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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사이시 하루아키:

...지금, 당신의 남편분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리베 카오리:

...여보, 미안해.

글렀다. 그녀에게 있어, 죽은 남편은 이미, 자식들에게 역할을 빼앗겼다.

그녀가 추구하고 있는 건, 자식들과의 동반자살이나 다름 없는 것.

그것이 그녀의, 산의 규칙과 자신의 자아와의 절충안, 합의점...

...인간이라고 하는 건, 어째서 이렇게, 움직이기 힘든 것일까.

후사이시 하루아키:

...그렇다면, 오늘은, 야스나가를.

오리베 카오리:

네.

후사이시 하루아키:

하루쨩은, 괜찮은거지.

마키시마 하루:

...어쩔 수 없잖아요. 오빠는, 요미비토니까.

오리베 카오리:

......

오리베 카오리:

...하루쨩은, 야스나가를 좋아해줬었지.

마키시마 하루:

오빠로서, 말이죠. 카오리씨가 보내주겠다고 결심했다면, 어리광은 부리지 않아요.

오리베 카오리:

...착한 아이네, 미안하구나...

착한 아이. 야스미즈의 사람들은, 모두, 착한 아이.

그렇지 않은 나에게는, 머리가 돌아버린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전의 그때, 마미야씨도 똑같았겠지.

그러니 그런 식으로 죽음을 당했다.

...나는, 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는다.

살아남겠다고 결심한 이상, 완벽하게, 늑대로서 살아남아주겠다.

안개 낀 밤길을 셋이서 나아간다.

한밤중에 구름 안을 비행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청회색의 탁한 대기를, 늑대의 늑대의 분장을 한 3명이, 헤쳐나간다.

계속 따라붙는 짐승의 기척을, 때때로 물을 뿌려 쫓아내면서,

넘어지지 않도록, 밭에 빠지지 않도록, 진중하게 나아간다.

분명 2명은 나에게 배려해주고 있는 거겠지. 두명뿐이라면 거침없이 걸어갔을것임에 틀림없다.

...이 땅에 대해 잘 알 뿐만 아니라, 이 두명에게는, 모종의 위태로움이 있다.

정해진 길을 곧장 나아가서, 그 기세로 무덤까지 들어가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이.

목적지는, 기숙사.

카오리씨와의 되먹지도 않은 거래로, 죽일 대상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야스나가를 퇴장시킨다고 하는건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가 사라진다면, 그를 일일히 앞장세우는 것으로 발언력을 확보하고 있는 하시모토씨도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거기에 더해 하시모토씨가 조용히 해준다면. 아마도 마미야씨에게도 타격이 가게 되겠지.

타쿠미씨도, 칸조씨도, 약점은 잘 알고있다.

...치에미는 숨겨진 본성에 대한 일이 있으니 조금 성가시다만, 어떠려나.

리카코씨는... 본의는 아니지만, 저번과 같은 식으로 움직여준다면, 혹시라도 아군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그 뒤에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을듯한 면면이다. 히스테리나 폭주에만 신경을 써두자.

...유일하게 신경이 쓰이는 것이, 못치ー다.

그가 일발 요행수로 늑대의 정체를 맞춰버리는건 아닐지.

하루쨩이 늑대라고 알아내서, 묘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지.

그리고 결국, 이것은 순수하게 인간성만을 본 것이고, 가호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아예 메ー코나 늑대 할아범씨에게 가호가 주어져서 제대로 써먹질 못하게 된다면 좋을텐데.

......

타쿠미씨는, 조금 신경이 쓰이네.

무로 타쿠미: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어.

오리베 야스나가:

아, 잠깐, 일단 주의점. 가호를 가진 사람은 주의하는 편이 좋아.

...아직, 죽을 수 없어.

그의 야스미즈에 대한 충성심의 중핵은, 타에씨나 카오리씨이기도 하며,

더욱이 젊은이의 리더 포지션에서 오는 책임감이다.

지금 이 때만큼은 죽을 수 없다고 하는 발언에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는 것은, 가호 보유자.

아마도 야스나가도 그 판단을 했기에 즉시 말을 잡아챘다. 전번에, 나에 대해 그렇게 했듯이.

......

...처음 그때는, 확실히 타쿠미씨가 첫날에 뱀의 가호자라고 밝혔을 터.

이번에, 같은 흐름이 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면?

처음 그 때, 못치ー는 원숭이였다. 이번과 똑같이.

물론, 그 밖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 때 못치ー의 파트너는, 메ー코였고.

하지만, 혹시 가호의 분배에 어떤 기준이나 법칙이 있다고 한다면,

전과 같은 배역이 맞아 떨어지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혹시 그가 뱀이라면. 뱀을 죽이고, 뱀인 척 바꿔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굉장히 유리하다.

검토해야만 할 계획이라고, 할 수 있겠지.

마키시마 하루:

...도착했어요, 후사이시씨.

생각을 하는 중에, 우리들은 기숙사 앞까지 도착할 듯 하다.

밤새 켜놓은 등에 이슬이 맺혀, 어렴풋이 건물의 윤곽을 비추고 있다.

...어째서일까.

이미, 피의 냄새가 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하루쨩의 처참한 유체의 영상이 또렷이 뇌내에서 되살아난다.

...그것은, 심각했다.

인간성을 극한까지 훼손시켜, 비웃는 듯한 살해방법이었다.

적어도 그것과는, 선을 그어두고 싶다.

그런 것을,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만.

오리베 카오리:

...피, 에요.

카오리씨의 그 말로, 감상적인 기분은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기숙사의 계단.

그 녹이 잔뜩 슬어 있는 철제 계단을 타고, 엄청난 양의 피보라의 흔적이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것이ーー

ーー누구의 피인거지, 이건?

...누가, 금기를 깬거지?

그렇다고 한다면, 시체는 어디에?

나는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시야속에서, 쓰러진 사람의 형상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수 초.

나는, 인지했다.

몇 미터 앞에, 누가 서있는지를.

ーー!!

내가 숨을 삼키고, 다른 늑대들이 이변을 눈치채기까지, 다시 몇 초.

나는, 거기 서있는 인물이, 세리자와 치에미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것도.

ーー총열을 잘라낸, 수평 2연발의, 산탄총.

그런가,

그녀정도의 광기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

케가레를 감수하고, 자신의 몸으로 도박을 걸어,

늑대를 전부 죽여버린다는 선택도 취할 수 있던걸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녀의 실력ーー일본에서 본래 소유할 수 없는, 화기라는 폭력장치를 갖고있다면,

만용의 댓가로 갈기갈기 찢어진 시체가 되어버렸던 오리베 요시츠구보다도, 건투가 가능하지 않을까.

적어도, 맨 몸의 인간에 불과한 우리들은, 그 총탄에, 간단히 몸숨을 잃는 것이다.

완전히 상정외.

완전한, 방심.

하루쨩과 카오리씨가 새된 소리를 내는것과, 그녀가 총을 겨누는 것이, 거의 동시.

나는 솔직히, 그녀에게 감복했다.

잘도 여기까지, 매번, 상상도 못한 일을 일으켜주는 것이다.

죽어서 되감기가 없었다면, 그녀에게 이기는 일따위, 넘보지도 못했겠지.

이 아이는, 나에게 있어, 조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피투성이 광대.

어쩔 수 없지. 이번에도 졌다.

다음에는 좀 더, 잘 하지 않으면ーー

그 순간,

그녀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섬광이 비춘 순간,

내가 본 것은 사신이 아니라,

새빨갛게 물든 채 튀어날아가는, 그녀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