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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시관 - 드레스덴이 안내한 곳으로 가니, 그곳에는 어슴푸레한 전구불빛 아래, 샘의 X레이 사진과 읽을 수 있어도 뜻을 알 수 없는 전문적인 언어로만 구성된 화상, 그리고 배 한가운데에 검붉은 구멍이 파인, 옛날에 본 적이 있는 남자가, 잠이 든 것처럼 평온한 표정에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피부는 백짓장처럼 새하얗고, 둘이나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인기척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아무가 보지 않으려해도 남자의 배에 난 커다란 구멍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죽어버린 것이다. 샘은.

리아무는 어디선가 몰래카메라입니다~ 라며, 연락이 끊긴 동료들이 나타나길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야무웃...

한편, 리아무의 새하얀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레스덴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에메랄드 시티 리퍼어?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

"그래서, 그 에메랄드 리퍼 씨가 샘씨에게서 뭘 가져간 거야?"

"야무웃, 알콜중독자의 간이라니 그런 걸 어디에 쓴다고... 다른 사람들은?"

"꺄앗?! 누, 누구야?"

리아무가 갑자기 들려온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에 놀라서 묻자, 드레스덴은 혼잣말을 해주듯이 대답해주고,

"이런, 맥클러스키 형사가 왔군요."

부검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리아무는 홀로 남은 부검실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 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때, 삐빅하고, 샘의 시체 옆에 다소곳이 놓인 증거물 봉투에서 소리가 났다.

리아무는 먼저 샘의 손글씨가 적혀있는 종이를 꺼냈다. 그것은 평행우주의 리아무라면 모를까, 지금의 리아무에게 있어서 데드맨 스위치를 통한 영상 유언장을 뺀, 샘에 대해 무엇인가 알 수 있을, 유일한 물건이었다.

"이게 단서인지 뭔지 모르겠어, 샘씨. 제시카가 대체 누구야? 범인이야?"

리아무는 그 다음 샘이 살인마 - 에메랄드 리퍼에게 찔렸을 때 입고 있었을, 보라색 셔츠를 확인했다.

"야무. 아직도 피투성이야... 기분 나빠... 샘씨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렸구나. 춥고 외로웠지, 샘씨." 당연하게도 시체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때가 되어서야 리아무는 삐빅하고 소리를 냈던 것에 시선을 두었다.

그것은 샘이 생전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크레드스틱(계좌와 연결되어있는 전자지갑)이었다. 마치 그것은 지금 한푼도 없는 리아무에게 샘이 범인을 찾기위해 쓰라고, 남긴 돈 같았다.

리아무는 떨떠름하게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한 뒤에 크레드스틱을 챙겨서 자신의 PDA에 삽입했다.

300뉴엔. 뉴엔이 엔이랑 비교하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하루 동안 밥을 먹거나 무엇인가 요긴한 것을 사기에 충분한 돈임은 틀림없었다. 리아무는 마지막으로 증거물 봉투에 들어있는 명함을 확인했다.

세탁소인 걸까? 아니면 샘이 맞춤옷이라도 사입은 곳이었던 걸까? 리아무는 이 명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지만, 이것이 샘이 남겨준 마지막 단서였다.

그리고, 리아무는 사람, 아니 엘프가 먼저 말하고 있는데, 드레스덴을 부검실 밖으로 불러낸,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위해 부검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욱..."

엘프의 후각탓인가, 리아무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살짝 찌뿌려질 정도로 고약한, 싸구려 애프터쉐이브 로션 냄새를 맡았다.

그곳에는 전형적으로 험상굿게 못생긴, 오크가 있었다. 가슴팍에 달려있는, 자잘한 상처 탓에 회색으로 보이는 은색 명찰에 오래되어 흐려지기 시작한 검은 글씨로 맥클러스키라고 적혀있었다. 리아무의 키보다 커다란 오크가 리아무보다 한참 작아, 땅달막하다는 표현 말고는 그의 키를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드레스덴 앞에 서니, 원래 키의 두배는 더 거대해보였다.

한편, 맥클러스키는 리아무가 말을 걸려했는데도 남자는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시선을 드레스덴에게 고정한 채 말하기 시작했다.

결국 드레스덴에게서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자, 경멸하듯이 말을 끝맽고는 그제서야 맥클러스키는 리아무에게 시선을 옮겼다.

맥클러스키는 불쾌하다는 듯이 리아무를 노려보았다. 처음 보는, 오크. 그것도 어딘가 한주먹한 걸로 보이는 험상궂은 오크의 경멸섞인 눈초리에 리아무는 자신도 모르게 물러설 뻔했다. 하지만, 리아무는 그것을 참고, 일단 저자세로 나서보았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이신 경관나으리이신가요? 샘 와츠에게서 살해법 추적을 맡은 용병이에요."

그러자, 맥클러스키는 그 작은 눈을 부릅뜨고 리아무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소리지르고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해버리고, 건물에서 나가버렸다. 그대로 내버려뒀다가는, 마치 길에서 본 노숙자나 시시껄렁한 양아치나 아니면 눈매가 기분나쁜 수상한 사람이라면, 그냥 눈에 띄는대로 에메랄드 시티 리퍼로 누명씌우고는 감옥에 처넣을 기세였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리아무는 그제서야 다시 드레스덴에게 말을 걸었다.

"완전 키모이(기분 나쁜)한 오크였어, 야무. 그렇지 않아요, 드레스덴 아조씨?"

"헹, 그런 오크 친구로 만들고 싶지 않던데요. 레알로"

드레스덴은 맞장구를 치듯이 껄껄대고는 갑자기 두 눈을 번뜩이며 리아무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부담스러운 드워프의 공세에 눈을 피할 뻔 했지만, 여기서 그랬다간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샘 씨는 말예요, 제가 야무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절 구해주곤 했어요. 마치 P님처럼요. 투덜투덜거리긴 했지만요. 그러니 저도 그에 대한 보답은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아하하, 땅딸한 드워프 아조씨하고 공통점이라니, 세상은 진짜 신비하게 돌아가네. 그럼,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자, 아무런 상관없는 거에서 진짜 상관있는 것까지 전부 물어볼 시간이다! 뭐든지 물어보는 거다, 리아무! 우랴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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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