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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시) 거룩한 밤의 기적(3) — 변함없이 그대로앱에서 작성

ㅇㅇ(210.57) 2023.12.20 01:48:15
조회 563 추천 17 댓글 4
														

거리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럴.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행복을 노래하는 가사는 분명 가슴에 와닿지만,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이었다.

'미야노......정말 소중하게 키워왔구나'

자신이 알지 못했던 곳에서 살아왔을 모녀의 여정을 상상하는 신이치의 두 손은 어느새 주먹이 불끈 쥐어져 있었다.

"그..…"

"타다다다다다다당!!!!!"

신이치가 꺼내려던 말을 집어삼키듯,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불협화음.

신이치와 시호는 순간적으로 몸을 숙였지만 익숙지 않은 발포음에 그저 어리둥절한 주위 사람들은 "뭐야?"라며 미심쩍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상가의 대중을 향해 신이치는 있는 힘껏 외쳤다.

"엎드려!!! 총성이다!!!!"
그 목소리에 반응한 대중들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엎드린 자세를 취하는 사람, 도망치는 사람,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 등 상가 안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신이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방을 빙 둘러보았다.
총성의 진원지를 확인하자, 이번에는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상가 한 켠 고급 귀금속 매장에서 복면을 쓴 2인조가 금품을 물색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의 총성은 위협 사격이었던 듯, 가게 안에 부상자로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젠장...! 이런 날에 강도냐!!"
신이치는 무심코 혀를 찼다.
'모처럼의 거룩한 밤에 역겨운 짓거리를...'

"거룩한 밤에 어울리지 않는 놈들이 있네..."

기다렸다는 듯 신이치가 생각하던 것과 거의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하는 그녀.
그 한마디에 신이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지만, 곁에 그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그러게...파트너"
"낡아빠진 호칭은 넣어두시지, 탐정님"
"그러는 너도 말이야"

두 사람은 일단 얼굴을 마주본다.
마주한 상대방의 얼굴에서 반가운 파트너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느새 눈이 휘둥그레진다.

"경찰에 연락이랑 구급차..."
"이미 했어."
발포음이 들린 몇 초 만에 시호는 스마트폰으로 재빨리 경찰과 구급차 양쪽에 연락을 끝냈던 것이다.

"가게에서 나올 때가 기회야."
"설마...당신..."
"바로 그 '설마'라는 거지..."

신이치는 씩 웃으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 낯익은 미소에 시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정말...당신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엄마...?"
아이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자신을 사이에 두고 거침없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두 사람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시호가 몸을 던져 딸을 꼭 끌어안고 웅크린 채 딸 지키기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기에 아이의 불안은 최소한의 것이긴 했다.
매 순간마다 자신을 지켜주는 어머니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처음 만난 청년 역시 마찬가지로, 보석 강도를 날카롭게 바라보면서도 미야노 모녀에게는 배려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 괜찮아.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응"
시호는 다시 세게 딸을 껴안는다.
품 속으로 딸을 감추듯 하고 나서 신이치를 올려다보자 신이치도 쭈그리고 앉아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 너도, 엄마도... 여기 주위 사람들도 내가 다 지킬게. 그러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렴."
"응"
아이는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제머때로 구면 안대는데?"

"제멋대로 굴면 안 돼."
그것은 항상 어머니로부터 자식에게 전해지는 말.
시호는 자유분방한 딸에게 그걸 그야말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뇌고 있었다.
아이는 순간적으로 신이치에게 그 말을 건넸던 것이다.

"왜냐하면, 쿠도군...…"
이어서 시호가 시험하듯 신이치에게 찌릿 눈짓을 한다.
말은 안 해도 시호도 '제멋대로 위험한 짓은 하지 마'라고 눈으로 호소하고 있다.

'부모자식의 연계 플레이냐...'
신이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제멋대로'는 못 하겠구나~ 하며 벨트에 손을 얹었다.

벨트의 옆 버튼을 누르자, 벨트 중앙부에서 불룩한 축구공이 팡 튀어나왔다.
그러고나서 신이치는 자신의 가죽 구두에 달린 작은 다이얼을 똑딱 돌렸다.
예전에는 킥력 증강 슈즈였지만, 어른 발 사이즈의 킥력 증강 구두로 바뀐 걸 본 시호는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박사님도.... 변함없이 그대로신 것 같네.....'
여전히 신이치를 위해 신기한, 때로는 유능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자아"
신이치는 공을 구두 앞에 놓고 타이밍을 가늠했다.
보석 강도가 가게에서 나왔을 때가 목적이다.

시호에게는 낯익은 광경.
그러나 낯선 광경을 본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마, 오빠 머해?"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는 킥킥 웃었다.
그리고 믿음직스럽게 머리 위의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엄마의 시선을 따라 아이가 말없이 청년에게 시선을 돌리자,

"타다다다다다당!!!!"
또 몇 발의 발포음.
보석 강도는 떠나면서 가게 안의 CCTV를 쏘아 박살내고 가게 안에서 뛰쳐나왔다.

그 순간.
휙 돌풍이 불었다.
명탐정의 발에서 섬광처럼 일직선으로 날아간 공이 보석상에서 나온 강도 중 한 명에게 멋지게 클린히트로 작렬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안면에 강렬한 한방을 맞은 그는 그대로 뒤통수부터 땅바닥에 쓰러졌다.
"우왓! 야!! 뭐야! 왜 그래?!!"
또 다른 강도범은 갑작스러운 습격(공)에 당황한 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기절한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몸을 흔들어도 꿈쩍도 않는 상대의 모습에 짧게 "제기랄"하고 내뱉은 뒤 혼자서라도 도망치려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은 강도범이 달려간 길의 끝에는 떡하니 버티고 서서 악당의 퇴로를 막고 있는 쿠도 신이치가 있었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이새낀 또 뭐야!? 방해하지 마!"

쿠도 신이치는 시계형 마취총을 겨누었고, 조급해진 강도범은 권총을 꺼냈다.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고, 살기가 감돌았다.
그때 신이치의 귀에 믿음직한 파트너의 목소리가 닿았다.

"토카레프 TT-33은 소련이 1933년 정식 채용한 군용 자동권총이야. 화력이 괜찮고, 아마추어도 다루기 쉬운 총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강도씨는 알고 있을까?"
"하아!?"

강도범의 뒤에서
미야노 시호의 명료한 알토 보이스가 신이치에게 들려왔다.
문득 시호가 웃는 기색이 들었다.

"8발의 탄수를, 이미 다 써버렸다는 걸."
시호는 지금까지의 발포음으로부터, 그 사용 탄수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자기가 사용한 탄수 정도는 파악해 둬야지."
"지당하신 말씀. 그럼, 그런 걸로 알고..."

하고 신이치는 터벅터벅 강도범에게 다가가 허둥지둥 뒤로 물러서는 남자의 바로 앞에 서서 조준한 뒤 훅 마취총을 날렸다.

"흠냐아......"
범인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내며 발밑으로 쓰러졌다.

'미야노, 땡큐!'
'네에네에'

신이치와 시호는 얼굴을 마주보고,
시선으로만 대화하며,
살짝이지만 미소 지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아이의 커다란 눈동자가 빛났다.

"오빠도...엄마도.......!!"

아이의 눈으로 본 두 사람은 든든했다.
두 사람은 멋있었다.
그리고…….


-------------------- --- --- ---


갑자기 일어난 보석 강도 사건으로 쿠도 신이치는 조사를 받게 됐다.
쿠도 신이치로서는 익숙한 베이카 가 형사들이 진행했기 때문에 청취는 비교적 빨리 끝났다.
또한 미야노 시호와 아이를 비롯한 현장에 있던 대중들을 대상으로도 가벼운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가벼운 조사라고는 해도 경찰로부터 해방됐을 때 이미 시각은 밤 10시가 다 돼 있었다.

시호는 팔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이, 미안해...'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둘이서 소소하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집에 크리스마스를 위한 진수성찬과 케이크를 준비하고 저녁에 일루미네이션을 보자고 하여 베이카 가에 왔더니, 이런 꼴이다.

'역시...집에 있는 게 나았을 텐데'
오늘 모녀간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좌절될 것 같아 시호는 속으로 딸에게 사과한다.
딸은 엄마 품에서 완전히 꿈나라에 빠져 있다.

"아! 아이... 잠들었나?"
조사가 끝나고 경찰서 내 벤치에 앉아 있는데 청취를 마친 신이치와 마주쳤다.

"뭐...평소 같으면 벌써 자고 있을 시간이니까."
"그렇구나. 미안해."

사건에 말려들게 해서, 하고 신이치는 시호의 팔 안에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기분 좋은 듯 눈꺼풀을 감고,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고 있다.

'잠자는 얼굴도, 하이바라와 꼭 닮았구나...'

신이치는 '에도가와 코난'과 '하이바라 아이'였을 무렵, 함께 잠들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눈을 감으면 그야말로 그녀는 서양화 속 소녀 같은 얼굴이라서, '이렇게만 있으면 이녀석도 꽤나 예쁠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걸 코난이었던 내가 하이바라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뭐야? 아이 얼굴,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응, 아니. 잠자는 천사같구나...싶어서"
"…응. 나의 가브리엘이니까."
"'복음의 상징'이라는 건가... 그런데 그 천사의 이브가 엉망진창이 되게 해버렸네. 진짜로, 미안해."

이번 건에 관해서 신이치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
다만 상가에 강도가 나타난 것. 그뿐이다.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여 그 자리를 수습하고, 게다가 자신들을 지켜줬으니 신이치가 사과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남자는 자기의 사건 유발 체질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껴 미안하다는 사과가 나오는 듯했다.
그런 그를 보는 시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체질'은 여전한가 봐?"
"시끄러! 이래봬도 좀 나아지고 있었는데..."
"이브라서 체질이 자극받은 거 아냐?"
"크헉! 이벤트에 반응하는 건가?"

글쎄? 하고 시호는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는 '그리웠어...…'라고 씁쓸하게 생각한다.

눈앞의 남자와 이렇게.
벌써 몇 번이나 함께 사건을 조우하고.
벌써 몇 번이나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벌써 몇 번이나 함께 시덥잖은 농담을 되풀이했을까.

'두 번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는데…'

만나게 되면.
이렇게, 너무나도 쉽게.
예전의 자신들로 돌아가는, 자신들이 우스웠다.
우습고도, 애처로웠다.


"그럼, 우린 이번에야말로 진짜 갈게. "
"………"

시호는 팔 안의 아이를 '영차'하고, 다시 껴안고 일어섰다. 팔 안의 아이의 온기를 느낀 시호는 숨을 들이쉬고 씁쓸하게 웃었다.

"안녕히, 쿠도군. 여러가지로 고마웠어."

'이제,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야'
하고 시호는 속으로 덧붙인 뒤 내일 이후로는 지금 살고 있는 방도 빼고, 다른 동네로.
쿠도 신이치의 기척이 닿지 않는 다른 곳으로, 이사할 필요성도 있겠지…라고 궁리하고 있었다.

그런 시호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이치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불과 몇 초의 일.
잠깐의 망설임을 떨쳐버리고 뜻을 굳힌 듯, 블루 사파이어가 시호의 에메랄드 그린을 꿰뚫었다.


"미야노,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시호의 어깨가 과장되게 떨렸다.
적어도 신이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결코 꺼내고 싶지 않았던 거북한 주제를.
그 무엇인가를 물어볼 기색을.
그것을 알아차리고 떨린 것처럼 보였다.

"……………"
시호의 대답은 없고, 품속에서 곤히 잠든 딸을 감싸듯이 안고 있다.
마치 신이치에게는 안 보이는 것처럼,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미야노, 네가 지금 안고 있는 '아이'는……"


"'미야노 아이'는………"

"내...'딸'이지?"


신이치의 목소리 끝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답지 않은 말투에 시호의 가슴도 떨렸다.


베이카 가, 상가 중앙에 놓인 전나무.
혹한을 참고 견디는 상록의 침엽수.
신이치의 눈에는 그 짙은 녹색이 시호의 눈동자로 보였다. 혹한의 밤, 어린 딸을 팔에 안은 어머니의 서글픈 초록빛 눈동자와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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