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 업무는 공무원 두려워하면 못한다고 하는데,

두렵지는 않아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문서에 오탈자 있으면 어쩌지.

내가 적용한 법규정이 잘못된거면 어쩌지.

내용중에 빼먹은 게 있으면 어쩌지.

최종적으로 이런 문제 때문에 일을 망치거나, 의뢰인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등등.

서류는 작성하는 순간부터 제출하는 순간까지 모두 스트레스고,

검토기간 중에도 계속 마음 한켠에 남아 있습니다.

업무 케이스가 많이 쌓이고,

경험이 많아지면 나아질 것 같지만,

이제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행정사 입장에서는 그냥 뭘 하든 부담인 것 같습니다.

그저 작성한 문서랑 법령, 지침을 계속 들여다 보면서 문제 없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찾는 것 빼고 별로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덤.

오늘 오후 저한테는 좀 생소한 분야의 인허가 관련해서 의뢰인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작 저는 그 인허가 관련해서 글을 올린적이 없는데, 한 달 사이에 연락 오신 분만 네 분 정도 됩니다.

대략적인 진행 방법과 내용 등은 알고 있는데,

다른 사무실 있을 때 담당 공무원에게 별로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괜히 마음속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번에도 괜히 잘못해서 욕만 얻어먹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근데 언제까지고 계속 못한다고 연락 오는 의뢰인들 내칠 수도 없어서 이번에는 일정을 잡아 미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신기한건 의뢰인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 했는데,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좀 깍아달라고는 했지만….)

저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내용을 철저하게 파악해서 작성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또 마음 속이 무거워집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덤덤.

지난주 토요일 저녁 늦게 연락와서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한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행정사는 의뢰인으로부터 행정 관련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것이 일이지만,

이럴 때 보면 가만히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일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길게 상담을 했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월요일날 확인해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담당 공무원들과 통화한 뒤, 그 결과와 수임료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근데 수임료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그 뒤로 연락이 없습니다.

오전 중으로 연락 준다고 하던 사람이 오후가 되도록 아무 말이 없습니다.

사실 사무실 개업하면서 이런 경우를 종종 겪었습니다.

잘 진행되다가 수임료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서 끝.

물론 계약하는 사람 마음이니 의뢰인 탓을 할 수 없긴 합니다.

그래도 마치 업무를 진행할 것 처럼 이야기 하고서 이렇게 퇴짜를 놓으면 기운 빠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루종일 무거운 마음으로 있는데, 뜬금 없이 일곱시 좀 넘어서 연락이 옵니다.

"아. 까먹었어요. 죄송해요. 계약서 보내주세요."

정말 일희일비 하면 안 된다고 생각 하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당장 수임료 뭐 이런 것 보다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행정사는 특별히 다른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상사가 없기 때문에 의뢰인이 갑입니다.

어떤 때는 나보다 더 많이 알아서 공부를 시키기도 하고,

사람을 말 한마디로 들었다 놨다, 뭐 그렇습니다.

주절주절 넋두리가 길었지만,

좋은 의뢰인과 공무원을 만나는 것,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구요. 정말.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튼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늦었지만 좋은 저녁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