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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 번역] 성인식 - inosuke

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3 01:10:59
조회 2480 추천 2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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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 번역을 읽기 편하게 수정한거라 의역이 많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




 성인식 안내장이 도착했다.

 올해의 성인식은 친선 도시와의 합동으로 개최되는 것 같아서, 참가자에게는 전원, 그 친선 도시로 향하는 이동 수단을 마련한다고 했다.

 조금 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난 지 벌써 2년.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어 나는 참가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성인식이 임박한 어느 날 동향 지인에게 연락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하는 김에 그 화제에 언급하면,


"너 바보지?"


 하고 돌려받았다.


우리 동네 친선도시가 뭔지 알아?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부자인 모양이지."


 내가 대답하자 전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살아서 돌아와."


 그렇게 말하고 지인은 화제를 바꾸었다. 갈수록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불참 의사를 밝히는 것도 꺼림칙했다.

 픽업 준비는 이미 되어 있을 것이다.

 

 이리하여 성인식 당일을 맞은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공중에 뻥 뚫린 구멍이었다.

 캄캄한 구멍이다. 아파트의 내 방 한가운데에 캄캄한 터널 입구가 나타난 것이다.

 너무 쉬르한 광경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보다는 호기심이 강했다. 

 나는 터널로 들어갔다. 직선으로 20미터쯤 앞에 빛이 보였다. 생각보다 짧은 터널이다.

 저 빛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탐험을 즐기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으로 나는 걸음을 옮겼다.




************************




"…아니, 말도 안 돼."

 

 나는 중얼거린다.

 그것은 훌륭한 도시가 터널을 빠져나온 끝에 있었다. 거대한 빌딩이 즐비했다.

 거대한 도로를 거대한 차량이 달렸고 거대한 가로수가 심어진 거대한 보도가 있었다.

 모든 것이 거대하다. 물론 왕래를 오가는 사람도 거대. 거인이다.

 나는 당황해서 뒤돌아보았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터널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겨우 참고 간 나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성인식 안내장을 꺼냈다.

 다시 한 번 살펴보니, 귀가 픽업 시간은 오후 8시입니다, 라고 작은 문자로 명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터널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시간이 될 때까지,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기다려, 진정해, 나야.

 이런 경우, 맨 먼저 패닉에 빠진 인간으로부터 지워져 간다.

 살아남으려면 먼저 냉정해져야 한다.

 

 그렇게 타이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안내장에 눈을 떨어뜨렸다.


 회장으로의 지도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픽업 장소가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아마, 현재지는 여기일 것이다.

 도로가 달리고 있는 방향이 동쪽이라 방향을 맞추어 나는 회장의 위치를 확인했다.

 저 멀리 그렇게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다시 안내장 지도를 보니 도보 3분이라는 덧글이 붙어 있었다.


 확실히, 거인의 발이라면, 그 건물에 도착할 때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인 것이다.

 크기는 아마 50분의 1 정도. 거인 입장에서 보면 3센티미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폭도 50분의 1.

 내가 그 회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성인식은 분명히 끝나 있을 것이다.


 지독하다. 취급이 너무 가혹하다. 과연 성인식 실행위원회는 새디스트들의 모임일까.

 어쨌든 성인식장으로 가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곳에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며 귀환 터널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버스 정류장이었다. 거기에 자리잡고 있는 벤치 위에 나는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도망가야 한다. 다행히 내 모습은 작고, 거인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벤치 밑으로 내려가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한 바로 직후.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졌다. 갑자기 내 주위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온 몸이 얼어붙었다. 불길한 예감이라기보다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예감이 아니라 확신이다.

 최악의 상황을 확신하면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허리를 굽혀 나를 들여다보듯이 내려다보고 있다.

 

 거인은 웃고 있었다. 그 얼굴은 소녀, 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그 미소가 어린아이처럼 순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커서 목에서 가슴께에만 보이는데 그 거인은 후리소데를 입은 것 같았다. 연한 분홍색을 기조로 한 얌전한 디자인이다.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내 주위만 공기가 이상하게 가라앉아 있어서 조용하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공포가 목에 걸려 있다. 목이 마르다.

 꿀꺽 침을 삼키자 내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렸다.

 

 나는 한 발짝 뒷 걸음쳤다.

 

 입가를 굽히며 거인은 미소를 더했다.

 이제 그것은 천진난만하다고는 할 수 없고, 분명히 뭔가를 꾸미고 있는 야한 미소였다.

 

 그리고 거인은 나를 향해 손을 뻗어 왔다.

 

 말도 안 되는 크기였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큰 나무 줄기처럼 굵고 손바닥으로 치면 내 몸따윈 간단히 감싸 버릴 수 있는 크기.

 싸서, 그리고 쥐어 버릴 수 있는 크기다.

 

 그것은 절망적인 힘의 차이였다. 저항할 기운도 나지 않는다.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곳은 애당초 없었다.

 그래도 눈앞에 거인의 손이 다가오자 나는 도망쳤다. 거인의 손을 등지고, 전력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도로에 그치고, 나는 거인에게 붙잡혔다.


 엄지와 중지로 양 옆의 아래를 집어, 검지로 머리를 고정하도록 하고, 나는 거인에게 들어 올려졌다.

 그것이 묘하게 손에 익어 있고, 튼튼한 안정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주는 상태는 느슨하다.

 덕분에 내 몸은 사람의 형태를 유지한 채였다.

 

 이 손가락에 힘이 가해지면 내 몸은 쉽게 찌그러질 것이다.

 내 몸은 떨렸다. 입 안쪽에서 어금니가 딱딱 소리를 냈다.

 거인은 나를 자기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 큰 --나를 한 입에 넣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입을 천천히 열었다.


"...거짓말."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게도 이 거인은 나를 먹으려 하고 있다.

 거대한 입 안에는 거대한 이가 가지런했다. 하얗고 치열이 좋은, 인간 따윈 쉽게 씹어먹을 수 있는 건강한 치아였다.


"그만둬, 도와줘."


 나는 작게 하소연했다. 필사적으로 거인의 손가락을 쥐어뜯지만, 아무런 저항도 되지 않는다.

 거인의 입은 완전히 열렸다. 안에 보이는 혀 위에는 침이 고이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거인은 나를 천천히 입 위로 가져왔다. 나는 필사적으로, 거인의 손가락을 잡고 있었다.

 거인의 손가락 힘이 서서히 약해져 간다. 떨어지면 끝이다. 저 혀에 얽혀서 거대한 이빨로 씹혀 버린다.

 싫어. 그렇게 죽는 것 만은.

 거인의 손가락은 완전히 떨어졌다. 그러나 나는 거인의 검지를 붙잡고 견디고 있었다. 필사적인 최후의 저항이다.

 거인은 그 모습을, 눈을 가늘게 뜨고, 즐거운 듯이 보고 있었다.

 손이 저려왔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싫어……"


 내 손은 마침내 거인의 손가락에서 떨어졌다. 순식간에 머릿 속이 하얘지고 정신을 잃을 뻔했다.

 바로 그때였다.

 자유낙하하기 직전에 내 몸은 거대한 무언가에 붙잡혔다.

 양 쪽 겨드랑이 밑과 머리를 거대한 무언가로 고정시켜 놓았다. 그것이 거인의 손가락인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돌려줘, 시로짱."


 하고 약간 어린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소인은 신선할 때 먹는 것이 제일 맛있으니까."


 목소리를 낸 것은 분홍색 후리소데를 입은 거인이었다. 나를 먹으려고 했던 거인이다.

 조금 부풀어 오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옆에 있는 거인--지금, 나를 잡고 있는 거인에 불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의식은 희미해져 있었다. 하지만 살아났다는 것은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얘는 먹으면 안 돼."


 나를 잡고 있는 거인이 말했다. 약간 차가운 느낌의 목소리였다. 보면 반듯한 생김새는 암팡스럽고 눈은 날카롭다.

 이 거인도 후리소데를 입고 있고, 검정을 기조로 한 어른스러운 디자인이다. 

   나를 먹으려고 한 거인을 고양이에 비유한다면, 이쪽은 마치 매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 나는 쥐인가 그 이하인가.

 멍한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의식은 회복됐다.


"제대로 정장을 입고 있어. 우리랑 똑같은 성인식 참가자야."


 매와 같은 인상의 거인이 말했다. 고양이 상의 거인은 그 큰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상스럽게 뭐 하는거야, 모모."


 매와 같은 거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모라고 하는 것은, 이 고양이와 같은 거인의 이름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이 매와 같은 인상의 거인은 '시로'라고 불렸다.

 '모모', '시로'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었다.


"미안 미안, 설마 진짜로 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말을 마치자 '모모'라고 불린 거인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왔다.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얼굴에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있잖아, 너."


 그것은 분명히, 나를 향해 던져진 말이었다.


"진짜 성인식 참가자 맞아?"


 소리 내어 대답하려 했지만 입안은 여전히 메말라 있었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모는 예의 그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안 먹을래."


 그리고 빙글 돌아서며 걷기 시작했다. 나를 쥐고 있는 '시로'라고 불린 거인도 모모의 뒤를 따르듯 걷기 시작했다.

 발 걸음은 성인식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시로의 손바닥에 천천히 내려졌다. 


"무서웠지?"


 걸으면서 시로는 나에게 묻는다.

 시로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무서웠다고 대답했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속삭이듯 말했다.


"용서해줘. 모모에게도 악의는 없어. 우리에게는 소인을 먹는 문화가 있으니까 그만 손이 나가버린 것 같아. 너는 맛있을 것 같으니까."

 

 자못 무심코 덧붙여진 마지막 말이 두려웠다.

 그러나, 조금씩, 이 세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는, 나는 소인이라는 생물인 것 같다. 단순하고 알기 쉬운 말이다.

 소인이란 거인에게 먹히는 존재인 것 같다. 그리고 소인은 신선할수록 맛있고, 날 것으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인것 같다.

 

 이런 세계의 도시와 우호 관계를 맺다니, 도전적인 우리 고향이다. 무슨 약점이라도 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힘의 차이가 있으면, 일 년에 한 번 희생이 요구되거나 그 정도의 일은 당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생각이 든다.

 

 그거 산 제물이야? 

 지금 내 상황이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시로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나를 먹으려고 한 '모모'라고 하는 거인은 물론, 나를 맛있을 것 같다고 한 이 시로도 아마 소인을 먹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거인에게 잡아먹히게 된다면 이 아이가 더 좋을까 하고 그런 일을 떠올리며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내 기분은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살아났다는 안도감과 무엇보다 시로의 부드러운 말이 크게 작용했다.

 그녀의 태도는 전혀 해롭지 않은 것이었다.

 

 시로가 문득 내 쪽을 쳐다보았다. 나도 시로를 올려다보고 있어서 눈이 마주쳤다.


   시로가 묻는 듯이 눈을 흘긴다.


 내가 고개를 젓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로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왠지 쑥스러워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리고 말았다.


************************





"너희 마을에서 온 참가자는 너 하나 뿐인 것 같네."


 내 몫도 함께 접수해 준 시로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사이즈가 너무 달라서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내 목소리는 시로에게는 닿지 않는다. 

 

 나 이외에 동향에서 온 참가자는 없는 것 같다. 당연하다.

 이런 무서운 곳을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은 훨씬 사려 깊지 못한 인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다.

 

 회장에는 많은 거인이 있었다.

 앞서 가는 모모는 동창들을 발견한 듯 다정한 듯이 말을 시작했다. 시로도 가고 싶어했지만 망설이고 있었다.

 나를 배려해 주었겠지. 그러나 모모가 손 짓을 하여 권유하자, 시로는 곧 그 고리로 들어갔다.

 

 시로의 손바닥에 얹힌 채 나는 거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지금까지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취직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아이가 결혼했다든가 아이가 생겼다든가 하는, 별 것 아닌 이야기였다.

 

 아아, 똑같구나라고 생각한다.

 거인이든 우리든, 동창생끼리의 대화는 똑같아.

 

 거인들은 가끔 나를 봤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되돌린다. 거인들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일까?

 나를 먹으려던 모모처럼, 혹은 나를 맛있을 것 같다고 한 시로처럼 나를 먹고 싶은 것일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고, 거인들은 회장의 홀로 향하기 시작했다. 

 

 홀은 넓었다. 내 시점에서 보는 것은 물론 거인들 입장에서도 넓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세 번째 열에 시로는 앉았다. 그리고 그 옆 자리에 나를 내려놓는다. 다시 내 옆에는 모모가 앉았다.

 

 거인 용 좌석은 거대했다. 가로, 세로, 대략 30미터는 될 것 같다.

 그 가운데에 나는 앉았다. 앞으로 이 도시의 시장이 축사를 할 모양이다. 별로 흥미는 없다.

 홀 안은 따뜻했고 나는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문득 옆을 쳐다보니 꾸벅꾸벅 모모가 배를 젓고 있었다.

 

 시장의 축사가 시작되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모모는 완전히 잠들어 버렸다.

 조용한 숨소리를 내는 얼굴이 편안하고, 나도 낚여서 졸려왔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뒹굴어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버릇이 없어서 나는 책상다리를 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무시무시한 진동이 일어나 굉음이 내 귀를 찢었다.

 눈을 뜨면 거대한 검지, 중지, 약지, 새끼 손가락이 내 눈앞에 꽂혀 있었다.

 오른쪽에는 거대한 엄지손가락이, 머리 위로 스치듯 뒤 쪽으로는 거대한 손바닥이 있다. 결국 거대한 왼손이 나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내 오른쪽 자리에는 모모가 있다. 즉 이것은 모모의 왼손이다.

 모모는 잠들어 있었다. 이는 의도적으로 행해진 행위는 아니다. 아마도 무 의식 중에 왼손을 내 자리에 넣어 버린 것이리라.

 나는 당황해서 모모의 왼손에서 탈출하려고 했다. 그때 모모의 집게손가락에 닿았다. 그게 나빴다.


"음냐" 

   

   하고 잠꼬대를 한 모모는 작은 자극을 받은 왼손을 무 의식 중에 쥐기 시작한 것이다.


 도망갈 틈도 없이 나는 모모의 왼손에 감싸였다.

 모모의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행복한 잠자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모모의 왼손은 완전히 쥐어졌다. 그 손안에 있는 얼마 안 되는 공간에, 나는 푹 들어간다.

 손가락 틈은 없고, 거의 빛은 안보인다. 공기가 조금 들어가는 정도의 틈밖에 인정할 수 없다.

 

 잠깐 기다려.

 이거 진짜 장난치는 거 아니야?

 

 있는 힘껏 되받아치지만 모모의 손가락은 한 밀리도 펴지지 않는다.

 힘껏 걷어차 봐도 끄떡없다. 그리고 현재 최악의 상황은 이 고기벽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완전히 움켜쥐면 나는 어떻게 되지?

 이 프레스기 같은 손에 쥐어박혔을 때 과연 내 몸은 견딜 수 있을까.

 공간이 조금 더 좁아졌다.

 몸이 옥죄인다. 패닉에 빠진 나는 힘껏 소리치며 모모의 손바닥을 되밀었다.

 

 역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압살당한다. 아무런 존엄도 없이 동갑내기 거인 여자애에게 짓눌린다.

 

'싫다. 난 죽고 싶지 않아. 도와줘. 무서워요!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도와줘.

도와줘, 도와줘, 도와줘.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공간이 더욱 좁아졌다.

 모모의 손 바닥과 내 몸은 완전히 밀착되어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됐다.

 

 코를 쿡 찌르는 냄새가 난다. 땀 냄새다. 난 땀 안 흘리고 있다.

 이건 분명 모모가 손바닥에 흘린 땀이다.

 왜 그럴까, 아주 조금 새콤달콤한, 좋은 냄새처럼 느껴진다.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면서 나는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

 

 아아, 하고 생각한다.

 

 난 미쳐버린 것 같아.

 나는 망가져 가고 있는 건가봐.

 

 행복하게 잠든 모모의 얼굴 귀여웠어. 실은 조금 좋아하기도 한다.

 저런 귀여운 아이가 잔인하게, 그리고 본인은 무의식적으로 꿈을 꾸는 기분으로 나를 짓뭉개려 하고 있다.

 필사적으로 저항해도 그녀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녀는 그만큼 강대한 존재여서 그녀 앞에서 나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존재다.

 오싹오싹하니 뭔가 몸이 뜨거워졌다. 편안한 느낌이었다.

 

 공간이 좁아진다.

 내 몸은 삐걱삐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아, 죽는구나!'

 

 그리고 드디어 임박한 죽음을 각오한 그 때다.

 

 갑자기 빛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 머리는 순식간에 이성을 되찾는다. 동시에 나를 꽉 조이는 모모의 왼손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무작정 나는 모모의 왼손에서 빠져 나왔다.

 

 눈 앞에 어둠이 아닌 세상이 펼쳐져 기듯이 나는 모모의 왼손에서 멀어진다.

 왈칵 눈물이 솟았다. 나는 살아있었다.

 

 엄청난 위기였다.

 지금 것은 정말로 큰 위기였다.

 큰 위기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엿보고 말았다.


"괜찮아?"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올려다보니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시로의 얼굴이 보였다.

 이 큰 위기에서 나를 구해 준 것은 시로였다. 모모의 왼손을 억지로 열어 나를 구출해 준 것이다.


"위험하니까 이리로 와."


 시로는 나를 잡아올려 자신의 허벅지에 내려놓았다.


 축사는 길고 지루했다. 시로는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역시, 시로에게라면 잡아먹힌다 해도 좋다, 라고 반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나는 축사를 듣고 있었다.




************************




 

 긴 축사가 끝나자 간단한 회식이 열렸다.

 건물 2층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고, 오르되브르가 여러 개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그냥 탁자 위에 내려놓아졌다. 다른 거인들은 테이블에 둘러서 있다.

 각자에게 잔이 건네졌다. 내 크기에 맞춰진 잔도 준비되어 있었다.

 

 잔에 담긴 것은 차였다.

 나만 그런가 하고 둘러보니 다른 참가자의 잔에도 차가 담겨 있었다.

 여기서도 시장이 인사를 했다. 분위기를 잡았는지 간단한 말 두어 마디만 하는데 그쳤고, 곧 건배를 제의했다.


"성년 축하 건배"


"건배" 


   구호와 함께 나도 잔을 들었다.


 아이고, 하고 나는 한시름 놓았다.

 한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무사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 싶지 않다.

 

 안심하자 배가 고파졌다.  

 모처럼의 회식이다. 무언가를 먹으려고 나는 오르되브르 접시 주위를 걸으며 품평을 했다.

 

 고기밖에 없었다. 수북이 장식된 채소가 놓여 있지만 큰 접시 위의 거의 모든 공간을 고기요리가 차지하고 있었다.

 몸에 안 좋아 보이네, 몸에 중요한 영양소가 거의 부족해. 대체 어떻게 보완하는 거야?

 게다가 고기가 더 크다. 이 세상에는 다른 동물도 거대할까.


"맛있어 보이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모습을 보지 않아도 배후에 있는 게 누군지 알았다.


"어머. 그렇게 무서워하지 마."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모모였다. 손에는 접시를 들고 있다.

 핥는 듯한 시선을 오르되브르의 큰 접시에 두고, 나와 마찬가지로 음식 품평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모모는 나를 집어 올렸다. 젓가락을 사용하여 재주 좋게 내 몸을 들어올린 것이다.

 

 말 문이 막히는 나를 모모는 손에 들고 있는 앞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새 하얀 접시 위에는 선객이 있었다. 내게서 2미터 쯤 떨어진 곳에 소인이 두 명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힉……"


   하고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지른다.


 두 소인은 벌거벗고 있었다. 어느 쪽도 벌렁 드러누워 살았는지 죽었는지 여기에서는 판별할 수 없다.

 손을 뻗으면 진의를 확인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용기는 나지 않았다.

 접시 위에서 내려다보니 책상 위에서는 알 수 없었던 오르되브르의 전모가 드러났다.

 큰 접시의 한 가운데에 소인이 담겨져 있었다. 아무도 젓가락을 대지 않았지만 그것이 식재료로 준비된 것은 분명했다.

 

 난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 광경의 무서움에 깜짝 놀라 버렸다.

 

 모모가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는다.


"미안해" 


   하고 모모는 말했다.

 

   그리고는 앞접시를 자신의 얼굴 앞까지 들고 나를 보았다.

 뱀의 눈총을 받은 개구리처럼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모모는 작게 입을 열었다. 미지근한 한 숨이 내 볼을 어루만진다. 입 안에 하얀 이가 날 들여다보고 있었다.

 침을 묻힌 혀가 먹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러는거야? 왜 나한테 이런걸 보여주는거야?"

 

 모모는 젓가락으로 두 소인을 집었다.

 소인은 움직이지 않는다. 역시, 죽어 있는지도 모른다.

 보면 남자와 여자 같다. 서로 껴안듯 두 사람은 젓가락에 끼워져 있다. 어쩌면 연인 사이일지도 모른다.

 신물이 치밀어 올라와 나도 모르게 입을 눌렀다.


"안 봐도 돼. 뭘 하는지 알아주면 그걸로 됐어."


 모모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안 봐도 된다면 왜 이러는거야.'


 모모는 소인을 먹으려 하고 있다. 소인인 내 눈 앞에서 식량으로 소인을 먹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모는 소인을 집었다.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입술이 다물어지고 천천히 젓가락이 뽑힌다.


 먹었다.

 소인을.


 모모는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맛 보고 있는 것이다.

 잠시 그 일이 있은 후 모모의 턱이 달가닥하고 움직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린다.

 양 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를 차단한다.

 

 저 입 안에서 지금 소인이 씹혔다. 앞으로 몇 번이고 씹어 페이스트 상태가 될 때까지 반복할 것이다.

 

 보기 싫어. 그런 건 안 보고 싶어.

 빨리 끝나달라고 부탁하면서 나는 꾹 참고 있었다. 시간 가는게 더 느리게 느껴졌다.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떠본다. 보인 것은 모모의 목이 꿀럭꿀럭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나는 구토를 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토해낸 것은 건배할 때 마신 차였다.

 

 공포와 긴장 때문일 것이다. 몸이 이상하게 경직된 채로 나는 기절할 뻔했다.


"모모!"


 등 뒤에서 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내 주위에 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시로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내려다보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아이 앞에서 소인을 먹은거야?"


 조용한 분노를 머금은 어조로 시로가 말했다.


"맞아."


 모모가 대답하자 시로는 모모를 노려보았다.


"이 아이도 먹으려고 한 거야?"


"아니야."


 모모는 즉답했다.


"친구를 잡아먹을 만큼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야."


"그럼 왜 이렇게 불쌍한 짓을 한 거야!"


"알게 하기 위해서야!"


 모모가 말했다. 시로와 마찬가지로 호통치는 목소리였다.


  성인식에 함께 참석했다가, 나란히 앉아 지루한 이야기를 듣고, 함께 같은 음식을 둘러싸고, 그리고 함께 건배를 했단다.

  이 아이는 소인이 아니다. 분명 겉보기에는 소인이며, 확실히 신선하고 살이 차 있어 맛있을 것 같긴 했다.


 그리고 모모는 내 얼굴을 보았다.


"우리끼리라구."


 시로는 잠자코 있었다. 잠자코 모모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로짱도, 모두도 상냥하니까 이 아이 앞에서는 절대로 소인을 먹지 않겠지?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나도, 시로짱도, 모두 소인을 즐겨 먹지. 

그런데 얘가 불쌍해서 소인을 안 먹는다고 한다면, 얘네들을 뒤집어보면 넌 소인들과 똑같다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모모는 말을 끊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아주 조금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이 보였다.

 크게 숨을 들이마셨고 모모는 계속했다.


"그래서 먹었어. 진짜 우리들의 모습을 알아주길 바랬어. 우리들에게 있어 너와 소인은 다르다는 걸 알았으면 했어. 

너와 나는 대등하고, 너는 음식 같은 게 아니라 우리들의 동료라는 걸 알아주길 바랬던 것 뿐이야."


 

 그녀들에게 있어서 내가 소인이면 같은 소인을 먹는 것은 불쌍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와 그녀들은 대등한 존재이며 동료이다.

 그래서 모모는 내 눈 앞에서 소인을 먹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소인을 먹음으로써 나를 소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하려 했다.

 

 너무 난폭한 방법인 것 같아.

 너무 잔인한 방법인 것 같아.

 

 그런 일을 해도,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모모가 아무리 대등하며 동료라고 말해주더라도 이 세상에서 나는 소인임에 틀림없고, 내가 보기에 그녀들은 역시 거인이다.

 

 모모에게 잡아먹힌 소인은 불쌍했다. 이 감정을 거인들은 가질 수 없다.

 쥐를 먹은 사자가 그 쥐를 동정하지 않듯이.

 사자와 쥐가 친해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와 그녀들이 서로 이해 할 수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사자와 쥐가 아니다.

 소인과 거인. 호칭은 다르지만 나도 인간, 그녀들도 또한 인간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목구멍 속에 남아 있던 신 걸 삼켰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쿠스노키 소타!"

 

 자신의 이름을 거인의 귀에 들리게 큰 소리로 외쳤다.

 모모가 나를 보았다. 시로도 나를 보았다. 소리는 닿은 것 같다. 나는 모모를 향해 똑바로 손을 뻗었다.

 

"악수!"

 

 내가 외치자 모모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예의 그 순진한 미소를 짓고, 그리고


"응. 잘 부탁해, 소타."

 

 커다란 검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가락 끝을 잡고 위 아래로 흔들었다.

 등에 무언가가 딱 부딪혔다. 뒤를 돌아보니 시로의 검지 손가락이 보였다.


"잘 부탁해."


 상냥한 미소를 머금고 시로가 말했다.

 나는 시로의 검지 손가락을 잡고 위 아래로 흔들었다. 모모가 이겨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시로의 뒤에 또 다른 거인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통통한 여자 거인이었다.


"이제 다 같이 술 마시러 가기로 했는데"


 하고 거인은 말했다.


"셋 다 가겠지?"


"물론입니다!"

   

   라고 활기차게 모모가 대답했다.

   가겠다고 시로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모모가 내 등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모모와 시로, 뒤 에서 나타난 거인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소리쳤다.


"갑니다!"




************************




 이렇게 해서 나의 성인식은 끝났다.

 술집에서는 사적인 이야기로 흥을 돋우거나 모모에게 몇 번인가 목숨을 빼앗길 뻔하고, 그 때마다 다른 거인에게 구출되거나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나도 많이 취해 있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후 8시

 

 내가 터널을 빠져나올 때 모모가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그걸 시작으로 다른 분들도 나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술 김에 시로는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올게"


 나는 약속하고 터널을 빠져나갔다.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심한 졸음이 몰려왔다.

 과음한 것 같다.

 양복을 갈아입자 나는 곧장 침대로 향했다.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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