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정이는 어쩔 줄 모른 채 뒤에서 내가 짐 싸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가 짐을 다 싸고 나가려 하자 뒤에서 손을 붙잡았다.


“여보... 이러지 말고 다시 한 번만 생각해줘요”


나는 현정이의 애절한 부탁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밖으로 나섰다.

속으로도 너무 과하게 행동한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미안했지만 현정이를 설득하기엔 심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대로 크기 관리센터로 가서 축소화 신청을 마치고 순서를 기다렸다.

모든 소지품은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올 것을 감안해 보관할 수 도있고 파기하여 소인 크기로 재발급 받을 수 있다.

나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파기하고 소인 마을에서 휴대폰과 옷, 지갑, 신분증을 재발급받기로 했다.

나는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앞에서 대기했다.


“강형구 씨 들어와 주세요”


내 차례인 걸 알고 축소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 한 명만 딱 들어갈 조그만 공간이었다.

위에서 스피커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숨 깊게 들이쉬시고~ 눈감으세요. 어지러울 수 있어요~”


나는 의사 선생님이 말한 대로 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눈앞에 번쩍이더니 몸 전체가 흐물흐물 해지는 기분과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끝났어요~ 눈뜨셔도 돼요”


눈을 뜨자 완전히 달라진 시야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입고 있던 환자복은 헐렁한 수준을 넘어 옷을 입었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 정도로 옷은 흘러내려 목 부분의 박음질한 부분이 내 몸 전부를 가릴 수 있었다.

분명 나 하나만 들어올 만한 좁은 공간이 지금은 거대한 아파트 하나 세워도 될 정도로 큰 공간이 되어있었고, 너무 조그마해서 눈치채지도 못한 2mm짜리 문이 지금 내 앞 벽 쪽에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들어온 문은 고층 빌딩 수준의 높은 문이 되어있었다.


‘축소화란 이런 거구나’


내가 감탄하고 있을 때쯤 거대한 문이 쿵 하고 열리더니 고개를 바짝 들어도 끝까지 볼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여자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내 바로 옆에 조그만 운동복을 두고 갔다. 그리곤 의사 선생님이 다시 한번 말했다.


“자~ 거기 앞에 있는 옷 입으시고 나중에 소인 시청에서 옷 번호 말하고 반납하시면 돼요. 그럼 앞에 있는 문밖으로 나가주세요”


나는 알몸인 걸 보이고 싶지않아 서둘러 챙겨서 갈아입었다.

문을 열고 나가니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나는 그걸 타고 지하 10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앞에는 지하철역처럼 꾸며져 있고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안내원이 소리를 계속 지르며 나처럼 들어오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자자! 지금 오신 분들 서둘러서 사람들 뒤에 서주세요. 지금 소촌행 열차가 들어올 겁니다”

지하철을 타고 1시간쯤 가자 창문밖에 환해지더니 지금의 내 기준엔 서울보다 훨씬 큰 마을이 바로 아래 펼쳐져 있었다.

소촌역에 도착하자 부모님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셨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며늘아기는 어디로 갔니?”


“하도 안 온다고 보채길래 제가 강하게 나갔어요. 난 먼저 가 있을 테니 마음 정리하고 따라오라고”


“에잉 그러지 말고 같이 오지 그랬어”


“괜찮아요. 곧 따라올 거에요”


나는 그렇게 부모님 집에서 3일을 지내게 되었다. 소인 마을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정말로 크기가 작아졌다는 느낌조차 안 들 정도로 평소와 똑같은 생활이었다.

그동안 현정이가 계속 돌아 와주면 안 되냐는 문자를 보내왔지만 나는 돌아갈 생각이 없으니 네가 와라 라는 문자 한마디만 보내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네 번째 밤이 되던 날이었다.

잠을 자고 있다가 갑자기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주기적으로 들리는 거대한 진동이 점점 커지더니 우리 집 앞에서 멈췄다.


“여기가 맞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천장 쪽이 우지직 소리와 함께 뜯겨 나갔다.

거기엔 여자간호사를 볼 때보다 훨씬 거대한 현정이가 허리를 숙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혀, 현정아?”


이런 현정이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몸이 떨렸다.

그런 모습을 보더니 현정이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뭐야 정말로 이렇게 작아졌네? 오빠 이런 하찮은 삶이 좋았던거야?”


현정이는 덜덜 떠는 나를 붙잡더니 가슴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그리고선 나만 들리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흐흐... 오빠 기대해 날 버리고 벌레가 된 벌을 받게 될 거야”


나는 이대로면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현정이의 가슴이 나를 계속 압박해서 꼼짝달싹도 못 하게 꽉 잡혀있었다.


“끄으으으!”


아무리 발버둥 치고 힘을 써봐도 가슴 주머니 조차 나갈 수 없었다. 이런 힘으론 현정이에게 저항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게 현정이가 말한 비참한 삶인 건가... 가슴의 압박 때문에 숨도 쉬기 힘들어졌다.

현정이가 걸으면 가슴이 흔들려 나를 압박하고 그 압박으로 숨이 강제로 뱉어졌다. 점점 산소가 없어지는지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을...순...없..’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얼마 후에 차가운 것이 날 때리는 느낌 때문에 깨어났다.


“으억!?”


하아 하아 오랜만에 숨 쉬어보는 편안한 호흡이었다. 앞을 보니 온몸이 젖어있었고 주변엔 물이 흥건했다.

빌딩만 한 물컵과 나를 안도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현정이를 보고서야 나를 깨우기 위해 물을 뿌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긴... 예전 집인가?”


“응 맞아. 하마터면 죽은 줄 알았잖아”


나는 그래도 현정이가 나를 생각해주는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다음 말은 나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아직 가지고 놀지도 못했는데 못 쓰면 속상하지”


“현정아... 왜 그래 우린 부부잖아... 이건 아니야!”


그 순간 현정이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나는 이 표정을 본적이 있다.

벌레들을 밟아 죽일 때의 그 표정을 나를 바라보며 짓고 있다. 동시에 현정이의 태도도 확 바뀐걸 알 수 있었다.


“조용히 해 벌레 같은 게. 어디서 나랑 같은 취급을 받으려고 해?”


현정이는 손가락으로 내 흉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살려달라고 현정이의 손가락을 팍팍 쳤다.


“뭐야? 아직 힘도 안 줬다고... 힘주면 찌부러지겠네! 소인은 너무약한거 아니야?”


현정이는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현정이가 손가락을 떼자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나는 기침을 하며 언제 이런 쉬는 시간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기에 최대한 숨을 깊게 쉬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살 방도를 찾기 위해 현정이에게 애원했다.


“현정아 내가 미안해 너무 내 생각만 말했나 봐. 나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갈 테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응?”


하지만 현정이의 반응은 싸늘했다.


“원래 크기로 돌아가면 뭐해? 지금은 조그맣잖아. 오빠도 잘 알면서 내가 작은 건 정말 질색이라고, 만약 오빠 아니었으면 이미 지금쯤 짓밟아서 죽여버렸어. 이렇게!”


현정이는 날 잡아서 내려놓더니 거대한 발로 내 전신을 감쌌다. 이 고통은 손가락과 가슴 압박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는걸 직감할 수 있었다.


“어때 내 발 마사지가? 황홀해 죽겠지?”


정말로 죽을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뼈마디 하나하나가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뇌에 전달하고 있었다.


“특별히 오빠 집에 갔다 오고 나서 발을 안 씻었어 벌레에겐 벌레다운 냄새를 맡게 해 주는게 맞다고 생각했거든”


정말로 현정이의 발에선 좋은 향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시큼한 땀 냄새만 퍼져 나왔다.

현정이는 내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발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오늘만 몇 번째 지옥을 오갈 뻔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한번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삐걱삐걱 움직이며 용서를 빌었다.


“제발... 더는... 힘들어”


“흥,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


현정이가 날 손으로 붙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를 침대 옆 선반에 두더니 상의와 브래지어를 벗기 시작했다.

현정이의 가슴이 오늘따라 유독 커 보였다.


“자 오빠랑 게임 하나 할게. 내가 10초 동안 오빠를 가슴 쪽에 갖다 댈 거야. 그동안 오빠는 내 유두에 열심히 봉사해서 흥분시키면 돼.

10초가 지나면 나는 손을 뗄 거야 그럼 오빠는 유두에 매달려서 1분을 버티면 오빠의 승리. 만약 그전에 흥분시키지 못해서 유두를 못 잡고 떨어지면?

허벅지에 깔려 죽게 될 거야 흐흐”


“그, 그게 무슨 게임이야! 다른 게임으로 하자”


“벌레에겐 거절할 권한이 없답니다?”


말이 끝나자 나는 현정이 손바닥에 올려졌고 곧이어 눈앞에 산과 같은 거대한 가슴이 있었다.


“자 그럼 준비~ 시작!”


나는 재빠르게 현정이의 가슴 앞으로 가서 손으로 열심히 비벼 댔다. 별 반응이 없자 전략을 바꿔 주물러 보았다.


“흐응~ 오빠의 테크닉이 이정도밖에 안됐어? 안쓰럽네~ 4... 5...”


“크윽!”


아무리 해도 현정이의 유두는 흥분할 생각을 안 했다. 나는 반쯤 포기하고 유두를 주먹으로 팍팍 쳐댔다.


“읏...!”


‘이거다!’


현정이가 반응한 걸 보고 나는 있는 힘껏 유두를 샌드백이라 생각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8... 9... 하응... 10...!”


10초가 되자 나는 있는 힘껏 뛰어올라 만족한 듯 빳빳이 서 있는 유두를 붙잡았다.

아래는 이미 현정이 손이 치워지고 저 아래 허벅지가 날 잡아먹을 듯 기다리는 것 같았다.


“허억 허억... 실패할 뻔했네”


현정이가 볼이 빨갛게 상기된 채로 얘기했다.


“오빠가 그렇게 좋아하던 가슴에 매달린 소감이 어때?”


“큭! 조용히 해! 힘들어 죽겠으니까”


나는 점점 힘이 빠져서 있는 힘껏 유두를 쥐었다.

현정이에게 자극이 갔는지 야릇한 소리와 함께 현정이의 손가락이 내 머리를 밀어 가슴에 처박으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읍읍!”


현정이는 나를 손가락으로 누른 채 빙글빙글 돌려댔다.


“아... 기분 좋아 으응... 거기...”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그저 현정이가 빨리 정신 차리기만을 기다렸다.


“으응... 아?! 미안해 오빠... 순간 흥분해 버렸네. 이번 게임은 오빠의 승리야 축하해”


“이긴 보상은 뭐야?”


“음... 밥 두 톨이랑 오늘 종일은 쉬는 시간. 물론 내가 보는 곳에서”


제약이 많았지만 그래도 밥과 쉬는 시간 정도면 좋은 보상이었다.

그보다도 트집 잡았다간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아무 말없이 수긍했다.

나는 그렇게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잠잘 때가 왔다.

원래는 현정이가 잠들 때 도망치려고 했지만 현정이는 그것마저 용납할 수 없었는지 어디서 가져온 지도 모르는 채집통을 들고 와선 그 안에 나를 넣었다.

그리고 면봉에서 솜덩어리를 떼서 나에게 건내주었다.


“이건 베개로 사용해. 탈출하려고 하면 죽을 줄 알아. 내일부터 다시 게임을 할 거니까 힘 아껴두라고”


현정이는 그걸로도 불안했는지 플라스틱 통 벽면에 기름을 묻혀놓았다. 탈출은 도저히 불가능할 거 같았다.

나는 현정이 말대로 내일 괴롭힐 것에 대비해서 힘을 비축하기로 했다.




나는 그렇게 3일 동안 발목에서 허리까지 전력 질주, 혀 vs 나와 씨름, 눈감고 신체 부위 맞추기를 하며 이기면 쉬는 시간을 지면 현정이의 자위기구로 쓰이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하아 하아 힘들어... 현정아 넌 왜 이런 게임을 하는 거야? 그냥 너 맘대로 날 가지고 놀 수 있잖아”


“그러면 오빠의 삶에 의욕이 없어질 거 같아서, 지금도 봐봐 살려고 아득바득하잖아? 만약 종일 갖고 놀기만 했으면 오빤 아무런 반응도 없었을거고 그럼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겠지”


생각했던 거 보다 더 끔찍한 대답이었다.

적어도 조금씩 유대관계가 쌓인 줄 알았는데, 이 모든 게 기계에 태엽 돌리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니 전부 부질없어졌다.

그때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와 경찰 목소리가 들렸다.


“경찰입니다! 김현정씨 계십니까?”


“생각보다 빨리 찾아냈네. 음?”


현정이는 내가 기쁨에 차 있는 얼굴을 보았다. 나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몇 년 동안 함께해온 현정이가 그 얼굴을 못 읽을 리 없었다.


“오빠 설마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거야?”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오빤 나랑 영원히 함께해야 해”


현정이가 나를 손으로 붙잡았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현정아 이거 놓고 얘기하자 안 도망칠게”


“오빤 날 사랑해?”


“물론이지”


“나도, 적어도 이런크기만 아니였다면 말이야”


그 말과 동시에 나는 현정이의 입에 삼켜졌다. 나는 먹히기 싫어 뭐라도 잡으려 했지만 침에 미끌려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현정이의 위 속으로 떨어졌다.


“하아... 진짜로 먹어? 미친 거 아니야?”


위 안은 정말 고요했다. 위 속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아주 조그맣게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위벽에 귀를 갖다 댔다. 밖에서 현정이와 경찰이 대화를 나누는 거 같았다.


“김현정 씨? 강형구 씨를 소인 도시에서 납치하셨죠?”


“네...”


“당신을 소인납치죄 및 도시 테러 죄로 체포하겠습니다”


“...”


“지금 강형구 씨는 어디로 갔죠?”


“제가 잠든 사이에 도망쳤어요... 보고 싶은 맘에 데려온 건데 이런 꼴이 될 줄은 흑흑”


“하아... 알겠습니다. 나머지들은 이 일대 수색해서 찾아봐 1mm라 엄청 찾기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찾아야 해”


나는 경찰들이 날 찾고 있다는걸 알고 소리쳤다.


“경찰!!!!! 경찰!!!! 나 여기 있어요!!!! 살려주세요!! 저거 다 거짓말이야!!!!”


위벽을 쾅쾅 내리치며 고래고래 소리질렀지만 아마 현정이에게 작은 진동이 간 것 빼곤 아무도 모를 것이다.


“흐흐흑... 이렇게 죽다니”


나는 절망감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때 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밖에서 현정이가 배를 치는 것 같았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현정이가 무슨 말을 전하는지 알 거 같았다.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나는 이제 정말로 의욕이 사라진 벌레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끝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작에 순한맛써서 이번엔 매운맛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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