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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쨩은, 야스나가와 못치ー의 뒤에서, 입을 다물고 있다.

카운터 밑의 물건을 찾는 척 하며 몸을 숙여, 카오리씨의 상태를 살폈다.

모두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야채를 다듬는 그녀의 옆모습은, 

아침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불안이나 고난을 뚜렷하게 담고 있었다.

그 뒤에는 그저 잡담으로 시간이 지나가, 

어느샌가 제법 많은 양이었던 저녁식사를 다 같이 먹어치운 후, 잠깐의 잡담을 나눈 뒤에, 해산하기로 했다.

특필할만한 것이라고 한다면, 마미야씨가 칸조씨에게, 

전의 연회에 대한 일을 물어보았던 것 정도인가.

그것은, 하시모토씨가 제지해버렸지만.

마키시마 하루:

......

하루쨩이 그 순간 굉장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것을 본 나는, 내심 안심했다.

전의 연회라고 한다면, 그녀가 양친을 잃고, 

더욱이 안개석에서 생환했던(것 같은) 때의 일이다.

이번에도 그 주제를 건드리면 굉장히 곤란할뻔했지만, 

그 언저리의 불온한 분위기를, 하시모토씨가 눈치챈 모양이었다.

... 저 사람을 살려둔건 정답이었던걸까?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은것도 아니지만, 저 사람이 없는 케이스에서는, 

나는 인간으로서 살아남았고, 그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늑대로서 그와 적대하는 상황이 되어버린건, 

그의 생존에 따라붙는 불운하기 짝이 없는 덤. 그렇게 납득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식사가 끝나고, 다들 해산한 직후에, 하시모토씨가 타쿠미씨와 무언가 속닥거리고 있었다.

타쿠미씨의 얼굴이 진지하게 되었기에 무슨 일일까 싶었지만,

무로 타쿠미:

다들, 잠깐 괜찮을까.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무언가 말해야 할 것이 있다, 

고 하는듯한 내용이었는지, 곧장 타쿠미씨가 행동에 옮겼다.

무로 타쿠미:

오늘, 우리들은 아무도 목메달지 않았어.

무로 타쿠미:

그러니까, 그 안에 늑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밤 아무도 죽이지 않는걸 나는 기대하고 싶다.

무로 타쿠미:

그렇게 하면 내일도, 목을 매달지 않고 끝낼 수 있어.

마키시마 칸조:

있을 수 없다.

무로 타쿠미:

아아, 그럴지도 몰라.

무로 타쿠미:

그렇게 된다면, 이 안에 있는 누군가와는, 내일 아침,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겠지.

무로 타쿠미:

그걸로, 작별하게 되는거야.

무로 타쿠미:

그걸 명심해둔 채로, 후회하지 않도록, 말하고 싶은건 지금 말해둬.

식사때는 그런대로 밝았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한다.

무겁고 습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서로와 악수하거나, 

감사의 말을 주고받거나 했다.

치에미나 하루쨩은 어찌됐든... 요시츠구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카오리씨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내일 내가 없어지더라도, 형제 둘이서 똑바로 잘 살아달라"는 등등의 말들.

... 카오리씨 본인이 늑대인 것과는 관계없이, 

형제가 순순히 어머니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는 기묘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장자 두명은 고립된 느낌이 되어버린다던가, 

타에씨나 타쿠미씨가 그걸 신경쓰며 어슬렁거리거나, 못치ー가 늑대 할아범과 이야기하거나...

... 인간관계의 구조를 볼 수 있는 한때이기도 했다.

마키시마 하루:

... 할아버지.

그 중에서도 간담이 서늘했던 것은, 이 때.

야스나가나 못치ー와 이별의 말을 주고받으며 완전히 눈이 빨개진 그녀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조부에게 이야기를 걸었을 때였다.

마키시마 하루:

할아버지, 혹시 내가 내일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면

마키시마 칸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설마하니 그는 눈치채고 있는건가, 싶었지만.

마키시마 하루:

거짓말. 늑대는,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고 말했잖아.

마키시마 하루:

할아버지는, 하루한테만 거짓말을 하네. 배려라도 해주겠다는거야?

마키시마 칸조:

.......

칸조씨는 드물게도, 말문이 막혔다.

마키시마 하루:

...그런건 됐으니까, 들어줘.

마키시마 하루:

내가 죽으면,

마키시마 하루:

...내가 죽더라도, 술같은건 너무 마시지는 말아줘.

마키시마 칸조:

...하루

칸조씨는 천천히, 하루쨔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 땐 이미 그녀가 몸을 돌린 상태였다.

서투른 조부와, 서투른 손녀.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하루쨩이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나는 

인간성이 고장나있는걸까.

... 분명 처음 그때, 야스나가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겠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그에게 공감하면서, 

나는 인사하러 와준 치에미에게 적당히 상냥한 말을 늘어놓았다.

드디어 마지막 때가 되어,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결연하게 

'안녕히 가세요.' 라고 말해준 리카코씨에게도, 똑같이 대해주었다.

마키시마 하루:

... 아침에 있던 일은, 용서해줄테니까.

후사이시 하루아키:

혹시 내일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응어리는 남기지 않는다, 는건가.

마키시마 하루:

응.

하루쨩과는, 그것으로 끝. 불명예스런 오명이 사라지고, 호감도는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아무것도 없게 된 채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