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 여기가 어디였더라?
정신을 차려보니 푸른 잔디가 펼쳐진 넓은 정원 같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거기는 15살인 지금까지 살아와서 익숙해진 클라에스가의 정원이 아니었으며, 성이나 친구들의 집 정원도 아니었다.
모르는 장소일터인데......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어디인지는 알지 못했다.
게다가...... 아까부터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점점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이 현상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뿐만아니라 아예 자신의 의지로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마치 게임의 오토모드인 것처럼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
처음에는 대체 뭐야 이 신기한 현상은!? 하며 놀랐었지만...... 조금 지나자, 아아, 꿈인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왜냐면,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일이 일어날리 없으니까.
게다가 나는 틀림없이 메이드인 앤이 폭신폭신하게 준비해둔 침대에 누웠을 터였다. 응! 이거 꿈이 확실해!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잘 모르는 장소를 쭉쭉 걸어가고 있는 걸까.
그런 질문에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이, 몸은 쭉쭉 계속 걸어간다. 마치 누군가에게 빙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쩌면 이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인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스쳐가는 유리창에 비친 모습은 치켜올라간 물색 눈동자와 얇은 입술의 언제나 보고 있는 악역영애의 얼굴이었다. 게다가
[정말로, 카타리나님은 대단하세요]
[카타리나님은 최고세요]
나의 몇걸은 뒤에서 마치 따라붙는 것처럼 걷고 있는 낮선 영애들이, 이렇게 확실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있으니까, 틀림없이 내가 빙의? 하고 있는 것은 카타리나 클라에스 본인인거겠지.
어째서 카타리나 본인인 내가 카타리나에게 빙의하고 있는 거지? 이건 대체 무슨일 일까. 애초에 빙의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이거? 마치 영화나 게임의 화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뭐랄까 내 꿈이지만 신기한 꿈이다. 이래저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찰나, 갑자기 신체 쪽 카타리나의 발이 멈췄다.
응? 무슨 일이지? 배라고 고파진건가? 빙의 하고잇는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배가 고파져서 밥이라도 먹으러 가는 걸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신체 쪽 카타리나는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잔디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어느정도 속도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아하게 (마치 어머님의 매너 시범인 것 처럼) 포장되어 있는 길을 걷고 있었는데, 지금은 잔디위를 꽤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응? 배가 고픈게 아니라 아픈걸까? 목표는 화장실? 같은 생각도 했지만, 곧이어 신체 쪽 카타리나의 시선 끝에 보인 것은...... 여자아이?
폭신폭신한 금발머리의 여자아이? 모르는 아이일텐데, 그치만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은 느낌이......
[평민주제에 이런곳에서 뭘 하고 있는 것 인가요?]
신체 카타리나가 여자아이를 향해서 지독한 말투로 저렇게 말을 걸었다.
평민주제라......니 설마 이 애는 여성향게임 포츈 러버의 주인공!?
모르는게 당연한 아이일텐데, 본적이 있는 것 같다 싶었는데 게임에서 봤었구나~, 그렇군 그렇군 납득했어. 이야~ 역시나 주인공,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하지만,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은 명벽하게 이쪽을 향해 불안해보이는 시선으로
[저, 저기.. 학생회분들에게 간식으로......]
불안불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하며,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숨기려는듯 가슴에 안았다.
어, 어째서인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귀여운 여자애가 이렇게나 무서워한다니...... 내 일이 아니라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니, 빙의하고 있는 몸은 카타리나니까 내 일인건가? 얼레 어떻게 되는 거지?
이렇게 충격을 받고 있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애초에 사고회로가 다른 것 같은 신체 카타리나는 <그렇게 무서워 하지마, 봐 이렇게 얼굴은 악역이지만 괴롭히지 않아요~> 같은 말을 하는게 아니라,
[학생회 여러분께 드릴꺼라구요? 이 무슨 끔찍한! 평민따위가 건방지게 나대지 마세요!]
그러고선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바구니를 쳐서 땅에 떨어트리는게 아닌가!!!!
잠깐! 야,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나는 마음 속에서 신체 카타리나의 행동에 분노했다.
그렇게 바구니가 떨어져 속에서 굴러나온 것은 그야말로 맛있어보이는 머핀같아 보이는 간식이......그 너무나도 맛있어 보이는 간식에 내가 무심코 <뭐야, 저거 엄청 맛있어보여! 먹고 싶어!>라고 지금 상태를 생각치도 않고 몸 속에서 외쳤을 때, 이럴수가! 신체 카타리나는-
그 맛있어 보이는 간식을 줍기는 커녕, 신고 있는 부츠로 콰직 짓밟아 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내 안에서 뭔가가 빠직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슨 짓이야!!!! 저렇게 맛있어보이는 간식을 밟아버리다니 믿을 수 없어!
못 먹게 되버리잖아!
이 무슨 악행! 진짜로 화났다! 절대 용서못해!

작업하던거라 띄어쓰기, 문단나누기 패스. 어차피 길어서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지만 ㅋ

만화책 단행본 1권에 수록 되어있는 소설 단편임

아무도 모르고 있으면 핫산이나 해서 올려볼까 싶어 작업하던 건데

만화책 정발 된다길래 던졌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